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 알고리즘 바꿔도 '양극화' 안 없어진다

메타 내부 데이터 분석 결과···'에코챔버 주범' 기존 상식 뒤집어

과학입력 :2023/07/28 09:02    수정: 2023/07/28 10:39

페이스북과 같은 소셜미디어는 사용자를 에코 챔버에 가두고 양극화를 부추긴다는 비판을 받는다. 이는 민주주의 사회의 걸림돌이라는 비판이 적지 않다. 

그러나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알고리즘을 바꿔 편향적 콘텐츠에 대한 노출을 줄여도 사용자가 본래 가진 생각은 좀처럼 변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셜미디어는 사람들의 생각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 요소들 중 하나일뿐이고, 소셜미디어의 문제를 일거에 없앨 마법의 해결책은 없다는 이야기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운영하는 메타가 외부 연구자들에 데이터를 제공, 2020년 미국 대선 운동 기간 중 소셜미디어의 영향을 분석한 대규모 연구 결과가 공개됐다. 4편의 논문으로 나뉘어 27일(현지시간) 학술지 '네이처'와 '사이언스'에 게재됐다.

■ 알고리즘 바꿔도 정치적 의견 변화는 없어 

미국 펜실바니아대학 연구진이 2020년 대선 기간 중 미국의 성인 페이스북 사용자 2억 800만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실제로 보수적 성향과 진보적 성향의 사용자는 타임라인에 노출되거나 직접 소비하는 콘텐트에 큰 차이가 있었다. 또 보수 성향 사용자들이 가짜뉴스를 더 많이 보는 경향이 있었다.

(이미지=메타)

사용자의 선호를 반영하는 추천 알고리즘이 양극화를 부추긴다는 비판도 있다. 하지만 인공지능 알고리즘에 의한 추천이 아니라 시간 순서에 따라 게시물을 노출해도 사용자는 큰 영향을 받지 않았다. 프린스턴대학 등 연구진은 페이스북 사용자 2만 3천명과 인스타그램 사용자 2만 1천명의 동의를 얻어, 이들 중 일부에게는 최신 게시물이 먼저 노출되도록 타임라인을 조정했다.

알고리즘 추천을 중단하자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사용 시간은 크게 줄었으나, 사용자의 정치적 의견이나 성향의 차이가 좁혀지는 효과는 거의 없었다. 온라인 청원이나 집회 참석 등 정치적 행동도 늘거나 줄지 않았다. 또 시간순 노출이 도리어 정치적 게시물이나 신뢰성 낮은 콘텐츠 노출을 늘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 입맛 맞는 게시물 노출 줄여도···

비슷한 의견을 가진 페이스북 친구의 게시물이 타임라인에 덜 뜨게 하는 실험에서도 사용자의 정치적 태도 변화는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 연구진은 페이스북 사용자 2만 3천여 명의 타임라인에서 비슷한 성향을 가진 것으로 분류되는 친구의 게시물 노출을 3분의 1 수준으로 줄이고, 다양한 성향의 콘텐트 노출을 늘였으나 사용자 성향에 유의미한 변화는 보이지 않았다.

페이스북 사용자 중 타임라인에 비슷한 생각을 가진 친구의 게시물이 75% 이상을 차지하는 경우는 전체의 20.6% 정도이고, 절반이 넘는 56.2%의 사용자는 비슷한 성향 친구의 게시물이 타임라인의 25-75% 사이였다.

유럽 의회에서 증언하고 있는 마크 저커버그. (사진=씨넷 영상 캡처)

또 페이스북에서 양극화를 부추기는 요소 중 하나로 꼽히는 '게시물 공유' 기능을 제거해 보아도 사용자 의견에 큰 변화를 끌어내지 못 했다. 공유 기능이 사라진 후 정치적 사안에 대한 지식 수준이 떨어졌다는 사용자 반응만 늘었다.

■ 메타와 협력해 연구

다만, 이들 연구가 대선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시기 수 개월 동안 이뤄진 점이 결과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은 있다. 이 시기에는 정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지지나 반대 의사를 굳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 연구 프로젝트를 주도한 조슈아 터커 뉴욕대 '소셜미디어와 정치 센터' 국장은 "에코 챔버 효과를 줄이거나 소셜미디어의 담론 수준을 높이기 위해 제안된 방법 중 일부는 2020년 대선 기간 중 큰 영향을 미치지 못 했다"라며 "다만 이 연구로는 지금까지의 10-15년 간 장기적 영향에 대해선 알 수 없다"라고 '네이처'에 밝혔다.

또 메타가 제공한 데이터에만 의존했다는 점도 주의할 필요가 있다. 메타의 실제 데이터를 사용했다는 점에서 간접적 방식으로 사용자 행태를 추정해야 했던 기존 연구보다 진일보했고, 메타도 광범위한 데이터를 공개했지만, 여전히 연구자가 직접 자유롭게 모든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던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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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는 이번 연구를 통해 소셜미디어의 영향에 대한 이해를 넓혔다는 입장이다. 닉 클레그 메타 글로벌정책 부문 사장은 "메타 플랫폼의 핵심 기능이 해로운 편향성을 일으키는 유일한 요인이라는 증거는 거의 없음이 드러났다"라고 말했다.

이번 4건의 논문은 메타가 외부 연구자들과 함께 진행한 16건의 연구 중 일부이다. 나머지 연구들도 향후 공개된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