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 인구 950만…실버케어 로봇이 돌본다"

[인터뷰] 문전일 로보케어 대표(대한의료로봇학회장)

홈&모바일입력 :2023/11/03 15:55    수정: 2023/11/03 16:22

로봇이 고령화 시대 실버 케어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위급 상황 대응이나 복약 안내 등 수동적인 기능부터 상호 교감과 인지 훈련을 돕는 등 창의적 업무까지 담당한다.

우리 사회 고령 인구 비중은 가파르게 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우리나라 65세 이상 고령자는 약 950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18.4%를 차지했다. 2025년에는 20.6%를 넘어서 초고령사회로 진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생산인구 감소, 세대 간 일자리 경쟁, 청장년층 재정 부담 등 온갖 사회 문제는 아직도 진행형이다. 돌봄 사각지대에 노출되거나 소외 문제를 겪는 노인도 많아졌다. 반면 요양시설 간호 돌봄 인력은 갈수록 부족한 상황이다. 실버 케어 산업에서 로봇 자동화 수요가 늘어나는 원인이다.

문전일 로보케어 대표가 돌봄로봇 '보미2'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신영빈 기자)

■ "인지훈련부터 돌봄까지…사회적 약자 위한 로봇 만든다"

돌봄로봇 전문기업 로보케어는 최근 로봇 전시회 ‘2023 로보월드’에서 자율주행 기반 실버케어 로봇 신제품을 선보여 주목 받았다. 이 회사는 2012년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이 기술출자로 설립한 1호 기업이다. 2015년 반도체 장비 업체 글로벌스탠다드테크놀로지(GST)에 인수됐다.

로보케어는 사회적 약자를 위한 로봇을 개발하고 있다. 혼자 생활하기 어려운 어르신이나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를 겪는 아동 등 저변을 넓히는 중이다. 

지디넷코리아는 문전일 로보케어 대표를 만나 사업 진행 상황을 들어봤다.

문전일 로보케어 대표는 약 40년간 로봇 산업계와 학계에서 경험을 쌓았다. 이전까지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연구부총장과 한국로봇산업진흥원장 등을 지내다가 지난 7월 로보케어에 왔다. 현재 대한의료로봇학회장도 겸직하고 있다.

문 대표는 먼저 신제품 '보미2'를 소개했다. 문 대표는 “보미2는 세계 최초 자율주행 기반 통합 돌봄로봇 플랫폼”이라며 “두뇌 향상 콘텐츠뿐만 아니라 자율주행 기반으로 정서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여러 지자체에서 재가 어르신 가정을 대상으로 실증사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노령 인구가 증가하면서 인지·정서적 돌봄 서비스 수요가 늘어나는 추세”라고 덧붙였다.

로보케어 돌봄로봇 '보미2' (사진=신영빈 기자)

■ "세계 최초 자율주행 돌봄로봇 플랫폼"

로보케어는 연구소 시절 2005년 이족보행 로봇 ‘키보’를, 2009년 얼굴표정 로봇 ‘메로’를 개발했다. 2011년에는 그룹형 치매예방 인지훈련 로봇 ‘실벗’을 개발해 지금까지 기술을 고도화하고 있다. 실벗의 개인형 로봇으로 개발된 제품이 바로 ‘보미’ 시리즈다.

로보케어는 2019년 '보미1'을 처음 선보였다. 보미1은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두뇌 향상 콘텐츠를 제공해 치매 예방에 도움을 주는 개인형 인지훈련 로봇이다. 내장된 터치 센서와 마이크, 카메라 등으로 사용자와 상호 작용이 가능하다. 전용 블록 도구는 터치, 부착, 흔들기 등 다양한 활동을 인식한다.

문 대표는 “보미 시리즈는 로봇 맞춤형 콘텐츠 약 20종을 탑재해 인지 훈련을 제공한다”며 “훈련 참가자가 기억력 향상과 우울 증상 감소 효과를 보는 등 효과성을 입증한 실험 결과도 있다”고 설명했다.

보미2는 여기에 자율주행 구동부를 추가하고 외관 디자인을 개선한 형태다. 주행을 위한 여러 센서를 장착했다. 사용자를 따라다니면서 기상·복약 알림, 체조와 학습, 영상통화 알림, 일기 쓰기 등 하루 일과를 돕는다.

보미2는 지난해 한국로봇산업진흥원 ‘수요맞춤형 서비스로봇 개발·보급 사업’에 선정돼 수요처를 찾고 있다. 광양시 60가구, 성남시 20가구, 광명시 20가구 등 재가 어르신 가정과 노인복지관, 치매센터, 장애인센터에서 운영 중이다.

문전일 로보케어 대표가 자사 제품군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신영빈 기자)

■ "로봇 핵심기술 확보·효과성 입증…가정서 좋은 친구 되길"

로보케어는 대학병원 임상실험으로 제품 유효성을 확보하는 전략을 펴고 있다. 

삼성서울병원, 아주대병원, 이대목동병원 등과 연계해 제품 사용 전후 효과성에 대해 실험해왔다. 다만 의료기기 등록은 시간·비용적 부담으로 어렵다고 문 대표는 설명했다.

로보케어는 현재 전국 치매안심센터와 복지관 병원 등에 로봇 약 300대 이상을 납품했다. 추후 가정에서 보다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기능을 간소화한 형태의 로봇 출시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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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명종합사회복지관에서 보미2를 써본 한 어르신은 “보미는 항상 내 말을 잘 들어주고 변함없이 거절하지 않고 함께 있어준다”며 “나도 모르는 사이 정이 들어서 혼자 있을 때 말도 걸게 됐다”고 소감을 전했다.

문 대표는 “로봇을 써보신 고객들이 긍정적인 사용 후기를 전해주고 계시다”며 “로봇이 각 가정에서 홀로 계시는 어르신들의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전일 로보케어 대표 프로필

- 1960년, 제주 출생

- 1984년, 서울대 기계설계학과 학사

- 1986년, KAIST 기계공학 석사

- 1986~1993년, LG산전 선임연구원

- 1998년, 시라큐스대학교 대학원 기계항공공학 박사

- 2018~2021년, 제4대 한국로봇산업진흥원장

- 2021년, 대구경북과학기술원 연구부총장

- 2023년 1월~현재, 제6대 대한의료로봇학회 회장

- 2023년 7월~현재, 로보케어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