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개발(R&D) 데이터저장소인 리포지터리(repository)를 구축한 기관이 4대 과학기술원 중 KAIST가 유일했고 출연연의 경우 25곳 가운데 17곳인 것으로 나타났다.
2일 더불어민주당 정필모 국회의원(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은 과기정통부와 국가과학기술연구회에서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이 같이 집계됐다고 밝혔다. 또 다수 기관이 리포지터리를 구축하고 있지만, 이를 국가연구데이터플랫폼(DataON)에 연계한 경우는 매우 적었다고 덧붙였다.
'데이터온(DataON)'이 운영된 지 4년 가까이 됐지만 이 플랫폼에 연구데이터를 연계한 출연연은 한국천문연구원,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한의학연구원, 한국지질자원연구원, 한국항공우주연구원 5곳뿐이었다. 4대 과학기술원의 경우 한 곳도 연계하지 않았다. 4대 과학기술원은 올해 하반기까지 KAIST를 중심으로 연구데이터 연계를 위한 플랫폼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데이터온'은 연구실험과정에서 생산된 데이터를 수집·관리하고, 연구자 간 데이터 공동활용과 연구 생산성 향상에 기여할 목적으로 2020년 시작된 사업이다. 연구데이터를 생산·보존하고 활용하기 위한 계획인 데이터관리계획(Data Management Plan, DMP) 수립도 지지부진했다고 정 의원은 덧붙였다.
DMP는 과제 수행 시 연구데이터의 체계적인 관리를 위해 꼭 필요한 요소다. 과기정통부는 2019년 9월 '국가연구개발사업의 관리 등에 관한 규정'에 DMP 정의와 제출 사항 등을 반영한 바 있다. 출연연별로 살펴보면, 2023년 상반기 국가R&D과제 DMP 수립 비율이 50%를 넘은 경우는 전체 25곳 중 14곳이였다. 녹색연, 표준연, 기계연, 재료연 4곳은 DMP를 수립한 과제 자체가 전무했다고 정 의원은 밝혔다.
또 4대 과기원의 경우 연구데이터 관리 수준이 전체 출연연 평균보다 훨씬 낮았다. KAIST는 2023년 상반기 1829건의 국가R&D과제를 수행하면서 단 87건만 연구데이터 관리계획을 제출해 DMP 수립 비율이 4.8%에 그쳤다. UNIST는 DMP 수립 비율이 6.6%에 불과했고, GIST(1.8%), DGIST(1.7%) 2곳은 DMP 수립 비율이 2% 미만이었다.
정 의원은 "과기원들은 국가R&D과제 중 중앙행정기관이 필요하다고 인정한 경우만 DMP를 수립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데이터관리계획 수립을 확대하거나 의무화하지 않는 한 과제를 수주한 기관이 이를 따를 필요가 없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 지원으로 R&D 과제를 수행하는 만큼 기관들 스스로가 연구데이터를 공공자산으로 인식하고 책임감 있게 관리할 필요가 있다"면서 "울산과학기술원의 경우 일부이긴 하지만 자체연구사업 29개를 대상으로 DMP를 시범 적용하는 등 개선 노력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연구결과뿐만 아니라 연구과정의 데이터를 개방하는 오픈사이언스 정책이 세계적 추세다. 우리나라도 DMP, DataON 등 연구데이터 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연구데이터 연계·활용에 앞장서야 할 기관들의 참여가 매우 지지부진한 상황"이라면서 "개방형 연구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국가R&D과제의 대표 수행기관인 출연연과 4대 과학기술원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수"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