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중국)=이나리 기자] 삼성전자가 글로벌 폴더블 스마트폰 시장에서 독주하고 있는 가운데, 후발주자에 속하는 화웨이, 오포, 비보, 샤오미 등 중국 제조업체들도 빠르게 점유율을 넓혀 나가고 있다.
중국 제조업체들이 내놓은 초기 폴더블폰은 제품 완성도면에서 삼성전자 보다 뒤떨어진다는 평가가 있었다. 하지만 중국 상하이 주요 쇼핑거리인 난징동루에 위치한 화웨이, 오포 체험 매장에서 최신 폴더블폰을 직접 체험해 보니, 디스플레이 주름, 내구성 측면에서 기대 이상으로 우수했다. 중국 제조업체의 폴더블폰은 1세대를 거쳐 2세대 제품을 출시하면서 기술이 향상된 것으로 보인다.
화웨이, 폴더블폰 점유율 2위…더 얇은 폴더블폰 내놨다
화웨이의 상하이 최대 체험 매장인 화웨이 스토어에서는 폴더블폰 ‘메이트X3’와 ‘P50포켓’을 주력으로 전시하고 있었다. 메이트X3은 지난 3월에 공개된 최신 폴더블폰으로, 중국 시장에 공급되다가 지난 5월 말 유럽 시장에도 출시됐다.
메이트X3의 전체적인 디자인은 폰을 안으로 접는 인폴딩 방식이라는 점에서 삼성전자의 갤럭시Z폴드4와 동일했다. 메이트X3의 커버 화면 크기는 6.4인치(화면 비율 20.9:9)로, 해상도 2504 x 1080를 지원하고, 본체를 펴면(메인 화면) 7.85인치(화면 비율 8:7.1)에 해상도 2224 x 2496 화면이다. 바깥 화면, 메인 화면 모두 120Hz 주사율이다. 갤럭시Z폴드4의 커버 화면은 6.2인치, 메인 화면은 7.6인치이며, 120Hz 주사율을 지원한다.
화웨이 메이트X3의 두께와 무게는 갤럭시Z폴드4 보다 더 얇고, 가벼웠다. 메이트X3를 펼쳤을 때 두께는 5.3mm며 무게는 239g이라면, 갤럭시Z폴드4의 두께는 6.3mm, 무게는 263g이다.
배터리 용량도 메이트X3가 4800mAh 용량을 탑재해 갤럭시Z폴드4(4400mAh) 보다 더 많았다. 또 메이트X3의 유선과 무선 충전 속도는 각각 66W와 50W로 더 빠르다. 갤럭시Z폴드4의 유선 충전 속도는 25W다.
폴더블폰의 단점으로 여겨지는 화면이 접히는(주름) 힌지부분은 육안으로 보기에는 두제품간 큰 차이를 느끼지 못했다. 메이트X3을 45도 정도로 접어도, 폰이 자동으로 접히거나 펼쳐지지 않고 각도를 유지해 줬다. 힌지의 각도를 고정하기 어려웠던 전 제품과 달리, 플렉스 스톱(Flex Stop) 기능을 갖춰 힌지의 각도를 임의로 고정할 수 있다.
다만 메이트X3에는 갤럭시에 적용된 ‘언더 디스플레이 카메라(Under display camera)'가 없다는 점에서 삼성이 우위를 보였다. UDC는 디스플레이 아래에 전면 카메라가 들어가 있으나, 사용자에게는 안 보이도록 해주는 고난도 기술이다.
삼성전자는 갤럭시Z폴드3에 폴더블폰 중 처음으로 UDC 기술을 적용했으며, 갤럭시Z폴드4에는 기능이 더 개선되면서 몰입감 있는 동영상 시청을 지원한다. 반면 메이트X3는 UDC가 없어서 화면에서 카메라 펀치홀 부분이 눈에 거슬렸다.
후면 카메라의 사양은 비슷하나, 전면(셀피) 카메라는 화웨이 제품의 화소가 더 높다. 메이트X3 후면에는 5천만 화소 메인 카메라, 1천300만 화소 초광각 카메라, 1천200만 화소 망원 카메라로 구성된 트리플 카메라를 탑재했으며, 전면에는 800만 화소 카메라가 배치됐다. 갤럭시Z폴드4는 5천만 화소 메인 카메라, 1천200만 화소 초광각 카메라, 1000만 화소 망원 카메라로 트리플 카메라가 탑재됐고, 전면 카메라는 400만 화소다.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는 두 제품 모두 퀄컴 스냅드래곤 8+ 1세대가 탑재됐다. 하지만 갤럭시Z폴드4는 5G 통신을 지원하지만, 메이트X3은 미국의 기술 제재 때문에 5G 통신은 지원 안되고 4G LTE만 지원한다는 점에서 다르다.
화웨이 스토어에서 “5G는 지원되지 않는 것이냐”고 질문하자, 매장 직원은 “LTE 통신만으로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데 전혀 불편함이 없다”고 응대했다.
운영체제도 다르다. 삼성이 구글 OS를 사용한다면, 화웨이는 구글 안드로이드 OS를 사용하지 않고, 자체 개발한 하모니 OS를 사용한다.
가격은 화웨이 제품이 더 비싸게 판매되고 있었다. 6월 30일 기준으로 화웨이 스토어에서 메이트X3 256GB가 1만2천999위안(236만원), 512GB가 1만3천999위안(약 254만원), 1TB가 1만 5천999위안(약 290만원)이다.
