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일상에서 로봇을 한 대씩 소지하고 다니는 세상이 오면 어떨까. 스마트폰이 근 십수 년 만에 빠르게 보급된 일을 돌아보면 개인용 로봇도 충분히 상상해 볼 법한 얘기다.
이연백 위로보틱스 대표는 이런 상상을 현실로 만들려는 인물 중 하나다. 이 대표는 삼성전자에서 약 20년 동안 로봇을 연구해왔다. 그는 다양한 로봇 가운데 ‘웨어러블(착용형) 로봇’이 가장 먼저 개인용으로 보급될 것으로 내다봤다. 고객 수요를 가까이서 대응하기 위해 2년 전 회사를 나와 직접 사업에 뛰어들었다.
위로보틱스는 불과 두 달 뒤면 개인용 보행보조 웨어러블 로봇 ‘윔(WIM, We Innovate Mobility)’을 공개한다. 지디넷코리아는 이 대표를 만나 제품에 대한 설명을 듣고 기기를 직접 사용해봤다.
■ "웨어러블 로봇, 저렴하면서도 효과 확실해야죠"
윔은 허리와 무릎에 착용하는 로봇이다. 단일 기기로 벨트만 조절하면 누구나 착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차동 방식 단일 모터(싱글 액추에이터)를 적용해 무게와 가격을 획기적으로 줄였다. 이 대표는 웨어러블 로봇 상용화 첫 관문으로 사용성과 가격을 꼽았다.
“웨어러블 로봇 시제품이 속속 나오고 있지만 사용성 측면에서 소비자 눈높이를 맞추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윔은 무게를 1.4kg까지 줄이고 가격도 스마트폰 수준으로 낮췄죠. 비싼 박형 액추에이터를 쓰지 않고도, 역구동성이 높은 감속기를 채용해 충분한 성능을 구현했어요. 대사 에너지 감소 효과는 20~30% 정도로 추산하고 있어요.”
윔을 착용하고 전원을 켜면 크게 두 가지 모드로 이용할 수 있다. 보행보조 모드는 걸음에 맞게 적절한 속도와 방향으로 힘을 보태준다. 운동 모드는 반대로 힘을 줘 저항감을 느끼게 해준다. 보행 보조 모드는 한 번 충전에 약 2시간 동안 연속으로 사용할 수 있고, 운동 모드 중에는 전력을 소모하지 않는다.
■ "걷기 도와주고 때로는 운동도 가능해요"
“웨어러블 로봇 시장이 아직 초기 단계이지만 많은 가능성을 가졌어요. 산업 현장 작업자들의 안전을 위해서 쓸 수도 있고, 못 걷는 분들을 걷게 도와주는 형태도 있고, 일상에서 오랜 여행을 함께 할 수도, 운동을 도와주거나 엔터테인먼트 기능으로도 활용할 수 있죠.”
이 대표는 수많은 사용 목적 가운데 일상 용도를 가장 중요하게 여겼다. 지금 시점에서는 작업자용 로봇 시장이 먼저 열리고 있지만, 개인용 보행보조나 스포츠·레저 인구가 훨씬 많으니 이 시장을 공략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어르신 걷기 운동을 도울 수 있다는 점에도 주목했다. 위로보틱스는 윔 정식 출시에 앞서 수원시 영통구보건소와 실증을 진행해왔다. 70~80대 사용자를 대상으로 운동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효과를 살피고 있다.
이 대표는 하나의 기기로 모든 이들이 이용할 수 있는 점도 강조했다. 웨어러블 로봇은 형태에 따라 입는 방법이나 구동 방식이 달라진다. 일례로 로봇 프레임이 허리를 감싸는 모양으로 만들면 로봇을 여러 가지 크기로 제공해야 한느 문제가 생기기도 한다. 윔은 몸의 앞쪽에만 착용할 수 있도록 해 다양한 신체 형상과 사이즈에 대응할 수 있도록 했다.
위로보틱스는 제품 개발을 마치고 디자인 개선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내년 초 CES에서 제품을 공개한 이후 정식 출시할 방침이다. 이 대표는 “향후 2년 간 세계 1만 대 판매를 목표로 두고 있다”고 말했다.
■ "산업 현장서 먼저 관심 갖고 있어요"
윔은 산업 현장에 먼저 투입됐다. 대우건설이 최근 둔촌주공과 광명 건설 현장에 보행보조 로봇 윔 10대와 무동력허리보조 웨어러블로봇 ‘윕스(WIBS, We Innovate Back Suppot)’ 10대를 도입해 운영 중이다. 이 밖에 물류 현장에서도 작업자 부상을 줄일 수 있는 방안으로 제품을 문의하고 있다고 이 대표는 설명했다.
위로보틱스는 지난해 대우건설, 근로복지공단 재활공학연구소와 함께 ‘웨어러블 로봇 솔루션을 이용한 스마트작업 케어서비스 개발 및 실증’ 과제를 진행한 바 있다. 과제는 한국로봇산업진흥원이 주관했다.
윕스는 작업자 부하를 줄여 근골격계 부상을 예방할 수 있도록 설계한 또 다른 제품이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지원사업 대상으로 현재 약 600여 대를 보급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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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표는 “산업 현장에서는 작업자 안전과 생산성 향상을 목적으로 웨어러블 로봇 수요가 먼저 늘어나고 있다”며 “개인용 로봇도 수용성을 키우면서 소비자에게 가까이 다가가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로봇을 개선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도 지속해서 연구하고 있다”며 “궁극적으로는 웨어러블 로봇 한계를 뛰어넘는 원천 특허를 확보할 것”이라고 포부를 전했다.
이연백 위로보틱스 대표 프로필
- 2001~2003년, KAIST 기계공학 석사
- 2003~2011년, 삼성전자 생산기술연구소 책임연구원
- 2012~2019년, 삼성종합기술원 수석연구원
- 2020~2021년, 삼성리서치 수석연구원
- 2021년~현재, 위로보틱스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