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한결의 인디픽] 지팡이게임즈 "중요한 건 출시까지 꺾이지 않는 마음"

지팡이게임즈 송해솔 대표·조학현 개발자 인터뷰

디지털경제입력 :2023/07/17 12:40    수정: 2023/08/25 15:38

인디게임이 글로벌 게임산업 신성장동력으로 부상한 가운데 독창성과 참신함을 매력으로 게임 이용자를 사로잡은 작품도 속속 늘고 있습니다. 국내 게임업계에도 인디게임 산업 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지디넷코리아는 한국 인디게임의 발전을 위해 동분서주하는 사람들을 소개합니다. [편집자주]

2021년 출시된 인디게임 '턴택'은 남아메리카 아즈텍 신화를 배경으로 한 이국적인 분위기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퍼즐 플랫포머로 만들어진 이 게임은 독창적인 분위기와 감각적인 빛의 활용으로 게이머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았다.

턴택을 제작한 지팡이게임즈는 최근 차기작으로 '해태: 가디언즈(해태)'를 공개했다. 이 작품은 해태의 도움을 받은 세자가 환난에 빠진 조선을 구한다는 스토리를 기반으로 삼고 있다.

(왼쪽부터) 지팡이게임즈 조학연 개발자와 송해솔 대표

해태는 마물을 상대로 전투를 벌이는 등 전작에 비해 역동적인 액션요소가 크게 늘어났다. 지난해 연말 열린 버닝비버와 지난 5월 개최된 플레이엑스포에서 이 게임은 많은 이용자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았다.

지디넷코리아는 지난 5일 판교 스마일게이트 캠퍼스에서 지팡이게임즈 송해솔 대표, 조학연 개발자와 만났다. 두 사람은 차기작에 대한 정보와 인디게임 개발에 대한 내용 등 다양한 소재에 대해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전했다.

송 대표와 조 개발자는 지난 2012년 대학교 입학 때 처음 만났다. 음악동아리를 함께하며 친해졌던 두 사람은 2016년 창업 동아리를 함께 하며 동업의 길을 걷게 됐다. 게임공학을 전공한 두 사람은 자연스레 게임 개발을 하게 됐다고 과거를 회상했다.

송 대표는 "사실 인디게임 개발을 하겠다는 거창한 뜻을 품고 팀을 꾸린 것은 아니었다. 우리가 처음 창업 동아리를 꾸렸던 시기에는 리니지 라이크 장르의 게임이 대세였다"며 "지금처럼 개발자 급여가 높은 것도 아니였기에 '그럴거면 내 게임을 만들어서 파는 게 낮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생각처럼 게임개발이 쉽지만은 않았다. 조 개발자는 "사실 사람들이 턴택이 2021년 출시된 게임으로 알고 있는데, 처음으로 공개된 것은 2018년 얼리엑세스(미리해보기) 서비스를 통해서다"라며 "다만 게임 완성도와 퀄리티가 떨어진다는 생각이 들어서 2019년부터 다시 2년 동안 게임을 모두 뜯어고쳤다"고 말했다.

송 대표는 "우리도 본격적으로 멘토링을 받고, 체계적으로 게임 개발에 대해 배우기 시작했다"며 "지금의 턴택과 이전의 턴택은 사실상 별개의 작품이라고 보는 게 맞다. 리메이크 작이라고 이해하시면 좋을 것 같다"고 부연했다.

좋은 평가를 받은 조명 부분과 게임 배경을 아즈텍으로 삼은 이유에 대해 묻자 두 사람을 서로 얼굴을 보더니 동시에 웃음을 터뜨렸다.

