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젠 "국내 첫 챗봇 기업···글로벌 기업도 우리 음성엔진 사용"

김남현 대표 인터뷰···"올해 매출 100억 돌파···2025년 상장 추진"

인터뷰입력 :2023/06/21 08:36    수정: 2023/06/21 15:20

 "한국에 진출한 일본계 글로벌 기업이 우리 음성엔진 기술을 사용해 AI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국내를 넘어 세계 최고 AI통합플랫폼 서비스 전문기업으로 성장하겠습니다."

국내 첫 챗봇기업이라 불리는 엘젠의 김남현 대표는 20일 지디넷코리아와 인터뷰에서 이 같은 포부를 밝혔다. 'AI로 세상을 움직이는 기업'이라는 슬로건을 갖고 있는 이 회사는 2014년 11월 설립됐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지자체(대구시)의 민원 시스템과 콜센터(두드리소)를 통합한 주인공으로 두드리소상담로봇(뚜봇)을 연속 사업으로 개발해 시선을 모았다. 엘젠이 국내 첫 챗봇기업이라 불리는 이유다.

특히 한국에 진출한 일본계 글로벌 기업이 이 회사가 개발한 음성 엔진을 사용해 AI컨택센터(AICC)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국내 벤처기업이 개발한 AI 핵심엔진을 일본계 글로벌 기업이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올 4월에는 미국 챗GPT와 유사한 'AI 노트(AI Note)' 서비스를 출시하며 B2C 시장에도 진출했다. 'AI 노트'는 음성을 텍스트로 변환해줄 뿐 아니라 통역도 가능하다. 또 '캐릭터별대화' '나의 할일'과 약자를 위한 '동행 톡' 등 6가지 서비스를 196개국 언어로 지원한다. 엘젠은 '전공'인 음성인식 기술을 활용해 광주광역시 등에서 '스마트 키오스크' 사업도 활발히 펼치고 있다.

김남현 엘젠 대표는 "AI엔진 및 서비스 경력이 국내 기업 중 최고"라면서 "올해 처음으로 매출 100억대 돌파를 예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군(軍)에서 처음 IT와 인연을 맺었다. 해군사관학교를 졸업하고 해병대에서 통신장교로 근무했고 2001년부터  IT계에서 다양한 기술과 경험을 쌓았다. 김 대표가 기업가가 되기로 한 건 정주영 전 현대그룹 회장의 '소떼 방북'을 보고나서다. 그 모습이 너무 멋있어 "나도 저런 기업가가 돼야지"하는 마음을 먹었다. 이에 그는 해병대 장교 제대 후 동기와 선배들이 대부분 대형 SI기업에 간 것과 달리 궂은 일이 기다리고 있는 중소기업에 취직, 사장의 꿈을 키웠고 마침내 2014년 11월 7일 엘젠이라는 기업을 세상에 내놓았다.

김남현 엘젠 대표가 그동안 받은 특허증을 배경으로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회사 이름 '엘젠'은 기독교적인 이름이다. '엘'은 하나님이라는 뜻의 히브리어다. '젠'은 창조(제네시스)를 뜻한다. 즉, 엘젠은 하나님의 창조라는 뜻이다. 김 대표는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미치는 회사가 돼야 되겠다는 생각에서 엘젠을 설립했다"면서 "스톡옵션으로 직원들한테 강남에 있는 집을 사주는게 목표이며 소망이다'고 들려줬다.

음성인식과 자연어 처리 전문기업인 엘젠은 여러 제품을 개발해 보유하고 있다. ▲아이 콜봇(i-AICC) ▲아이스마트K(i-SMART K) ▲AI 노트(AI NOTE) ▲V-Chat(음성챗봇플랫폼)가 대표적이다. 이중 'i-AICC'는 콜센터 등에서 전화를 받으면 고객의 소리를 인식해 실시간으로 텍스트로 전환해주고 대화도 하는 통합 AICC 패키지다. 김 대표는 "SI형태의 AICC사업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는 아이템"이라고 밝혔다. 'i스마트 K'는 '똑똑한 키오스크'로 음성으로 사용할 수 있고 영상과 연동해 판매, 안내, 홍보 등을 통합적으로 제공하며 음성과 자연처리가 로컬에서 처리되는 특징을 갖고 있다. 'AI 노트'는 챗GPT 같은 제품으로 음성을 텍스트로 전환해준다. 196개의 다국어를 지원하는 AI서비스로 점차 입지를 넓혀가고 있다. B2C뿐만 아니라 특정기관(군,관민 등)의 AI비서로도 적용된다.

