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은 삶의 이정표이자 동력이다. 꿈은 곧 미래의 삶이다. 꿈은 그래서 소중하다. 꿈은 사람마다 다르고 다른 만큼 다채롭다. 스타트업이 꾸는 꿈도 그럴 것이다. 소중하고 다채롭다. ‘이균성의 스타트업 스토리’는 누군가의 꿈 이야기다. 꿈꾸는 사람이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다른 꿈꾸는 사람을 소개하는 릴레이 형식으로 진행된다. [편집자주]
“10년 가는 모바일 캐주얼 게임을 만들고 싶어요”
창업의 계기와 목적은 사람에 따라 다를 수 있다. 유니콘을 꿈꾸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생계형 창업자도 있다. 김민우 스티키핸즈 대표는 소박한 사람 같다.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좋아하는 일을 늙어서도 계속하기 위해 창업했다. 뜻 맞는 사람과 같이 일하는 것이야말로 즐거움이고 행복이라 여기는 듯하다.
가정을 지키듯 직장을 지키는 게 그의 사명처럼 보인다.
김민우 스티키핸즈 대표와 직원들이 좋아하는 것은 게임이다. 그중에서도 캐주얼 모바일 게임이다. 게임을 만드는 일이 재미있고 늙어서도 이 일을 계속 같이 하기 위해 더 재미있는 게임을 만드는 것이 그들의 일이다.
■“4반세기를 게임만 만들며 보냈네요”
김 대표는 2000년부터 직장 생활을 시작했다. 첫 직장에서 게임 기획자로 시작했다. 이후 세 번 직장을 옮기며 넥슨에서 모바일 사업 개발팀장을 맡았다. 그러다 다시 스카웃 제안을 받았다. 벡터 그래픽 솔루션(Vector Graphic Solution) 개발사였다. 벡터 그래픽 솔루션은 휴대폰과 같이 작은 메모리와 낮은 성능의 중앙처리장치(CPU)에서도 멀티미디어 파일을 처리할 수 있게 해주는 기술이다. 이 회사는 멀티미디어 기술을 갖춘 만큼 콘텐츠 사업에 진출하고자 김 대표를 영입하려 한 것이다.
“넥슨이 네 번째 직장이었고 직원으로서 일해야 한다면 굳이 또 이직할 필요는 못 느꼈지요. 그런데 새로 만드는 것인 만큼 책임을 지고 독립적으로 할 수 있다면 이직도 가능하다고 생각했어요. 회사에서는 그 뜻을 받아들였구요. 그래서 다시 이직을 하고 핫독스튜디오라는 개발사의 대표를 맡게 되었습니다.”
자발적인 창업은 아니었지만 직장 생활 7년 만에 대표가 된 것이다. 하지만 최종 결과가 좋지는 않았다. 2007년부터 2015년까지 대표로 일하면서 부침이 있었다. ‘모두의 게임’이란 타이틀이 1천만 다운로드를 기록하며 히트를 치기도 했다. 핫독스튜디오는 2011년 엔씨소프트에 인수됐으나 후속작이 터지지 않아 침체를 겪었고 수년 뒤에는 청산됐다. 모바일 게임 사업의 어려움을 실감할 수 있게 됐다.
■2016년에 스티키핸즈를 창업하다
“모바일 게임 사업은 영화 사업과 비슷한 특징이 있어요. 생명력이 길지 않기 때문에 늘 후속작을 고민해야 하고 후속작이 터질지 어떨지 알 수 없기에 조마조마한 마음이 크지요. 투자를 늘려놓고 비용 구조가 커지면 불안한 마음도 그만큼 커지구요. 그래서 적절한 균형감각을 갖는 게 매우 중요한 것 같아요.”
