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가능? 달에 고립된 우주비행사의 사투 '더 문'

8월 2일 개봉···영화 속 설정 과학으로 풀어보기

과학입력 :2023/07/31 14:02    수정: 2023/07/31 20:54

달에 고립된 우리 우주비행사를 구조하기 위한 사투를 그린 영화 '더 문'이 내달 2일 개봉한다. '신과 함께' 시리즈로 쌍천만 관객 신화를 쓴 김용화 감독이 연출하고, 도경수, 설경구, 김희애 등 탄탄한 배우들이 출연한다.

영화는 2029년을 배경으로 한다. 우리나라 최초 유인 달 착륙 임무를 위해 출발한 '우리호'가 태양 흑점 폭발로 인한 우주 폭풍으로 고장을 겪고, 유일하게 살아남은 황선우 대원(도경수 분)은 달에 착륙해 미션을 마치고 지구로 돌아가기 위해 분투한다.

영돠 '더 문' (사진=CJ ENM)

이미 몇해 전 발사체 폭발로 달 착륙 미션에 나선 우주비행사를 잃었던 적이 있기에, 지상의 나로우주센터 연구원들 역시 잇달은 우주 재해와 사고에 맞서 황선우 대원을 살리기 위해 전력을 다한다.

적당한 감동 코드와 적당한 신파를 생생한 달 표면 묘사와 역동적 우주 액션에 버무려 익숙한 듯 새롭고, 새로운 듯 익숙한 영화를 만들어냈다.

영화는 영화로 즐기는 것이 가장 좋지만, 우주와 과학을 소재로 한만큼 영화 속 주요한 계기가 되는 사건과 설정들을 살펴보는 재미도 찾아보자.

■ 태양 폭풍 재앙 얼마나 강한가?

모든 사건의 발단은 강력한 태양 흑점 폭발로 우주 폭풍이 일면서 우리호와 지상 사이 통신이 끊기고 우리호 기체에 문제가 생긴 것이었다.

태양면 폭발 등 태양 활동의 결과로 우주선이나 지자기에 급격한 변화가 이는 태양 폭풍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 태양의 핵융합 과정에서 방출되는 빛과 플라즈마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태양의 이러한 활동으로 우주에서도, 지구와는 다른 형태이긴 하지만, 기상 현상이 일어난다. 태양의 흑점 활동은 우주 폭풍을 예측하는 주요 지표가 된다.

영화 '더 문' (사진=CJ ENM)

이런 현상이 일어나면 위성 통신에 장애가 생기거나 지상의 변압기가 지자기 교란 때문에 고장이 날 수 있다. 작년 2월엔 스페이스X가 발사한 스타링크 위성 43기 중 40기가 지자기폭풍에 휘말려 궤도에 오르지 못하고 추락하기도 했다.

역대 최강 태양 폭풍으로는 1859년 발생한 '캐링턴 사건'이 꼽힌다. 에너지 폭발이 워낙 강력해 극지에서만 보이는 오로라가 적도 인근 콜롬비아에서 보였다는 기록이 있을 정도다. 당시엔 전자기기가 없던 시절이라 큰 피해는 없었으나, 전보 통신망은 타격을 입었다.

우리호와 지구 교신을 가로막을 수준의 우주 기상 악천후는 충분히 일어날 수는 있는 일이다. 다양한 방법으로 우주 기상을 예측하지만, 돌발적 상황은 모두 예측하기는 어렵다. 경희대 우주과학과 이성환 연구원은 "태양 활동을 예측할 시그널을 관측해 미리 예보를 한다"라며 "하지만 마치 일기예보에 오차가 있듯, 우주기상을 정확히 예상하기는 어렵다"라고 말했다.

■ 유성우가 쏟아진다?

달에서 탐사 임무를 수행하던 황선우 대원을 곤란에 빠뜨린 것은 때마침 쏟아진 유성우이다. 유성우란 혜성의 궤도에 천체가 진입하면서 혜성 잔해물이 지표에 떨어지는 현상이다. 지구엔 대기가 있어 혜성 잔해가 불타 사라지면서 낭만적 풍경만 남지만, 대기가 희박한 달에선 유성우가 그대로 떨어진다. 마침 현장에 누군가 있다면 재앙이 될 수 있다.

