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 25%, 의사 폭력 경험…"조심할 수밖에"

박승미 교수 연구팀 논문, '한국간호교육학회지'에 게재

생활입력 :2023/09/05 09:03

온라인이슈팀

간호사 4명 중 1명은 최근 6개월 사이에 의사로부터 물리적 또는 언어적 폭력이나 성희롱 같은 '직장 폭력'을 당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는 간호사 당사자는 물론 환자 진료 등에도 영향을 미치는 만큼 병원의 대응 체계가 강화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5일 간호계에 따르면 박승미 충북대 간호학과 교수 연구팀(곽은주 혜전대 간호학과 교수·이예원 강북삼성병원 간호본부 간호사·박은준 한국방송통신대 간호학과 교수)은 '병원간호사의 직장 폭력 경험 실태 및 대응 체계에 대한 인식'을 주제로 한 논문을 한국간호교육학회지에 최근 게재했다.

© News1 DB

박승미 교수 연구팀은 지난 2022년 11월 14일부터 12월 22일까지 전국의 40개 병원 간호부에 연구계획서를 제출해 자료 수집에 대한 승인을 얻었고 연구 참여에 자발적으로 동의한 간호사 1000명에게 직장 내 폭력 경험에 대해 물었다.

연구에 참여한 간호사의 50.3%(503명)는 상급종합병원 소속이고, 종합병원 38%(380명), 병원 11.7%(117명) 등이다. 근무 부서는 일반 병동 42.5%,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병동 18%, 외래 16%, 중환자실 15.1%, 응급실 8.4% 등이었다.

조사에 응한 간호사의 71.1%(711명)가 가해자와 그 유형에 상관없이 적어도 한 번 이상 직장 폭력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그중 환자 등(보호자·간병인)에 의한 직장 폭력은 전체 응답자 중 68.9%(689명), 의사에 의한 직장 폭력 29.5%(295명), 간호사 동료에 의한 폭력 또한 29.3%(293명)로 나타났다.

전체 응답자(1000명) 중 24.6%(246명)가 최근 6개월 내 의사로부터 폭력을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폭력을 유형별로 보면 전체 응답자 중 21.1%(211명)가 물리적 폭력, 23.6%(236명)가 언어폭력을 경험했다고 했다. 최근 6개월 내 동료 간호사에게 폭력을 경험한 간호사도 21.4%(214명) 있었다.

간호사가 의사에게 경험한 물리적 폭력의 종류(중복응답 가능)로는 △험상궂은 표정을 지음(73.2%) △화를 내며 병동을 돌아다님(69.9%) △병원 물건을 발로 참(14.2%) △물건을 던지려고 함(5.7%)이 있었다.

언어로는 △강압적 어조(82.1%) △반말(76.8%) △소리 지름(66.3%) △직종에 대해 무시하는 말(58.5%)로 나타났다. 최근 6개월 새에 의사에 의한 성희롱 경험은 4%(40명)였고, 성희롱 유형(중복 가능)은 △육체적 2.1%(21명) △언어적 1.6%(16명) △시각적 0.5%(5명)로 조사됐다.

의사로부터 직장 내 괴롭힘을 경험한 간호사는 7.4%(74명)로 나타났다. △6.9%(69명)가 업무적으로 괴롭힘을 당했고 △업무 외 괴롭힘 1.7%(17명) △집단 괴롭힘 1.3%(13명) 등으로 파악됐다.

8월23일 건국대학교 충주병원 보건의료노조가 의사가 간호사에게 성희롱과 폭언을 했다고 주장하며 병원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가해자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2023.8.23/뉴스1 © News1 윤원진 기자

업무적 괴롭힘의 종류(중복응답 가능)로는 △자신의 업무 떠넘기기(82.4%) △과도한 업무 지시(71.6%) △업무 능력·성과 인정하지 않기(55.4%) △일을 안 주거나 허드렛일 시키기(32.4%) 등으로 집계됐다.

특히 간호사의 대응 방법은 가해자가 누구인지에 따라 다소 차이가 났다. 간호사는 동료 간호사가 가해자면 상급자에게 보고하거나 직접 반박하는 등 적극 대응했으나, 의사가 가해자일 경우 무시하거나 그런 일을 다시 당하지 않으려고 조심스럽게 행동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례로 의사에 의한 물리적 폭력에 △별일 아닌 척 넘어간다(31.3%) △재발하지 않도록 조심했다(26.8%)거나, 언어폭력에 △무시(38.6%)했다는 것. 반면 동료 간호사에게 물리적 폭력을 당했다면 △상급자에게 보고(58.4%)했으며 △직접 불쾌감을 표시(45.8%)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직장 내 폭력 대응체계에 대해 전체 응답 간호사의 69.5%(695명)가 '알고 있다'면서도, 이 가운데 대응 체계가 효과적이라는 응답은 16.3%(113명)에 그쳤다. 그 이유로는 '문제가 해결될 것 같지 않다'(60.7%), '신고자의 비밀 보호를 기대할 수 없다'(51.2%)는 점을 들었다.

대학병원 교수 등이 간호사 등을 상대로 성희롱과 폭언을 저질렀다는 폭로와 징계 요구는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공론화에도 불구하고 병원 측이 해당 교수를 감싸며 사건을 조용히 종결시키려 한다는 의혹도 뒤따르고 있다.

연구팀은 "간호사는 의사의 폭력에 대해 소극적인 행동을 보였다. 문제해결에 대해 회의적임을 엿볼 수 있었다"면서 "언어폭력 가능성을 낮추기 위해 의사소통을 피하게 된다면 환자 진료에 상당한 위험을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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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팀은 "비밀 보호, 공정한 조사를 기대하기 어려워 신고를 포기할 수 있다. 폭력관리 담당 인력 등을 별도로 운영하거나 외부 전문기관과 계약해 대응 체계를 운영할지 검토해야 한다"며 "직장 폭력을 범한 의료진 처벌, 피해의료인 인권 보호, 조직 문화 개선 등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제공=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