핫독스튜디오를 통해 배운 바가 그것이다. 그래서 스티키핸즈 창업은 딱 3명으로 출발했다. 사무 공간도 지인의 터를 빌려 쓰는 형식이었다. 창업 후 1년6개월 동안 매출이 없었다. 전세를 월세로 옮기고 급여는 가져갈 수 없었다. 창업에 참여한 PD는 연봉의 절반만 가져갔고, ‘막내’한테만 제대로 된 연봉을 주었다. 하지만 매출 없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접어야겠다”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
“그때 PD가 용기를 줬어요. 접을 때 접더라도 적어도 10개까지는 개발해보자구요. 그때부터 마음을 다잡고 한 달에 한 개씩 개발하는 ‘한 달 프로젝트’를 했지요. 마침내 매출이 나오기 시작했어요. 2017년 6월이었어요. 우리가 6번째로 개발한 ‘에이지 오브 솔리테어’가 이용자들로부터 반응을 얻기 시작하게 됐죠.”
■‘머지 서바이벌 : 황무지의 땅’이 주는 희망
스티키핸즈를 대표하는 게임은 ‘솔리테어’ 시리즈다. 2017년 이후 4종의 시리즈 게임이 나왔고 아직까지 매출이 유지되고 있다.
최근의 주력 게임은 ‘머지 서바이벌 : 황무지의 땅’이다. 지구가 멸망한 뒤 생존자들이 황무지를 새롭게 일구어 가는 스토리다. 게임 내 존재하는 아이템을 병합(merge)하면서 주어진 임무(quest)를 해결해나가는 내용이다.
지난해 국내에 소프트런칭했고 올해 5월 글로벌로 런칭했다.
“매우 단순한 게임이지만 기후변화로 파괴된 지구를 살린다는 의미도 있고 아이템을 머지하는 재미도 적지 않은지 반응이 좋아요. 글로벌 런칭 이후 매월 20~40만명이 다운로드 하고 있어요. 누적 다운로드가 110만을 넘겼고, 하루 평균 사용자도 11만 명 이상이지요. 10월에는 월 매출이 10억원을 넘길 것으로 봐요.”
■“10년 가는 모바일 게임 만들고 싶어요”
김민우 대표는 다양한 장르의 게임을 개발했지만 모바일 게임, 그중에서도 캐주얼을 좋아한다. 회사 규모가 작아 그런 면도 없지 않지만 사력을 다하지 않아도 되는 단순한 재미가 더 흥미롭다. 문제는 수명이 짧다는 점.
“모바일 캐주얼 게임을 주력으로 하면서 두 가지에 관심이 있어요. 생명력이 긴 게임을 만들고 싶은 게 첫 번째죠. 우리 게임의 생명이 길어야 우리도 오래 재밌게 일할 수 있으니까요. 솔리테어 시리즈가 수년간 살아 있는 걸 보며 희망을 가져요. 머지 서바이벌은 추세가 더 좋구요. 또 하나는 ‘꿈의 정원’을 서비스하는 러시아의 플레닉스처럼 글로벌로 통하는 모바일 게임을 만들고 싶어요. 우리 게임도 사실은 해외 매출 비중이 70%이죠. 일단 게임을 만들면 최소 8개 언어로 서비스를 하고 있어요.”
3명으로 시작한 사업이 이제 20명 남짓의 팀으로 커졌다. 솔리테어 시리즈에 이어 머지 서바이벌도 사용자 반응을 일으키며 연매출도 50억원대로 커졌다. 김 대표는 그러나 사업을 무리하게 확장할 생각은 없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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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대표와 사업이사 2인 외에 나머지 19명이 순수 개발자예요. 게임 개발에 집중된 인력구조이죠. 당분간 인력 확대 계획은 없어요. 그래도 올해 매출이 50억원 안팎이 될 듯하고 3년 안에 100억원이 목표이지요. 내부 구성원과 즐겁게 일하며 차근차근 탄탄하게 한발씩 앞으로 나아가고 싶습니다."
덧붙이는 말씀: 김민우 스티키핸즈 대표가 다음 인터뷰 대상으로 추천한 사람은 멀티플랫폼 게임 기업인 그램퍼스의 김지인 대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