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창업자인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이 2년10개월 만에 직원들 앞에 나서 “카카오 이름까지 바꿀 수 있다는 각오로 변화를 주도하겠다. 국민에게 사랑받고 사회에 기여하는 기업이 되도록 힘을 모아달라”고 촉구했다.
11일 김범수 위원장은 경기 성남 카카오 판교 아지트에서 오후 2시께부터 열린 직원들과 간담회 ‘브라이언톡’에서 “크루들과 함께 카카오톡을 세상에 내놓은 지 14년이 돼간다”며 “‘무료로 서비스하고 돈은 어떻게 버냐’는 이야기를 듣던 우리가, ‘골목상권까지 탐내며 탐욕스럽게 돈만 벌려 한다’는 비난을 받게 된 현 상황에 참담함을 느낀다”고 운을 뗐다.
김 위원장은 “기술과 자본 없이, 모두에게 기회가 주어지는 플랫폼 기업을 만들기 위해 열정과 비전을 가진 젊은 대표들에게 권한을 위임한 뒤 마음껏 기업을 키워 나갈 수 있도록 지원했다”면서 “실리콘밸리 창업 기업들이 성장할 수 있었던 이 방식이 한국에서도 작동하길 바랐고, 실제로도 카카오와 계열사들은 짧은 시간에 많은 성공을 만들어냈다”고 말했다.
다만 김 위원장은 “성장 방정식이라고 생각했던 그 방식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음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며 “더 이상 카카오와 계열사는 스타트업이 아니라, 자산 규모로 재계 서열 15위인 대기업”이라고 말했다. 그는 “규모가 커지고 위상이 올라가면 기대와 책임이 따르기 마련인데, 그간 우리는 이해관계자와 사회 기대, 눈높이를 맞추지 못했다”고 부연했다.
이어 김 위원장은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한 시기에 이르렀다고 강조했다. 그는 “새로운 배를 건조하는 마음가짐으로 과거 10년 관성을 버리고 원점부터 새로 설계해야 한다”면서 “계열사마다 성장 속도가 다른 상황에서 일괄적인 자율경영 방식은 더 이상 작동하지 않으며 투자, 스톡옵션과 전적인 위임을 통해 계열사 성장을 이끌던 방식에도 이별을 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금 이 시점에 카카오가 사회와 이해관계자들 기대와 눈높이를 맞추며 지속해서 성장하기 위해서는 부분적인 개선과 개편으로는 부족하다”며 “과거와 이별하고 새로운 카카오로 재탄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항해를 계속할 새로운 배의 용골을 다시 세운다는 생각으로, 모든 것을 재검토하고 새롭게 설계해 나갈 것”이라며 “카카오라는 회사 이름까지도 바꿀 수 있다는 각오로 임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김 위원장이 제시한 방향은 확장 중심의 경영전략을 탈피하고, 기술과 핵심 사업에 집중하는 것. 그는 “시장 우위뿐만 아니라 미래 성장 동력으로 점화 가능할지 관점으로 모든 사업을 검토할 것”이라면서 “수치적인 확장보다 부족한 내실을 다지고, 사회 신뢰에 부합하는 방향성을 찾는 데 초점을 둘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업 문화 개편도 예고했다. 김 위원장은 “느슨한 자율 경영 기조에서 벗어나 새로운 카카오로 가속도를 낼 수 있도록 구심력을 강화하는 구조를 만들어 나갈 것”이라며 “현재와 미래에 걸맞은 우리만의 문화를 처음부터 다시 만들어가야 하며, 그간 당연하게 생각해 왔던 영어 이름 사용, 정보 공유와 수평 문화 등까지 원점에서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쇄신 방향에 대해서도 내부 임직원들과 공유하겠다는 방향이다. 김 위원장은 “내년부터 체감할 수 있는 변화를 이끌어내고, 쇄신 진행상황과 내용은 크루들에게 공유하겠다”면서 “우리에겐 시간이 많지 않기에 지체하지 않고 새로운 변화를 시작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누군가는 불편함을 느낄 수도, 희생이 필요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김범수 위원장은 “반드시 성공해야 하는 이 여정에 카카오와 계열사 크루들이 함께 해주길 간곡히 부탁한다”며 “경영진들도 단단한 각오로 임해주시길 요청한다. 저부터 부족한 부분에 대한 날 선 질책도, 새로운 카카오 그룹으로의 쇄신에 대한 의견도 모두 경청하겠다”고 약속했다.
끝으로 김 위원장은 “이 힘든 과정이 언젠가 돌아보면 우리가 한 단계 더 크게 도약하는 계기로 기억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면서 “모바일 시대에 사랑받았던 카카오가 AI 시대에도 다시 한 번 국민에게 사랑받고 사회에 기여하는 기업이 될 수 있도록 힘을 모아 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