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최대 은행들이 키오시아와 웨스턴디지털(WDC)의 낸드플래시 메모리 사업 합병을 지원하기 위해 1조9000억 엔(미화 127억 달러, 한화 17조2천억 원)의 자금 조달을 약속할 예정이라고 로이터가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로이터는 이 문제에 정통한 4명 소식통을 인용해 4개의 일본 은행(미쓰이 스미토모 금융, 미즈호 금융 그룹, 미쓰비시 UFJ 금융 그룹, 일본 개발 은행)은 이미 자금 조달 또는 계획에 대한 확약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다만, 키오시아, 웨스턴디지털을 비롯해 일본 은행들은 논평을 거부한 상태다.
최근 키오시아와 웨스턴디지털은 합병을 결정하고, 경영 통합을 위해 최종 조율을 진행 중이다. 웨스턴디지털이 반도체 메모리 사업을 분리해 키오시아홀딩스와 지주회사를 설립하는 방식으로 경영을 통합한다. 두 회사가 합병하면 실질적인 경영권은 키오시아가 갖게 되고, 본사는 일본에 위치할 예정이다. 양사는 이달 안에 최종 합의할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는 "일본 은행의 자금 지원을 통해 세계 최대의 메모리 칩 제조업체 중 하나를 탄생시키는 거래가 성사되는 데 한 걸음 더 가까워지겠지만, 이번 거래가 특히 중국으로부터 강력한 반독점 조사를 받게 될 것이 거의 확실하다"고 전했다.
키오시아와 웨스턴디지털이 합병하면 낸드 시장 점유율의 3분의 1가량을 차지하고, 1위인 삼성전자 점유율과 맞먹게 된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낸드 시장 점유율은 삼성전자(31.1%), 키오시아(19.6%), SK하이닉스(17.8%), 웨스턴디지털(14.7%) 순이다. 키오시아와 웨스턴디지털의 합산 점유율은 34.3%로 삼성전자를 넘는 수준이다.
다만, 이번 합병 계약 후 2년 내 각국 규제 당국의 승인을 얻어야 하는데 중국이 반대할 가능성이 높다. 또 키오시아의 주요 투자자이자 경쟁사인 SK하이닉스도 양사의 합병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SK하이닉스는 2018년 도시바로부터 키오시아를 2조엔에 인수한 베인캐피털의 일환이다. SK하이닉스는 베인캐피털이 주도하는 한미일 연합 특수목적법인를 통해 2018년 키오시아홀딩스에 약 4조원을 투자해 지분을 15%가량 확보했다.
4명의 소식통은 SK하이닉스의 입장은 이번 자금 조달 결정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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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소식통은 "이번 합병이 완료되면 웨스턴디지털이 대주주가 되고, 키오시아의 현 대표인 하야사카 노부오가 이 회사를 이끌게 된다"며 "합병된 회사는 나스닥 시장에 상장될 예정이지만 향후 도쿄 상장을 목표로 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키오시아와 웨스턴디지털의 합병은 앞서 2021년부터 꾸준히 흘러나왔다. 양사는 합병을 한차례 추진했지만, 각 사의 지분 가치 측정에서 의견이 달랐고 최종적으로 지난해 일본 정부의 반대로 무산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