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협동로봇 공장은 분주하면서도 조용했다. 로봇 십수 대가 눈앞에서 큰 동작을 펼치며 시범 운전 중이었지만 옆사람 대화가 잘 들리는 정도였다. 안전 펜스도 필요 없었다. 사람과 함께 일하는 협동로봇이 탄생하는 공정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두산로보틱스는 지난 5일 기자들에게 경기 수원시 협동로봇 생산공장 설비를 소개하고 분당 본사에서 시연 행사를 진행했다. 수원 공장은 연간 협동로봇 약 2천200대를 생산할 수 있다.
협동로봇은 사람과 같은 공간에서 함께 일할 수 있는 로봇을 뜻한다. 대개 로봇 자체 무게를 경량화하고 안전 기능을 강화한 형태다. 세계 시장에서 덴마크 유니버설로봇과 대만 테크맨로봇이 강자로 꼽힌다. 국내 업체 중에서는 두산로보틱스가 선두에 있다.
■ "내년 협동로봇 생산설비 2천200대→4천대"
현장 직원들은 공장 1층에서 로봇 관절을 조립하거나 시운전을 진행하고 있었다. 두산로보틱스 협동로봇은 6개 축으로 구성됐다. 각 축을 모듈이라고 부른다. 1개 모듈에는 볼트 체결 작업이 약 70번 필요하다.
두산로보틱스는 내년 중 공장 2층에 자동화셀 설비 9개를 구축해 로봇 생산량을 4천대까지 늘릴 계획이다. 자동화셀은 협동로봇과 사람이 함께 협동로봇을 만드는 설비다. 기존에는 협동로봇 모듈 1개를 만드는 데에는 대략 60분이 걸렸다. 자동화셀을 도입하면 약 37분으로 단축할 수 있다.
향후에는 자동화셀에 자율이동로봇(AMR)을 접목해 물류 자동화도 추진한다. 자재창고에서 부품을 전달하거나, 모듈 결합공정으로 이동, 모듈 조립 후 창고로 이송·적재 등 과정도 자동화해 효율성을 제고한다는 방침이다.
■ "2026년까지 제품 17개로 확대"
두산로보틱스는 협동로봇에 토크센서 기술을 적용해 충돌 감지 성능을 높였다. 토크센서는 기계 회전축 사이에서 돌림힘을 측정하는 장치다. 토크센서를 협동로봇 6개 관절 각 축에 도입해 힘 제어와 순응 제어 기능을 탑재했다. 또 작업물 중량과 무게중심, 설치자세 등도 자동으로 추정할 수 있다.
두산로보틱스는 2018년 첫 협동로봇 모델인 M시리즈를 개발한 이후 생산 효율성과 가격 경쟁력에 초점을 둔 가장 빠른 라인업인 A시리즈, 당시 가장 무거운 가반하중(로봇이 들어 올릴 수 있는 최대 무게) 25kg를 지닌 H시리즈, 식음료 산업에 특화된 E시리즈를 연이어 출시했다. 현재 4개 시리즈로 13개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두산로보틱스는 협동로봇 기술을 지속 개발해 2026년까지 총 17개로 제품을 늘려나갈 계획이다. 향후 보다 넓은 도달범위를 지닌 제품군이나 용접 등 특수목적 용도 제품도 선보일 예정이다.
이광규 두산로보틱스 로봇연구소 상무는 "사업 초반부터 안전과 혁신에 초점을 두고 사업을 진행해왔다"며 "글로벌 경쟁사들과 비교해도 우수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 "미래 가치 위해 소프트웨어 투자…로봇, 스마트폰처럼"
두산로보틱스는 이외에도 소프트웨어 혁신을 가속화하는 중이다. 지난 10월 개발자·사용자 모두가 협동로봇을 손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구현한 소프트웨어 중심 생태계 '다트 스위트(Dart Suite)'를 출시한 바 있다.
두산로보틱스는 다트 스위트에 인공지능(AI)을 접목해 사용자 편의를 높일 계획이다. AI를 접목할 경우 협동로봇 기능을 더욱 빠르게 구현할 수 있고, 사용자 개입을 최소화한 상태로 스스로 학습·판단하는 차세대 솔루션을 개발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두산로보틱스는 마이크로소프트와 GPT 기반 협동로봇 솔루션을 개발 중이다. 최근에는 AI를 적용한 재활용품 분류 솔루션 '오스카 더 소터'로 CES 2024 혁신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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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정훈 두산로보틱스 대표는 "다트 스위트에 누적 100억원 이상 연구·개발비가 투입됐다"며 "당장 수익을 내는 것보다 향후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기 위한 투자를 이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해외 영업·마케팅 강화에도 힘쓰고 있다"며 "지난해 텍사스주 플라노 지역에 북미법인을 설립했고 내년에는 독일에 유럽법인을 설립할 계획이다. 중남미, 동남아시아 등 새로운 지역 진출도 검토 중이다. 현재 100여 개인 해외 판매채널을 2026년까지 219개로 확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