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와 영국 테이트 미술관(영국 런던 소재)의 장기 파트너십으로 열리는 ‘현대 커미션: 엘 아나추이: 비하인드 더 레드 문’展이 10일(현지시간)부터 내년 4월 14일까지 개최된다.
현대 커미션은 현대차와 테이트 미술관이 현대미술의 발전과 대중화를 지원하기 위해 매년 테이트 모던의 대규모 전시장 터바인 홀에서 진행되는 전시 프로젝트로 2014년 장기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참여 작가는 연도별 2015년 아브라함 크루즈비예가스, 2016년 필립 파레노, 2017년 수퍼플렉스, 2018년 타니아 브루게라, 2019년 카라 워커, 2021년 아니카 이, 2022년 세실리아 비쿠냐에 이어 올해는 엘 아나추이가 여덟 번째 현대 커미션 작가로 참여했다.
엘 아나추이는 1944년 가나에서 태어나 나이지리아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예술가이자 교육자다. 그는 목재나 세라믹 등 주변에서 쉽게 수집할 수 있는 물건들을 사용해 조각의 재료와 형태에 대한 실험을 이어왔으며 1990년대 후반부터는 병뚜껑을 활용해 새로운 방식으로 조각의 가능성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
이번 전시는 작가 역대 작업 중 가장 큰 규모다. 터바인 홀의 광활한 공간을 가르며 방대한 인류 역사의 확장과 자연 세계의 본질적 힘을 되돌아보는 동시에 대서양 노예무역 시기 일어난 재화와 인구의 이동, 그리고 이주에 대한 작가의 관심을 담았다.
이번 전시 진행은 테이트 모던의 국제 미술 큐레이터 오제이 본주, 국제 미술 어시스턴트 큐레이터 디나 아흐마드에이예바가 맡았다.
현대 커미션: 엘 아나추이: 비하인드 더 레드 문 전시는 총 세개의 막으로 구성됐다. 작가는 수천 개의 금속 병뚜껑과 파편들을 직물처럼 꿰매 만든 세 점의 거대하고 추상적인 조형 설치 작품을 선보인다.
세부적으로 첫 번째 작품 ‘더 레드 문’은 바람에 휘날리는 장엄한 돛의 모습으로 대서양을 건너는 여정의 시작을 상징하며, 월식 때 나타나는 붉은 달인 블러드 문의 윤곽을 붉은색 병뚜껑으로 구현했다.
두 번째 작품 ‘더 월드’는 병뚜껑 끈을 엮어 만든 그물 같은 소재를 여러 겹으로 사용해 불안정한 상태에 고착된 인간 형상들을 떠올리게 하는 한편, 특정 지점에서 바라보면 흩어져 있던 형상들이 둥근 지구의 형태로 합쳐지는 모습을 보여준다.
마지막 작품 ‘더 월’은 바닥에서 천장까지 길게 이어지는 검정색의 금속 조각으로, 조각의 최하단에는 병뚜껑을 바닥으로부터 솟아오르는 형태로 엮어 부서지는 파도와 암석 봉우리를 형상화했다.
이 작품의 검은 표면 뒤로는 다양한 색의 모자이크 사이로 은빛의 구조가 드러나는데, 이러한 선과 결, 검정과 총천연색의 조합을 통해 문화적 다양성과 혼종성에 대한 작가의 관심을 살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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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작품을 멀리서 보면 이번 전시의 상징들인 달, 돛, 파도, 지구, 벽이 만들어 내는 한 폭의 풍경이 나타나는 한편, 각각의 작품에 가까이 다가갈수록 병뚜껑의 로고들이 드러나며 재료를 둘러싼 역사, 그리고 식민지 무역로를 기반해 쌓아 올려진 산업화의 현주소를 밝힌다.
현대자동차 관계자는 “현대 커미션을 통해 예술가 엘 아나추이는 역사와 문명, 산업이 거대한 전 지구적 환경 속에서 상호작용해 온 과정을 탐색하도록 이끈다”며 “인류 공동의 현재 그리고 미래에 대한 전 지구적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