영화 '더 문'의 월면차 장면 (사진=CJ ENM)

다만 유성우 궤적은 충분히 예측할 수 있기 때문에, 유성우가 떨어질 가능성이 있는 시기에 달 탐사를 시도한 것은 현실성이 떨어진다 볼 수 있다. 이를 방어하기 위한 설정이 영화에 제시되기는 한다.

■ 우주 국제 기구에서 한국이 밀려났다? 

영화에서 우리나라는 모종의 이유로 국제 우주 기구에서 축출되어 기술 개발도 스스로 해야 했고, 재난 상황에서 해외 협력을 받기도 어려운 상황으로 그려진다.

현재 특정 국가를 우주 개발에 참여시키거나 축출하는 결정권을 갖는 기구는 없다. 다만, 우주 개발을 주도하는 선도국 간 암묵적 규칙이나 표준은 있다. 서구 선진국들이 참여한 미사일기술통제체제(MTCR)이나 미국 국제무기거래규정(ITAR)은 미사일 기술 및 부품을  비회원국과 거래하거나, 미국산 부품이 들어간 위성이나 발사체 개발을 제한한다. 누리호를 자체 기술로만 개발해야 했던 이유다. 우리나라는 최근 미국과 협의해 이같은 규제를 완화하기로 했다.

영화 '더 문'에 묘사된 지상 관제센터 (사진=CJ ENM)

현재 우주 질서에 대한 국제적 약속은 세계 107개 국가가 참여해 1967년 발효된 '외기권 우주조약'이 대표적이다. 달과 다른 천체를 어느 국가나 자유롭게 탐색하고 이용할 수 있으며, 특정 국가가 점유할 수 없다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미국은 민간 중심 우주 경제 활동을 추구하는 뉴스페이스 시대에 맞춰, 아르테미스 협정 등을 통해 우방국 위주의 새 우주 질서 확립에 나서고 있다. 2025년 유인 달 착륙을 목표로 하는 미국 '아르테미스 계획'에 참여하려는 국가는 아르테미스 협정에 서명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2021년 세계 10번째로 이 협정에 서명했다.

한편 중국은 2030년 달에 연구기지를 만든다는 '국제 달 과학연구기지(ILRS)'를 추진하며 러시아와 아프리카, 남미 국가들의 협력을 구하고 있다. 박시수 스페이스레이더 대표는 "우주 개발과 탐사, 연구개발 등에 있어 가치를 공유하는 나라를 중심으로 참여시키려는 경향이 보인다"라고 말했다.

■ 루나 게이트웨이 영화에 첫 등장?

영화에선 황선우 대원을 구하기 위해 미국의 달 궤도 우주정거장 루나 게이트웨이의 협력을 요청하는 장면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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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트웨이는 미국이 아르테미스 계획의 일환으로 건설을 추진 중인 우주정거장이다. 2025년 말 건설을 시작한다눈 목표다. 향후 지구에서 게이트웨이로 우주인을 실어 보내고, 게이트웨이에서 다시 착륙선에 옮겨 타 달로 내려가는 방식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다만, 2025년 아르테미스 계획 3단계에선 게이트웨이를 쓰지 않고 스페이스X의 스타십과 NASA의 오리온 우주선을 활용한다. 

아르테미스 계획의 일환으로 건설되는 우주정거장 게이트웨이의 상상도. 오리온 우주선이 우주정거장에 접근하고 있다. (자료=NASA)

한편 영화에선 우리나라가 2029년 세계 2번째로 유인 달 착륙에 성공하는 것으로 나온다. 그러나 실제 우리나라 목표는 2032년 무인 달 착륙이며, 이 착륙선을 싣고 갈 차세대 발사체를 2031년까지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유인 달 착륙은 아직 계획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