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글로벌 1위 완성차 업체인 토요타와 베트남 시장에서 한판 붙었다. 현대차가 일본차의 텃밭인 베트남 시장에서 올해 누적 판매량 1위로 거듭나면서다. 정의선 회장이 직접 베트남에 방문하는 현장 행보를 펼치는 등 현지 시장을 포함한 동남아시아 시장에서 지배력 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토요타의 글로벌 판매량에서 알 수 있듯이 판매 채널이 많아질수록 판매량은 많아진다. 대당 이익이 높아지는 현대차는 시장 확대가 절실한 상황이다. 특히 현대차가 전동화 전환에 앞선 만큼 가까운 시일 내 전기차 인프라 구축이 가능한 베트남 시장 등 동남아 시장에 ‘선택과 집중’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베트남에서 총 2만2천903대를 판매해 누적 판매량 1위에 올랐다. 토요타는 2만1천547대를 판매해 2위를 기록했다.
현대차는 지난 2017년 베트남 시장에 처음 발을 들였다. 현대차는 베트남 탄콩그룹과 생산합작법인 ‘HTMV’를 설립하고 경차 그랜드 i10, 아반떼, 투싼, 싼타페 생산을 시작했다. 이후 성공적인 안착을 바탕으로 출범 2년 만인 2019년 판매량 1위를 기록했다.
HTMV는 2020년, 2021년 각각 8만1천368대, 7만518대를 판매하며 3년 연속 정상의 자리를 지켰다. 하지만 지난해 전년 대비 15.7% 성장한 8만1천582대를 판매했음에도 9만2천625대를 판매한 토요타에 밀려 2위를 기록했다.
HTMV는 베트남 시장에서 입지를 확실히 다지기 위해 지난해 11월 HTMV 2공장을 새로 준공했다. 다음달부터는 아이오닉5를 현지에서 생산한다. 이로써 현지 생산은 아이오닉5 포함 베뉴, 팰리세이드 등 4개 모델을 추가해 총 12개 모델로 늘어날 예정이다.
현대차가 최근 시장 확대에 나서는 이유는 판매량 증대에 있다. 토요타는 현재 전 세계 170개 이상의 국가와 지역에서 판매된다. 강력한 지역 장악력을 바탕으로 3년 연속 글로벌 판매 1위를 차지했다.
현대차의 외연 확장도 이러한 전략을 구사하려는 것으로 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토요타는 지난해 전 세계에서 1천50만대를 판매했다. 토요타의 일본 현지 판매량이 9.6% 줄었지만, 해외에서 판매량을 높여 1위 자리를 공고히 한 것이다. 로이터는 “지난해 공급 제약임에도 아시아에서의 강력한 수요와 북미 등 다양한 지역의 생산 능력 최적화가 글로벌 생산량을 5% 증가시키는 데 도움이 됐다”고 보도했다.
베트남은 동남아시아 4위 규모의 자동차 생산국이자 판매국이다. 성장성이 보장된 시장이기도 하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의 베트남 순방에 동행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을 포함해 재계의 현지 투자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정 회장은 베트남의 명문대학인 하노이 국립대학교 호아락 캠퍼스에 방문해 산학 협력 방안을 논의한 바 있다. 베트남에서 현지 교감을 확대하고 시장 내 지위를 공고히 하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현대차는 지난 4월 동남아 최대 자동차 생산국인 태국에도 현지 법인을 설립하고 현지 1위 업체인 토요타에 도전한다.
현대차가 앞으로 내세울 전략은 선택과 집중으로 분석된다. 현대차는 지난 20일 인베스터 데이를 통해 중국 사업 재편을 공개했다. 판매 라인업을 축소하고 제네시스와 팰리세이드 등 고급 SUV 중심 위주로 정비하겠다는 구상이다. 공장도 기존 5개에서 2개 공장만 남겨둘 예정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중국 공장은 글로벌 모델 생산을 통해 신흥 시장 수출 확대를 진행할 방침"이라며 "중국 사업은 수익성 제고와 이미지 개선을 추진해 반전을 꾀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가 부진을 겪고 있는 중국 시장에 힘을 줄이고 전동화가 상대적으로 늦은 일본 시장에서 기회를 찾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의 경우 자체 전동화가 빨라 점유율을 늘릴 수 있는 파이가 적지만 일본에서는 새로운 수요에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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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현대차는 최근 일본 현지 라이프스타일 콘텐츠 기업 ‘컬처 컨비니언스 클럽(CCC)’과 무공해 차량(ZEV) 모빌리티 라이프스타일 공동 서비스 발굴에 협력하는 업무협약을 맺었다. 전기차와 수소차를 포함하는 ZEV 체험을 늘려 일본 소비자에게 직접 다가가겠다는 의지로 분석된다.
현대차 관계자는 “현대차의 모빌리티 역량과 CCC의 콘텐츠를 결합해 일본을 넘어 아세안 등 글로벌 시장에서도 활용할 수 있는 체험 플랫폼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