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잡은 LG엔솔-도요타, 북미 전기차 시장서 '윈-윈'

LG엔솔, 5대 완성차 공급망 구축...도요타, 전동화 전략에 속도

디지털경제입력 :2023/10/05 15:13    수정: 2023/10/05 15:16

이한얼, 김재성 기자

LG에너지솔루션과 세계 완성차 1위 기업 도요타 간 전기차 배터리 공급 계약은 양사 모두에게 윈-윈(Win-Win) 전략이 될 것이란 평가가 지배적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번 계약으로 명실공히 스텔란티스, GM, 현대자동차, 혼다 등 세계 5대 자동차 그룹에 전기차 배터리를 공급하는 기업으로 올라서게 됐다.

국내 기업 역사상 북미에서 8곳의 배터리 공장을 모두 가동하는 공급망도 구축하게 됐다. 지난 30여년간 리튬이온 배터리 분야에서 쌓아온 경험을 바탕으로 혁신적인 전력 솔루션을 공급하는 배터리 기업이라는 위상을 미국과 일본 자동차 기업으로부터 인정받은 셈이다.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이 “이번 계약은 북미 지역의 생산 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또다른 큰 기회”라고 평가한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다.

도요타 bZ4X (사진=도요타)

LG에너지솔루션은 이번 공급 계약에 따라 기존 미국 미시간주 홀랜드시 공장에 4조원을 신규 투자해 도요타 전용 배터리 공급라인을 증설한다는 계획이다. 연간 20GWh 규모이며 공급기간은 2025년부터 2035년까지다. 도요타의 전동화 전략 계획과 딱 맞아떨어진다. 자금 확보를 위해 유상증자도 준비 중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최근 9억7천만달러(약 1조3천107억원·보통주 1펀202주)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한다고 공시한 바 있다. 나머지 자금은 회사의 유동성 자산을 통해 충당한다는 방침이다. 

LG에너지솔루션 북미 생산공장 지도

LG에너지솔루션은 도요타에 하이니켈 NCMA 파우치셀이 탑재된 모듈을 공급한다. 전기차 가격 하향이 대세가 됐지만 LFP(리튬·인산·철)가 아닌 고가형 배터리를 공급한다는 것은 LG에너지솔루션의 기술력이 한 층 올라왔다는 평가다. 일본의 전통적인 배터리 기업 파나소닉을 제치고 도요타와 손을 잡았다는 점도 고무적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혼다와 JV를 설립한 데 이어 일본의 양대 자동차 기업과 동맹 관계를 완성했다.

LG에너지솔루션 CI
도요타 로고 (사진=도요타)

도요타, 전동화 전략에 속도...2030년까지 30종 출시, 연간 350만대 생산 목표

도요타 입장에서는 이번 LG에너지솔루션과의 협력을 통해 전동화 비전에 한층 속도를 내면서 안정적인 배터리 공급망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또한 그동안 세계 1위 완성차 기업이라는 위상에 걸맞지 않게 전동화 시장 진입에 늦었다는 시장의 우려도 어느 정도 불식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도요타는 2030년까지 전기차 30종을 출시하고 연간 최대 350만대 전기차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도요타는 지난해 달성했던 총 1천만대 생산량을 전기차로 전환하기 위해 배터리 공급량 확보를 최우선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도요타는 오는 2025년부터 미국 켄터키 공장에서 생산되는 신형 전기차 모델을 포함해 향후 북미 시장 모델에 LG에너지솔션이 공급하는 배터리를 탑재할 예정이다. 도요타 켄터키 공장의 연간 생산 능력은 55만대다. 도요타 북미 내 공장은 4곳으로 연간 생산량은 134만8천대다. 이미 전기차를 생산하고 판매하는 중국 183만9천722대와 합치면 도요타가 제시한 목표 생산량과 근접해진다.

도요타는 현재 미국에 렉서스 RZ450e, 도요타 bZ4X를 판매하고 있다. 중국 현지 모델 bZ3X를 포함하면 앞으로 약 27종의 모델이 남았다. 도요타가 생산량은 입증된 만큼 전기차 생산을 위한 배터리 공급망은 향후 더욱 확대될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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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요타는 이미 파나소닉과 합작 회사인 프라임플래닛에너지앤솔루션즈로 배터리 생산을 하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 350만대 생산량을 달성하려면 추가적인 공급이 필수적이다. 실제로 도요타는 닝더스다이(CATL)의 배터리를 bZ4X에 사용하기도 했다. bZ3X에는 비야디(BYD)와 공동개발한 배터리를 탑재했다. 이번 계약으로 도요타가 멀티패스웨이(다양한 선택지) 전략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2030년까지 앞으로 약 6년밖에 남지 않았고 코로나19,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등 외부 요인으로 생산량 부진을 겪었던 것을 미리 예방하는 조치일 가능성도 높다. 

특히 도요타는 배터리 합작법인을 세우는 것과 함께 기술협력이나 공급계약을 체결하는 등 투-트랙으로 안정성을 추구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