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 사전 지정 운용 제도(디폴트옵션)이 지난 12일 본격 시행된 가운데 적립금
상위 5개 기관이 은행에 모두 쏠린 것으로 조사됐다.
사전 지정 운용 제도는 퇴직연금 적립금을 운용할 금융상품을 결정하지 않을 경우 사전에 정해둔 운용방법으로 적립금이 자동 운용되도록 하는 제도이다. 예를 들어 개인형퇴직연금(IRP)를 1년 만기 예금으로 운용하다가 만기가 끝나면, 새 상품을 선택해야 한다. 하지만 사전 지정 운용 제도로 운용자는 만기 전 자신이 선택한 금융 상품으로 퇴직연금이 자동으로 운용된다.
26일 고용노동부와 금융업계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으로 사전 지정 운용 제도를 선택한 퇴직연금 적립금은 약 1조1천19억원으로 1분기 대비 8천억원이 늘었다.
퇴직연금 사전 지정 운용 상품을 실제 판매하는 총 31개 사업자 중 상위 5개 기관이 모두 은행이었다. 사전 지정 운용을 선택한 전체 퇴직연금 적립금 중 88.6%가 은행 적립금이었다. 즉, 향후 퇴직연금을 은행 상품으로 운용해달라는 금융소비자가 많다는 것이다. ▲신한은행 3천333억원 ▲KB국민은행 3천118억원 ▲하나은행 1천476억원 ▲농협은행 1천203억원 ▲우리은행 636억원 순이었다.
퇴직연금을 보수적으로 운용하길 원하는 금융소비자도 대부분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사전 지정 운용 가입자 200만명 중 177만명은 초저위험 상품을 선택했다. 초저위험 상품은 원금 보장이 되는 예금성 상품이다. 전체 적립금 중 9천393억원이 초저위험 상품의 적립금이다. 이는 은행 전체 사전 지정 운용 적립금과 비슷한 규모다.
업계서는 퇴직연금 사전 지정 운용 제도가 수익률 제고를 위해 만들어진 제도라는 점을 감안했을 때 그 취지가 살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초저위험 상품의 1개월 수익률은 0.28%에 지나지 않고, 어떤 운용을 하지 않아도 되는 예금성 상품에 적립금이 쏠리고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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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업계서는 이 같은 판도가 변하긴 어렵다고도 입을 모은다. 금융투자사 관계자는 "최근 급변하는 경제 상황에 더욱 퇴직연금을 보수적으로 굴리길 원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면서 퇴직연금은 은행에 쏠리게 될 것"이라며 "당분간은 초저위험형 장기 상품의 선택이 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