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와 카페에 갔다고 가정해보자. 상대방이 잠시 화장실 간 사이 3분의 시간이 주어진다면 당신은 100% 스마트폰을 볼 것이다. 이 때 밀린 카톡을 읽고 이메일을 확인하는 등 적어도 5가지의 행동을 할 수 있다. 사람들은 과거보다 시간을 엄청 쪼개 쓴다. 한 서비스의 체류 시간이 줄어들고, 수익 창출이 더 어려워진 셈이다. 예전에는 네이버나 카카오처럼 서비스 지표를 수익으로 전환하기가 상대적으로 쉬웠다. 방문자 수와 같은 지표도 중요하지만, 이 지표가 어떻게 회사의 성장과 수익으로 연결이 가능한지 증명해야 한다.
김도한 CJ인베스트먼트 대표는 29일 은행권청년창업재단 디캠프가 공덕 프론트원에서 개최한 ‘올스타전’ 오피스 아워 행사에 참여, 투자 전문가로서 창업가들에게 투자 유치와 성장에 필요한 다양한 실전 팁들을 공유했다.
"소비욕구를 겨냥해라...투자 받기 전 충분히 공부해야"
먼저 김 대표는 사람의 힘을 빌리지 않고도 기술이 기본 데이터를 바탕으로 소비자가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어떤 것에 반응하는지를 예측하는 서비스들이 시장에서 주목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선릉역 3번 출구 스타벅스에 사람이 많은지 적은지 찍어줄 분 찾아요”, “지금 북극에서 오로라 인생샷 찍어주실 분 3만원 드려요”와 같이, 기존에는 생각 못했던 틈새 시장을 겨냥한 재미있는 서비스들이 경쟁력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현대인들의 필수 소비는 줄어든다. 이미 필요한 것들은 다 갖고 있기 때문”이라면서 “사용자들은 소비 욕구가 생겼을 때 쾌감을 느끼게 된다. 이런 욕구를 겨냥해 굉장히 미세하고 전문적인 시장을 공략한 뒤, 입소문 등을 바탕으로 규모를 키우는 사업을 고민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김 대표는 투자를 받을 때 투자사에 대한 공부를 많이 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지금은 투자 혹한기로 인식되지만, 실은 투자사 입장에서 싼 가격에 스타트업들의 지분을 많이 확보할 수 있는 투자의 적기이기도 하다. 반면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자금 수혈이 절실할 수밖에 없다. 투자사 입장에서는 느긋할 수 있고,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급박한 입장에 처할 수 있다. 이 때 더욱 주의해야 한다는 것.
김 대표는 “크게 보면 금리는 최고점을 찍은 것 같다. 예전 만큼 많이 낮아지진 않겠지만, 미국 기준 3%대까지는 빠질 것 같다”고 예측하며 “투자를 받기 이전에 투자 전략들을 고민해야 한다. 어떤 투자자한테 어떤 투자금을 받아야 하는지 공부를 많이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우리 회사에 왜 투자했을까 투자의 앵글도 고려해야 한다. 뒤늦게 그 돈이 어떤 돈인지 알게 됐을 때, 섬뜩한 상황이 올 수 있으므로 투자 조건 등에 관해 잘 공부하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투자도 본업이다...투자 유치에 너무 엄중할 필요는 없어"
또 김 대표는 스타트업이 시장이 경직돼 예전만큼 기업가치를 인정받지 못할 때 계속 투자 활동을 하는 것이 좋은지, 아니면 본업인 제품(서비스)에 집중하는 것이 좋은지에 대해 “투자도 본업”이라고 답했다. 투자 유치와 제품(서비스)을 따로 구분 지을 필요가 없다는 뜻이었다.
김도한 대표는 “투자도 본업으로 포함시켜야 한다. 투자 유치를 위한 기업소개서 작성 과정에서 회사의 전략이 정리 되고, 부족한 부분은 채워넣을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면서 “이 때 투자자가 물어볼 질문들을 예측하면서 보완책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스타트업의 또 다른 고민 중 하나는 ‘언제 투자를 받는 것이 적기일까’다. 이에 김 대표는 처음에는 재미있게 투자 유치 활동을 할 것을 주문했다. 너무 힘주지 말란 뜻이었다.
김 대표는 “너무 거룩하고 엄중하게 투자 라운드를 돌기 시작하면 힘들다. 간절히 바랄 때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처음에는 재미있게 해야 한다”며 “재미있는 프로젝트를 한다는 마음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잘 만들어 투자자가 재밌있다, 함께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단점 감추지 말고, 어떻게 해결할지를 제시하라"
또 투자자를 어디서 만나면 좋은지에 대한 질문에는 “디캠프”라고 자신했다.
김 대표는 “디캠프는 객관적인 조직인 것 같다. 오픈 돼 있고, 누군가와 뭔가 해보고 싶어하는 조직”이라면서 “그런데 이 때 튀어야 한다. 어떻게 팔지를 고민하지 말고 어떻게 하면 팔릴지를 고민해야 한다. 그러면 투자자들이 귀신같이 찾아온다. 푸시(push)하지 말고 풀(pull)하도록 준비하라”고 역설했다.
스타트업들이 투자사에 회사의 속사정을 어느 수준까지 솔직하게 공유하는 것이 좋을지에 대해서는 “장점을 주로 얘기하되, 자기 회사의 단점을 인지한 상태의 사고방식은 갖춰야 한다”며 “모든지 할 수 있다고 한다면 창업가가 위험요소를 인지하지 못하는 건 아닌가 하는 불안감이 들고, 그렇다고 단점과 고민만 많이 털어 놓으면 불안해서 투자하기 꺼려진다”고 말했다.
이어 “자신감 있게 말하면서 단점들은 언제까지 보완할지, 혹은 단점을 보완하는 데 자원을 쓰기보다는 장점을 극대화하는데 집중하겠다는 식의 답이 있을 수 있다”면서 “투자자는 스타트업이 있는 것보다 없는 게 더 많다는 걸 잘 안다. 부족한 것에 대해 어떻게 답을 하는지, 어떻게 대처하는지를 듣고 싶어하므로 회사의 약점이나 리스크 질문을 받았을 때 잘 답변할 수 있도록 미리 준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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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와 가짜 구분하기 힘든 시대...신뢰 바탕으로 영향력 줄 수 있어야"
나아가 김 대표는 스타트업들이 유념해야할 단 하나의 키워드로 ‘어쎈틱’(Authentic, 진짜인)을 꼽았다. 진짜와 가짜를 구분하기 어려운 시대인 만큼, 시장에서 통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바탕으로 견고한 신뢰와 확실한 영향력을 줄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전체 시장이 큰 게 좋다. 한국 시장도 창업하기 꽤 괜찮은 국가다. 창업할 때 글로벌 진출이 가능한 사업인지, 국내에 없던 시장이 만들어질지를 고민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소비자한테 “이래도 안 살거야? 이래도 안 먹을거야?”와 같이 좋은 의미의 갑질이 가능한 사업 아이템을 찾길 바란다”고 창업가들을 응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