상하이에 위치한 삼성전자 갤럭시 스토어에서는 갤럭시Z폴드4 256GB이 1만5천999위안(290만원)으로 출시됐지만, 1만1천999위안(217만원)으로 할인해 판매하고 있었다. 이는 이달 신제품 갤럭시Z5 시리즈 공개를 앞두고 있어 할인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 밖에 화웨이 스토어에는 갤럭시Z플립와 같은 클램쉘 타입의 ‘P50 포켓’이 판매되고 있었다. P50 포켓은 2021년 12월 중국 시장에만 출시됐으며, 무역규제로 인해 LTE만 지원한다.
오포, 삼성 보다 먼저 플립에 '대화면 커버 디스플레이' 채택
상하이 오포 매장에는 폴더블폰으로 ‘파인드N2플립(클램쉘)’과 ‘파인드N2(북타입)’을 주력으로 선보였다. 두 제품은 지난해 12월 23일에 출시된 제품이다.
파인드N2플립은 삼성전자 갤럭시Z플립 보다 먼저 대화면 커버 디스플레이를 채택했다는 점에서 주목받은 제품이다. 파인드N2플립의 커버 디스플레이는 3.26인치, 갤럭시Z플립4의 커버 디스플레이는 1.9인치다.
힌지 부분도 완성도가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 파인드N2플립을 45~110도 사이의 각도로 펼치면 쓰러지지 않고 스스로 고정될 수 있었다. 주름도 스마트폰 화면을 볼 때 큰 불편함이 없는 정도였다. 이는 삼성전자의 갤럭시와 비교해 기술격차를 느낄 수 없는 수준이었다.
파인드N2플립의 배터리 용량과 고속 충전도 갤럭시 보다 더 많고 빠르다. 파인드N2플립이 4300mAh 배터리, 유선 고속충전 44W를 지원한다면, 갤럭시Z플립4은 3700mAh 배터리, 유선 고속충전 25W을 지원한다. 파인드N2플립 무게는 191g으로 갤럭시Z플립4(263g) 보다 가볍다.
카메라 스펙에서도 오포가 더 높은 화소를 지원한다. 파인드N2플립 후면에는 5000만 화소 메인 카메라,800만 화소 초광각 카메라고 구성돼 있고, 전면(셀피)에는 3200만 화소 카메라다. 갤럭시Z플립4 후면에는 1200만화소 초광각 카메라, 1200만 화소 듀얼 픽셀 카메라가 탑재됐으며, 전면 카메라는 1000만 화소다.
파인드N2플립의 AP는 미디어텍 디멘시티 9000+이 탑재됐다는 점에서 아쉬웠다. 갤럭시Z플립4에는 퀄컴 스냅드래곤 8+ 1세대가 탑재됐다.
북타입 폴더블폰 파인드N2을 살펴보면, 한 손으로 잡았을 때 세로 길이가 더 짧아서 그립감이 갤럭시Z폴드4 보다 좋게 느껴졌다. 파인드N2은 5.54인치 커버 디스플레이와 7.1인치 메인 디스플레이 가지고 있으며, 무게는 237g으로 갤럭시 폴드 대비 가볍다. 갤럭시Z플립4의 커버 디스플레이는 1.9인치, 메인 디스플레이는 6.7인치, 무게는 263g이다.
중국 현지 판매 가격은 오포의 폴더블폰이 갤럭시보다 더 저렴하다. 6월 30일 기준으로 오포 스토어에서 파인드N2플립이 ▲8GB RAM+256GB이 5천999위안(108만원) ▲12GB RAM+256GB이6천399위안(116만원)으로 판매된다.
상하이에 위치한 삼성전자 갤럭시 스토어에서는 갤럭시Z플립4이 ▲8GB RAM+256GB 7천499위안(136만원)으로 출시됐지만, 현재 5천999위안(108만원)으로 할인되고 있었다. ▲8GB RAM+512GB은 8천499위안(154만원)으로 출시됐고, 현재 6천999위안(127만원)으로 판매 중이다.
올해 폴더블폰 출하량 55% 증가...삼성 67% 점유율, 화웨이 20% 전망
지난 몇 년간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중국 업체들이 완성도를 높이면서 빠르게 삼성의 점유율을 점령해 왔듯이, 향후 폴더블폰 시장에서도 빠른 성장이 예상된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폴더블폰 출하량은 올해 1천980만대로 전년(1천280만대) 보다 55% 성장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폴더블폰 시장에서 82% 점유율로 독보적인 1위를 기록했으며, 올해 출하량은 1330만대로 67% 점유율이 예상된다.
지난해 화웨이의 폴더블폰 시장 점유율은 10% 안팎이었고 올해는 20%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 밖의 오포, 비보, 샤오미 등 중국 업체의 폴더블폰은 3~5% 점유율을 차지할 전망이다. 올해는 구글, 모토로라, 원플러스까지 폴더블폰 시장에 진입함으로써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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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삼성전자는 예년 보다 2주 앞당겨 이달 26일 서울에서 ‘갤럭시 언팩’을 개최하고 폴더블폰 갤럭시Z5 시리즈를 공개한다. 올해 하반기에는 삼성전자를 비롯해 9개 신모델 폴더블폰이 출시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