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표준과학연구원(KRISS, 원장 박현민)은 나노 소재가 갖는 다양한 성질을 한 번에 측정할 수 있는 융합 나노현미경을 개발했다고 5일 밝혔다.
이 현미경은 원자힘현미경, 광유도력현미경, 전기힘현미경 기능을 함께 갖고 있다. 렌즈 대신 미세한 기능성 탐침으로 시료를 두드려 안팎을 들여다보는 방식으로, 나노물질의 형상과 광학적‧전기적 성질을 한 번의 스캔으로 동시에 측정할 수 있다.
KRISS 나노분광이미지팀은 이 융합 나노현미경을 이용, 이중층 그래핀에 나타나는 독특한 적외선 흡수반응의 원리를 나노 수준에서 밝혔다. 그래핀은 이중층으로 구성하면 단층 구조일 때와 달리 적외선을 흡수하는 영역이 생겨난다. 연구진은 이 같은 현상이 그래핀 두 층 간의 전하 불균형으로 인해 발생한다는 점을 융합 현미경을 통해 확인했다. 또 인위적으로 전하 불균형을 조절해 적외선 흡수 성질을 제어할 수 있음을 실험을 통해 입증했다.
단층 그래핀에 비해 기계적 강도와 유연성, 열전도율이 높아 응용 가능성이 큰 이중층 그래핀 연구에 기여하리란 기대다. 이중층 그래핀은 각층에 가해지는 전압을 달리하거나 겹쳐진 각도를 변형함에 따라 초전도성을 비롯한 다양한 물성을 띈다.
기존 나노현미경은 소재의 단일한 물성만 각각 측정할 수 있어 이처럼 복합적인 물성을 측정‧분석하기에 어려웠다. 두 가지 물성을 동시에 측정한 사례도 있었지만 장비 제작이 쉽지 않아 상용화에 한계가 있었다.
이번에 개발한 현미경은 기존 원자힘현미경의 구조를 크게 바꾸지 않고 제작할 수 있어 산업 현장에 적용하기 유리하다. 융합 나노현미경이 상용화 가능한 수준으로 개발된 첫 사례다.
향후 융합 나노현미경의 측정 물성을 광‧전기적 성질 외에 자기적 성질까지 확대하면 나노 영역에서 광‧전‧자기적 성질을 동시에 관찰할 수 있다. 나노 영역에서 양자물질을 포함한 다양한 융복합 신소재의 물성 연구를 가속해 나노 소재‧부품‧장비 개발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 융복합 물성 측정에 그치지 않고 국소적으로 물성 변화를 유도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현미경 탐침으로 시료 표면을 긁어 전자가 가해지는 양을 조절하면 소자의 광‧전기적 성질을 동시에 스위치처럼 제어 가능하다. 융복합 성질을 응용한 회로 디자인이나 소자 설계에 쓰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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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성 나노분광이미징팀장은 "이번 성과는 KRISS가 2015년부터 축적해 온 나노측정 연구 노하우의 결과물"이라며 "융복합 나노측정기술 국산화로 신소재 연구 주도권 확보에 기여하겠다"라고 밝혔다.
이 연구는 한국표준과학연구원 기본사업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우수신진연구사업, 나노안전성 기술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았으며, 학술지 '라이트: 사이언스 앤 애플리케이션(Light: Science & applications)'에 최근 공개됐다. 기술이전 및 해외 특허출원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