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새벽배송 플랫폼들의 기업공개(IPO)가 연이어 미뤄지는 등 얼어붙었던 이커머스 시장에 긍정적인 신호들이 감지되고 있다. 패션 버티컬 기업들이 대규모 투자 유치, 흑자 전환, 영업 손실 개선 등의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
패션 플랫폼 무신사가 2천억원 이상 규모의 시리즈 C 투자를 유치해 기업 가치 3조원대에 올랐다는 발표가 이뤄진 날, 여성 패션 플랫폼 에이블리도 상반기 흑자 전환 성공 소식을 알렸다.
무신사·에이블리·지그재그 세 플랫폼 모두 지난해 매출이 늘었음에도 영업이익이 일제히 감소해 수익성에 물음표를 받았지만, 올해는 성장성·수익성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복안이다.
무신사, 기업가치 3조원 등극…에이블리·지그재그 수익성 잡기 총력
무신사는 사모펀드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자산운용사 웰링턴매니지먼트로부터 2천억원 이상 규모 시리즈 C 투자를 유치했다고 19일 밝혔다. KKR이 주도한 이번 시리즈에서 무신사는 3조원 중반대 기업 가치를 평가 받았다. 투자자들은 국내 온라인 패션 성장성을 보고 이번 투자를 결정했다는 전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패션 부문 온라인 쇼핑 거래액은 전년보다 3.3% 증가한 49조8천158억원 규모로 약 50조원에 육박한다. 이 가운데 무신사는 투자 소식을 알리며 “한국 온라인 패션 시장이 지속 성장하고 있는 가운데 톱티어 플랫폼으로서 경쟁력을 인정받은 결과”라고 설명했다.
IPO 추진을 앞둔 무신사는 이번 투자로 유치한 실탄을 온오프라인 사업 영역 확대, 글로벌 지식재산권(IP) 확보, 신사업 인수합병 등에 사용할 계획이다.
아직 무신사가 구체적인 IPO 목표 시점을 밝히지는 않았으나, 업계는 회사가 조만간 상장 주관사 선정 등 본격적인 IPO 채비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무신사는 지난달 SSG닷컴 재무관리 담당 최영준 상무를 데려와 최고재무책임자(CFO)로 기용한 바 있다. 최 CFO는 SSG닷컴 재직 당시 IPO 추진에 앞장선 인물로 알려졌다.
무신사 매출은 2021년 4천613억원에서 지난해 7천83억원으로 급성장했으나,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585억원에서 32억원으로 줄어들었다. 판관비 증가, 자회사 솔드아웃 적자 심화, 주식보상비용 등이 반영된 탓이다. 무신사는 올해 수익성 제고·국내 온오프라인 사업 중심에 주력하며 일본 등 해외 사업도 시동을 건다는 계획이다.
여성 동대문 패션 플랫폼 에이블리도 같은 날 상반기 흑자 전환 소식을 알렸다. 이번 흑자는 3월 월 손익분기점 달성 이후 4개월 연속으로 이어진 것이다. 에이블리에 따르면, 이는 비용 축소로 만든 단기적 성과가 아닌 인공지능(AI) 추천 알고리즘 강화, 리빙, 뷰티, 푸드 등 카테고리 확장 등 복합적 요인으로 만들어진 성과다. 주요 매출원은 아니지만 에이블리는 플랫폼 광고 매출도 거두고 있다. 에이블리는 비수기인 6월 최대 매출 성과를 거둔 만큼, 패션 성수기인 하반기에도 흑자 운영이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올해 초 500억원 규모 투자를 받은 에이블리는 연내 시리즈 C 투자 유치도 계획 중이다. 아울러 회사는 올해 아시아, 북미 등 해외 시장 판로도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에이블리는 일본 서비스 ‘아무드’를 운영 중이다.
카카오스타일이 운영하는 지그재그는 적자가 계속되고는 있으나 올해 들어 수익성을 제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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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그재그는 올해 1분기 매출액을 전년 동기 대비 70% 이상, 거래액 전년 대비 15% 늘리면서도, 매출액 대비 영업 손실 비중도 전년 대비 50% 이상 개선했다. 특히 올해 4월 매출액 대비 영업손실 비중은 약 10%로 손익분기점에 근접했다는 설명이다. 지그재그는 올해 계속해서 IT 강화를 위한 투자를 지속하면서도, 서비스 외형 성장과 마케팅 비용 효율화를 통해 영업 손실 폭을 줄여나가겠다는 복안이다.
패션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패션 플랫폼들이 위축된 이커머스 시장 속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며 “AI 추천 강화, 카테고리 확장 등 경쟁력 강화를 통해 거래액, 매출은 물론 수익성까지 잡고자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