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와 같은 생성형 초거대 언어모델 인공지능이 일자리를 빼앗을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특히 과거의 기술 혁신들과는 달리 전문직 종사자의 입지가 흔들리고, AI를 잘 활용하는 소수 상위층이 다른 사람을 밀어낼 것이란 예측이 많이 나온다.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연구진이 챗GPT가 지식 노동의 대표적 업무인 전문적 글쓰기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는 실험을 실시했다. 업무에 챗GPT를 적용한 결과 전반적인 생산성이 높아졌고, 실력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의 작업 품질 격차를 줄이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난 눈길을 끈다.
이 연구는 13일(현지시간) 학술지 '사이언스'에 실렸다.
미국 MIT 경제학과 샤케드 노이 교수 연구팀은 연구자와 연구실험 참가자를 연결해 주는 '프롤리픽'이란 온라인 플랫폼에서 대학 교육을 받은 전문직 종사자 453명을 모아 글쓰기 과제를 수행하게 했다.
보도자료나 업무 보고서 작성, 분석 작업 기획안, 민감한 내용의 이메일 쓰기 등 지식노동자가 직장에서 흔히 하게 되는 글쓰기 업무를 20-30분 안에 수행하라는 과제가 2개씩 주어졌다.
이중 절반에게는 챗GPT를 써도 좋다고 알려줬다. 첫번째 과제가 끝난 후 챗GPT를 사용할 수 있게 했다.
침가지들에겐 기본 보상 10달러에 더해 결과물의 질에 따라 최대 14달러의 추가 보상을 제공했다. 이는 시급으로 따지면 평균 17달러로, 프롤리픽 작업의 평균 시급 12달러에 비해 높았다.
챗GPT를 써도 좋다는 지시를 받은 그룹의 80%가 실제로 이를 과제에 활용했다. 이 그룹은 과제 수행 시간이 40% 줄었을뿐 아니라, 결과물의 품질도 18% 개선됐다. 품질은 외부 평가자가 평가했다.
특히 챗GPT를 활용한 그룹에선 실력이 모자란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사이의 격차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챗GPT를 쓰지 않은 첫번째 과제에 비해 두번째 과제에서 참가자들의 점수 차이가 좁혀졌다.
챗GPT가 초급 지식노동자의 수요를 줄여 전문직 종사자 내 양극화를 불러오리란 예상이 나오지만, 생성 AI가 도리어 이들 간 실력 격차를 줄이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음을 시사한다.
또 참가자 대부분은 챗GPT기 생성한 결과물을 그대로 제출하거나, 간단한 수정만 했다. 그러나 챗GPT의 초안을 시간을 들여 꼼꼼히 수정한 참가자의 결과물과 큰 품질 차이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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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등 조직이 생성 AI를 받아들이는 방식에 따라서 인공지능 기술이 미치는 영향이 어떨게 바뀔 지에 대한 추가 연구는 필요하다. 이번 연구는 개인이 각자 독립된 과제를 수행하는 방식이라 조직이 받을 영향을 살펴보긴 힘들었다. 생성 AI가 노동이나 생산성에 미칠 장기 영향을 보기 어렵다는 한계도 있다.
노이 교수는 "챗GPT 등장으로 AI 기술이 경제와 노동 시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이 연구는 이러한 질문들에 답하기 위한 첫 단추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