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에서 남성성을 부여하는 것은 Y 염색체다. 세포 속에 남성은 X와 Y 염색체가 짝을 이룬 성염색체를 갖고 있고, 여성의 성염색체는 X 염색체만 두 개 갖는다.
남성이 나이가 듦에 따라 세포 속 Y 염색체의 손실이 일어나며, 이는 암이나 심장병, 알츠하이머 등 여러 질병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노화로 인해 Y 염색체에 손상을 입으면 암세포가 인체 면역 체계를 보다 쉽게 회피해 방광암 예후가 보다 빨리 나빠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Y 염색체에 손상이 있는 경우, 항암 치료를 위한 면역관문억제제의 효과는 더 커졌다.
면역과 암의 관계에 대한 이해를 넓혀 항암 치료에 기여하리란 기대다.
미국 시더스-사이나이 암연구소 연구진의 이 연구 결과는 학술지 '네이처'에 21일(현지시간) 실렸다.
그간 몇몇 종류의 암에서 Y 염색체 손상이 관찰된 바 있으며, 방광암의 경우 10-40%의 경우 Y 염색체 손상이 발견된다.
연구진은 남성 방광암 환자를 방광을 절제했으나 면역관문억제제 치료는 받지 않은 그룹과 면역관문억제체 치료를 받은 두 그룹으로 나누었다. 그 결과, Y 염색체에 손상이 있는 환자는 첫번째 그룹에선 예후가 더 안 좋았으나 두번째 그룹에서는 전반적인 생존률이 더 높았다.
이같은 결과의 원인을 찾기 위해 연구진은 쥐를 대상으로도 실험을 진행했다. 암세포를 면역 체계에 노출되지 않는 배양접시에서 키우는 한편, 외부 병원균 등 항원을 잡아먹는 면역 T세포의 일종이 없는 유전자 조작 쥐 몸 안에서도 암세포를 키웠다. 면역에 문제가 있는 이 두 경우엔 Y 염색체 손상 여부에 상관 없이 암세포 성장 속도가 비슷했다.
반면, 정상적 면역 체계를 가진 쥐는 Y 염색체가 없는 경우 암세포 성장 속도가 훨씬 빨랐다.
논문 교신저자인 댄 시어도어스큐 교수는 "면역 체계의 작동 여부가 Y 염색체 손상 효과의 핵심"이라며 "Y 염색체 손실이 일어나면 T세포 고갈로 암과 싸우지 못해 암세포가 빨리 자라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불행 중 다행으로 Y 염색체 손상이 있는 방광암세포는 진행이 빠르지만, 면역관문억제 치료가 더 잘 듣는 것으로 나타났다.
면역관문억제 치료는 정상 세포까지 공격하는 위험을 막기 위해 면역 작용을 제한하는 면역관문 기능을 억누르는 항암 치료법이다. 이렇게 하면 고갈된 T세포를 되돌리는 등 면역 세포를 활성화시켜 항암 기능이 강해진다. 방광암의 주요 치료법 중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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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 염색체 손실은 암세포가 면역 체계를 회피하기 위해 개발한 적응 전략인 것으로 연구진은 보고 있다. 암과 면역 체계 사이의 관계에 대한 추가 연구를 통해 항암 기능을 떨어뜨리는 T세포 고갈을 원천적으로 막는 방법을 찾을 수도 있을 것으로 연구진은 기대했다.
시어도어스큐 교수는 "이 연구를 통해 일부 암이 성별에 따라 예후가 다른 이유와 치료법 등을 발견하는 길이 열리긴 바란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