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감동 안겨준 e스포츠, 인기 스포츠 떠올랐다

AG 선전 이후 인식 크게 달라져…"게임 갖고 왠 난리" 편견 떨쳐내

디지털경제입력 :2023/10/11 14:12    수정: 2023/10/11 15:08

"몸을 움직여서 활동하는 게 스포츠에 대한 기존 관념이었다. 하지만 경기를 하고 준비하는 과정이 많은 분께 좋은 영향을 끼치고, 경쟁하는 모습이 영감을 일으킨다면, 그게 스포츠로서 가장 중요한 의미라고 생각한다."

항저우 아시안게임 e스포츠 금메달리스트인 '페이커' 이상혁은 'e스포츠도 스포츠로 볼 수 있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이상혁은 '리그오브레전드(LOL)' 부문에서 금메달을 따면서 아시안게임 최고 스타로 떠올랐다. 

e스포츠는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처음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다. 이 대회에서 한국 대표팀은 금메달 2, 은메달 1, 동메달 1개를 따내면서 뛰어난 성적을 기록했다.

페이커 이상혁이 30일 중국 항저우의 한 호텔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메달리스트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뉴스1

대회가 시작하기 전까지만 해도 '게임을 스포츠와 동격으로 보는 것이 맞냐'는 의구심어린 시선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한국 대표팀이 연일 선전을 거듭하면서 e스포츠에 대한 대중들의 반응도 긍정적으로 바뀌었다. 

서울 관악구에 거주하는 50대 시민 A씨는 "그 동안은 아들이 e스포츠를 볼 때 '게임 가지고 시끄럽게 소리지르는 것이 이해가 안된다'고 생각했다"면서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처음으로 e스포츠 경기를 제대로 봤는 데, 몰입하고 집중하는 모습에 박수를 보내게 됐다. 게임을 제대로 알지는 못하지만, 선수들의 열정이 그대로 전해졌다"고 말했다.

체육인들의 시선도 달라지고 있다. 그 동안 부정적인 의견을 갖고 있던 많은 체육인들이 e스포츠를 새롭게 바라보기 시작했다.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은 지난 8일 대한체육회 스포츠 외교라운지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결산 기자회견에서 "e스포츠도 스포츠라고 생각한다"고 잘라 말했다. 이 회장은 5년 전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 당시엔 "e스포츠는 스포츠가 아닌 게임이다"고 공언한 적 있다. 

최윤 한국선수단장은 "e스포츠는 비인지 종목이 아니다. 직접 e스포츠를 보고 놀랐다"며 "우리 애들한테 게임하지 말라고 못 하겠다. 그만큼 인상 깊었다. 나한테는 새로운 경험이었고 감동이었다. 정말 행복했다. 국민들도 주목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28일 중국 항저우 E스포츠센터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E스포츠 '스트리트 파이터 V' 시상식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김관우가 메달을 들어보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e스포츠에 대한 체육인과 대중의 인식이 바뀌게 된 데는 선수들의 진심어린 자세도 큰 역할을 했다. 결과 못지 않게 최선을 다해 경기에 임하는 선수들의 모습에 많은 사람들이 아낌 없는 박수를 보냈다. 

스트리트파이터5 부문에 출전한 김관우(44)는 한국 대표팀 첫번째 e스포츠 종목 최초의 금메달리스트가 됐다. 1990년대 말부터 격투게임을 즐겨온 그는 직장을 다니면서 프로게이머 생활을 병행하고 있다. 10~20대가 대부분인 e스포츠 선수단에서 유일한 40대 선수이자 최고참 선수다.

김관우는 기자회견에서 "스트리트파이터5가 아시안게임 정식종목으로 채택된다고 했을 때, 선발전을 통해 아시안게임에 출전한다고 했을 때, 모두 국가대표가 어떤 건지 실감이 잘 안갔다"며 "아시안게임에서 강력한 모습을 보이고 싶었다"고 밝혔다.

기자회견 도중 그는 어머니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김관우는 "게임할 때 늘 혼이 많이 났는데, 어제 금메달을 따고 나서는 어머니에게 '아들 너무 좋다'라는 축하 메시지를 받았다"고 전했다.

2022 항저우아시안게임 e스포츠 리그 오브 레전드 국가대표 류민석(Keria)이 16일 서울 마포구 한국e스포츠협회에서 열린 미디어데이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LOL 국가대표 서포터로 발탁된 '케리아' 류민석의 어머니 정주희 씨는 "아들이 국가대표라는 무게감과 부담감을 많이 가지고 있었을텐데, 잘 이겨내고 좋은 결과를 안겨줘서 고맙고 뿌듯하고 대견하다"고 말했다.

정 씨는 지디넷과 인터뷰에서 "(류)민석이가 프로게이머가 되고 싶다했을 때, 후회없이 도전해보라고 말했다"면서 "부모가 미래를 정해주는게 아니니 하고 싶으면 최선을 다해보라고 믿어줬다. 부모가 안 믿어주면 누가 믿어주겠냐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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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이전에는 게임으로 인한 문제들이 사회적인 이슈가 돼 걱정도 있었다"면서도 "이제는 e스포츠가 단순한 취미나 오락을 넘어 하나의 문화로 인정을 받고 있을 정도로 위상이 많이 높아진만큼 문화컨텐츠로써 더욱 성장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그는 아들에게 "여때까지 잘해왔고 앞으로도 잘할거라 믿어. 지금까지 흔들림 없이 열심히 걸어온 길, 앞으로도 잘 닦아서 한걸음씩 전진해 후회없이 나아가보자. 언제나 민석이 편이라는거 잊지마"라고 응원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