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의 스타트업 아이디어·기술 탈취 의혹이 이어지는 가운데, 제도적인 안전장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강훈식 의원은 26일 국회 정무위원회 비금융 종합감사에서 최근 불거진 스타트업 아이디어·기술 탈취 논란 관련, 불공정거래행위 심사 지침 개정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강 의원은 “공정거래법상 벤처·스타트업 기술 유용 사건들을 제대로 조치하기 위해서는 협업이나 투자조건으로 정보를 제공한 경우 기술 유용을 폭넓게 보는 불공정거래행위 심사지침 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 의원에 따르면, 올해 영양제 디스펜서 개발 기업 알고케어, 핀테크 스타트업 인덱스마인, 동영상 서비스 플랫폼 왓챠는 각각 롯데헬스케어·한국투자증권·엘지유플러스를 상대로 아이디어 도용 부당성을 주장했다. 이어 국회 스타트업 연구모임 유니콘팜의 문을 두드려 도움을 청했다.
스타트업 아이디어, 기술 유용 사례들을 보면 전형적인 패턴이 나타난다는 게 강 의원 측 입장이다. 대기업이 스타트업에게 투자나 협업을 제안하면서 각종 정보와 시스템 제공을 요청하기 때문에 사업 아이디어가 대기업에게 자발적으로 제공되고, 이후 유사한 상품과 서비스가 출시된다는 것. 통상 이런 경우 하도급 관계로 볼 수 없어 하도급법이 아닌 공정거래법상 기술유용금지 조항이 적용된다.
하지만 공정거래법은 기술을 부당하게 뺏어갔는지 여부를 위주로 판단하고 투자·협업 관계에서 기술을 자발적으로 제공하는 것을 상정하지 않기 때문에 실질적인 구제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실제로 공정위 제출자료에 따르면, 하도급법상 기술유용은 지난 10년간 경고 이상 시정조치가 31건(별첨 참고)에 이르지만, 공정거래법상 기술유용은 경고 이상 조치가 단 한 건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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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의원은 “매년 국정감사에서 스타트업 기술탈취에 대해 공정위 엄격한 조사를 촉구하지만, 실제 조치될 수가 없는 구조”라면서 “스타트업들은 공정위 뿐 아니라 중기부 중재, 특허청 신고까지 다양한 구제 방안이 있을 것이라 기대하지만 냉정히 말하면 현재로서는 헛된 희망”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강 의원은 “하도급, 프랜차이즈, 대리점 등 소위 기울어진 운동장을 평평하게 해주는 개별법도 예전에는 공정거래법 하위에서 운용되던 지침에 불과했다”면서 “스타트업 기술탈취도 협업이나 투자조건으로 정보를 제공한 경우 기술유용으로 폭넓게 보는 식으로 불공정거래행위심사지침을 개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