중국 인공지능(AI) 선구자로 2014년 센스타임(상탕커지·商湯科技)을 설립해 이 회사를 세계적 AI회사로 성장시킨 창업자 탕 샤오어우(Tang Xiaoou) 홍콩중문대 정보기술학과 교수가 55세로 타계했다. 사망 원인은 공개되지 않았다. 이 회사의 안면인식 기술 정확도는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중국 정부의 영상감시 시스템에 적용돼 중국의 빅브라더(감시) 사회에 일조했다는 평가도 받는다.
17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 외신에 따르면, 센스타임(SenseTime)은 중국 소셜미디어 위챗(WeChat) 계정을 통해 병명을 공개하지 않은 채 탕샤오어우가 15일 자정쯤 상하이에서 투병 끝에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센스타임은 "중국 AI산업 개척자로서 탕이 가졌던 지혜, 열정, 과학에 대한 끝었는 탐구는 우리들에게 항상 영감을 줄 것"이라고 애도하며 자사 홈페이지를 흑백 화면으로 전환했다. 센스타임은 얼굴 인식, 영상 분석, 자율주행 등 다양한 분야의 AI 관련 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며 얼굴 인식 분야에서 미국 기업들을 제치고, 세계 정상급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21년 12월 홍콩증시에 상장됐다.
센스타임 지분 약 21%를 보유한 최대 주주인 그는 순자산 25억달러(약 3조2600억원)로 올해 2월 미국 포브스가 선정한 홍콩 33위 부자에 올랐다. 1968년 중국 랴오닝성에서 태어난 탕샤오어우는 중국과학기술대를 졸업한 뒤 미국으로 건너가 로체스터대에서 석사,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뒤 1998년 홍콩 중문대에서 교수로 일했다.
MIT에서 박사 과정을 밟는 동안 1912년 북대서양에서 침몰한 타이타닉 수색에 기여한 ‘해저 로봇 연구소’에 합류했고, 이 과정에서 AI의 눈인 ‘컴퓨터 비전’ 분야를 집중 연구했다. 2005∼2007년 마이크로소프트(MS) 아시아 연구소의 컴퓨터 비전 파트를 맡으며 이 분야 대가로 인정받았다.
2014년 6월 제자이자 중국 컴퓨터 메이커 레노버 연구원이었던 쉬 리(Xu Li)와 함께 센스타임을 창업했는데 리가 현재 센스타임 CEO를 맡고 있다. 센스타임은 지난 10년간 급속 성장하면서 쾅스커지(曠視科技·Megvii), 윈충커지(雲從科技·CloudWalk), 이투커지(Yitu Technology)와 함께 '중국 4대 작은 용'으로 불렸다.
미국 정부는 중국 신장위구르자치구 내 소수민족 탄압을 지원한 혐의로 이들 4개 기업을 모두 제재 대상에 올리기도 했다. 이들 기업들이 안면 인식, 영상 분석 등 AI 기술을 통해 군중 속에서 '요주의 대상' 위구르족을 식별해 내 중국의 '감시 사회' 강화에 기여했다는 이유다. 센스타임은 2019년 10월 미국 상무부의 블랙리스트에 올랐고, 2021년 12월에는 미국 재무부의 투자 제한 블랙리스트에 포함됐다.
한편 센스타임 주가는 지난달 28일(현지시간) 회계부정 얘기가 불거지면서 폭락한 바 있다. 당시 미국 공매도 업체 그리즐리 리서치가 센스타임이 매출을 부풀렸다고 주장했다. 그리즐리는 센스타임이 이른바 '매출 왕복거래(round-tripping)'를 했다고 주장했는데, '왕복거래'는 활용하지 않는 자산을 다른 회사에 매각하는 대신 동시에 같은 가격에 똑같은 자산, 또는 그와 유사한 자산을 되사기로 합의해 자산을 스와프하는 거래를 말한다. 주로 탈세와 돈세탁에 활용된다. 당시 그리즐리는 "센스타임이 직간접적으로 고객들에게 자금을 제공하고, 고객들은 이 돈으로 센스타임 재화를 구입했다"면서 "실제로는 어떤 거래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