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서브컬처 게임이 연달아 중국시장 공략에 나선다. 2010년대 후반부터 중국은 서브컬처 종주국에 준하는 일본과 버금가는 규모의 잠재력을 지닌 시장으로 성장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시도를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최근 몇 년 동안 국내 게임사들은 퀄리티 높은 서브컬처 작품을 선보였고, 이 가운데는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입증한 게임도 여럿 포함됐기 때문이다.
23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스마일게이트 자회사 슈퍼크리에이티브가 개발하고 즈룽게임이 퍼블리싱한 에픽세븐은 중국 애플 앱스토어 매출 순위에서 9위를 차지하고 있다. 중국 외자판호를 받은 국내에서 개발한 모바일 게임이 애플 앱스토어 매출 10위권 내에 올라선 것은 에픽세븐이 처음이다.
에픽세븐은 지난 2018년 국내 서비스를 시작했다. 구글 플레이스토어 기준 매출 최고 2위를 기록했으며 최근까지 매출 30위권에 오르는 등 성공적으로 서비스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12월 외자판호를 받은 이후 사전예약 이벤트로 400만명을 모집하며 인기를 입증했다.
스마일게이트에 따르면 현지 이용자들은 에픽세븐의 고퀄리티 전투 연출과 OST를 좋게 평가했다. 특히 디테일한 사전 현지화를 통해 글로벌에서 서비스되는 대부분의 콘텐츠를 중국 버전에 그대로 선보인 점도 큰 호응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재훈 스마일게이트 이사는 "사전 예약에 400만명이 넘는 이용자들이 참여하는 등 론칭 전의 큰 기대가 이렇게 좋은 성과로 이어지게 되어 너무 기쁘다"며 "초반 흥행에 안주하지 않고 더욱 좋은 서비스를 선보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에픽세븐의 초기 성과로 중국 서비스를 앞둔 다른 서브컬처 게임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진 상황이다. 현재 넥슨게임즈의 '블루 아카이브', 넷마블의 '일곱 개의 대죄: 그랜드 크로스(7대죄)'·'제2의 나라: 크로스월드(제2의나라)'가 외자 판호를 받도 중국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넥슨게임즈가 개발한 블루 아카이브는 애니메이션을 연상시키는 세계관과 매력적인 캐릭터, 탄탄한 스토리를 바탕으로 일본 서브컬처 게임 시장에서 인기 순위와 매출 순위 1위를 기록하는 등 돋보이는 성과를 거뒀다. 다양한 컬래버레이션과 굿즈, 코믹북 등 지식재산권(IP) 생태계를 확장한 것은 물론 일본 TV 애니메이션 제작도 진행 중이다.
입맛이 까다로운 일본 서브컬처 게임 이용자들을 만족시켰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이 게임은 2021년 2월 일본을 시작으로 그해 11월 한국, 북미 등 여러 지역에 출시됐다. 블루 아카이브는 일본 양대 마켓 최고 매출 순위 1위, 한국 애플 앱스토어와 원스토어 최고 매출 순위 1위를 거머쥔 바 있다.
글로벌 모바일 데이터 분석업체 센서타워에 따르면, 블루 아카이브는 일본 출시 이후 지난 달 20일까지 전세계 구글플레이 스토어와 애플 앱 스토어에서 3억2000만 달러(약 4229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특히 올해 들어 달성한 매출액은 약 9500만 달러로, 지난해 매출액인 9470만 달러를 약 5개월 만에 달성했다.
넥슨에 따르면 블루 아카이브 중국 사전 예약자 수는 약 260만명에 달하며 지난 3월 31일 공개한 PV 누적 조회수는 430만건을 넘어섰다.
넷마블이 선보일 서브컬처 게임 2종도 기대를 모으는 작품이다. 7대죄는 동명의 애니메이션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해 자회사 넷마블에프엔씨(전 퍼니파우)한 작품으로 주인공 멜리오다스의 여정을 담고 있다. 이 게임은 원작 캐릭터가 사용하는 기술을 높은 퀄리티로 재현해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지브리 애니메이션 풍의 그래픽으로 눈길을 끈 제2의나라도 중국 서비스를 앞두고 있다. 이 게임은 레벨파이브와 스튜디오 지브리가 협력한 판타지 RPG '니노쿠니'를 모바일 RPG로 재해석한 작품으로, 원작의 세계관을 새롭게 구성, 카툰 렌더링 방식의 3D 그래픽을 기반으로 해 극장판 애니메이션을 보는 듯한 재미를 제공하는 게 주요 특징이다.
제2의나라의 게임성은 한국 뿐 아닌 동남아 지역에서 인정받기도 했다. 이 게임은 한국 출시 당시 리니지 IP 모바일 형제과 경쟁해 양대 마켓 매출 1위를 기록한데 이어 대만과 일본 등 아시아 현지 마켓 매출 상위권에 진입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증권가에서는 국산 서브컬처 게임의 중국 진출에 대해 기대감을 드러내고 있다. 김하정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개발사의 매출을 근거로 2019년~2021년 에픽세븐의 글로벌 일 매출이 5억~6억원 수준으로 판단되는 점과 중국 모바일 게임 시장이 글로벌 모바일 게임 시장의 약 40%를 차지한 것을 고려하면 중국 모바일 게임 시장 경쟁 압력 우려에도 불구하고 훌륭한 초기 성과를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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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블루 아카이브의 일 매출은 역주행을 기록한 올 1분기 기준 10억원 안팎, 올 2분기 기준 8억원 안팎으로 추정되므로 중국 출시 경우 연간 10억원 수준의 일평균 매출 기대가 가능하다"라고 전망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국산 서브컬처 게임이 글로벌 시장에서도 어느 정도 경쟁력을 입증했다. 다만 아직까지 중국에서는 이런 것이 통할까에 대해서는 의문부호가 있었다"면서 "첫 주자인 에픽세븐이 스타트를 잘 끊어서 후발주자들도 기대할 수 있는 부분이 커진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