조 개발자는 "턴택을 만들 때 대부분의 자료를 에셋스토어에서 받아서 재배치를 했는데, 각각의 물체가 개성이 너무 강해서 이를 융합하기 위해선 색을 죽여야 했다. 그리고 이를 좀 있어 보이게 표현하려고 조명을 사용했다"며 "이 과정에서 조명의 중요성을 깨닫게 됐고, 심미적인 중요성이 게임에서 얼마나 큰 역할을 하는지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송 대표는 "아즈텍 문명을 사용한 것도 어찌보면 참신함을 위해서 선택한 부분이 있다. 아즈텍 문명의 인신공양 문화가 우리 게임 세계관과 잘 맞아 떨어진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레퍼런스가 많지 않아서 과감하게 창작을 할 수 있었지만, 한편으로 왜 중세 판타지 세계관을 차용한 게임이 많은 지 알 수 있었다"고 소회를 전했다.

전작으로 참신한 세계관을 선보였던 두 사람은 차기작으로 조금 더 대중적인 장르를 선보이기로 했다.

송 대표는 "턴택 출시 후 머리를 식힐 겸 경복궁을 가게 됐는데, 해태 동상을 보게 됐다. 해태는 궁을 수호하는 전설의 동물이지 않나. 그래서 해태가 세자를 도와 마물의 침공을 받은 조선을 구하는 스토리로 게임을 만들면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프로토타입 테스트를 한 번 해봤는데, 각이 나오는 것 같아서 지난해 6월부터 본격적으로 개발에 들어갔다"고 말헀다.

이어 "대략적으로 메인 스테이지 파트 하나가 개발이 거의 끝난 상황이고, 앞으로는 게임 퀄리티를 올리는 곳에 집중하면 될 것 같다. 게임 출시는 내년 12월을 목표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송 대표는 "지난번 플레이엑스포에서 이용자들이 그래도 게임을 즐겁게 플레이한 것 같다. 조금 난이도가 있었던 것 같은데, 이 부분은 어느정도 의도한 부분이 있다. 특히 우리가 공을 들인 웃음포인트를 이용자들도 재밌게 받아들인 점은 기분 좋았다"며 "BIC에서는 수정본을 들고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두 사람은 올해로 인디게임 개발 8년 차를 맞이했다. 결코 짧지 않은 기간동안 개발에 매진하면서 다사다난한 일을 겪기도 했다고 얘기했다.

조 개발자는 "돌이켜보면 인디개발자로서 가장 뿌듯했던 순간은 내 이름으로 게임을 출시했다는 것이다. 지금이야 게임을 낸다는 것이 쉬워졌다는 해도, 모든 게임 개발자들은 자기 이름으로 작품을 출시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인데 우리는 그것을 이른 시기에 이뤘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낭만적인 부분을 걷어내면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더 많은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게임 개발 자체의 난이도도 높고, 결국에는 금전적인 문제가 가장 크게 다가오는 것 같다"며 "해외의 경우 인디개발자들이 돈에 얽매이는 경우가 조금 드문 편이다. 경력있는 개발자가 나와서 인디 스튜디오를 차리는 경우도 많고, 그런데 한국은 이러한 인프라가 다소 부족한 것 같다. 특히 이제 막 개발에 뛰어드는 사람들이 인디씬으로 뛰어는 경우도 많아서 이런 점이 더 두드러지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송 팀장은 "냉정하게 말하면, 인디게임 시장에서 쉽게 성공할 수 있는 방법이 딱히 없는 것 같다. 매번 게임을 만드는 순간이 어렵고 고통스럽다는 생각이 든다"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두 사람은 인디게임 개발에 발을 들인 이상 최소한 게임을 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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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개발자는 "일단 출시까지 버텨야 한다. 그래야 세상사람들이 알아준다. 인디게임 시장은 약육강식이 아닌 적자생존으로 돌아간다. 결국 한 번의 기회는 온다"고 말했다.

송 대표는 "말했던 것처럼 나 역시 신작을 개발하는 기간은 매번 고통스럽고 힘들다. 다만 그럼에도 중요하게 생각하는 한 가지가 있다.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이다"며 "중요한 것은 출시까지 꺾이지 않는 마음이다"라며 응원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