김 대표는 "챗봇'이라는 용어가 보편화하지 않던 시절 '뚜봇'이라는 통합챗봇을 처음 만들어 지자체에 공급했다"면서 "지자체 사업자가 다른 곳으로 두번 바뀌면서 '뚜봇'이 고도화를 하지 못하고 사라진게 아쉽다"고 토로했다. 엘젠은 최근 사무실을 지하철 2호선 역삼역 인근 팁스타운 S1으로 옮겨 새로운 도약에 나섰다. 아래는 김대표와 일문일답. 김 대표는 "2025년 9월을 목표로 상장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엘젠은 어떤 회사인가

"우리는 음성 인식과 음성 융합, 자연어 처리에 특화한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이러한 엔진을 탑재한 AI 통합 플랫폼 기반에서 여러 사업을 하고 있다. 설립일은 2014년 11월 7일이다."

-해병대 장교 출신인데 엘젠 설립 배경이 궁금하다

"2001년에 해병대 정보통신 장교로 제대했다. 5년간 정보통신 장교로 있으면서 IT와 인연을 맺었다. 보통 우리 출신들이 제대하면 쌍용이나 SDS, LG CNS 같은 대형 SI기업의 국방 사업 쪽으로 간다. 나는 훌륭한 사업가가 되는 게 꿈이여서 대기업 대신 많은 걸 배울 수 있는 중소기업을 택했다. 내 기술을 가지고 있는 사업가가 돼야 겠다고 고등학교때부터 생각을 했다. 당시 정주영 전 현대그룹 회장이 소떼를 몰고 판문점을 넘어가는 걸 봤는데 너무 감동적이였다. 제대후 벤처기업에 간 것도 기술을 더 익히기 위해서였다. 벤처기업서 코딩도 하고 별의 별거를 다 했다. 당시 이런 일들이 창업에 도움이 될거라 생각했다. 전자정부 사업에도 많이 참여했다. 특히 2007년까지 4년간 공공정보화 사업 강자인 어느 중소기업에서 근무하며 지자체 업무를 공무원 이상으로 알게됐다."

-한국에 질툴한 일본계 글로벌 기업이 엘젠 엔진을 사용하고 있는데...

"트랜스코스모스라는 일본계 글로벌 기업이다. 1956년 설립한 비즈니스 프로세스 아웃소싱(BPO) 전문회사다. 우리나라를 포함해 세계 33개 국가에 진출했고 세계에 거점 수도 168곳에 달한다. 세계 직원은 6만6000명이고 23개 언어로 서비스한다. 2022년 기준 매출은 3조3487억원이고 1997년 도쿄증권거래소 1부에 상장했다. 한국에도 지사인 트랜스코모스코리아를 2001년 설립됐다. 트랜스코모스코리아는 작년 기준 근무직원이 1만100명이다. 2021년 기준 매출이 3641억원이다. 지난 20년간 매출이 꾸준히 성장했다. 주력사업이자 캐시카우는 컨택센터로 전체 매출의 70% 정도를 차지한다. 이 회사의 AICC에 우리가 만든 음성엔진과 챗봇엔진이 사용된다. 트랜스코스모스코리아와는 3년전부터 AICC 사업을 같이하고 있다. 트랜스코스머스코리아는 국내에 약 250개 고객을 보유하고 있다. 다이슨코리아, 벤츠, 애플 등이 고객사다. 다이슨재팬이 우리 기술력을 인정해 한국에 이어 일본서도 사용하려 하고 있다."

-일본에서도 사용하려 한다고?

"일본 시장은 매우 느리다. 인내로 하나하나 함께하며 하고 있다(웃음). 한 5~6년은 봐야 하지 않겠나. 우리 사무실에 UN깃발이 태극기와 같이 있다. 엘젠의 해외 시장 진출 의지를 보여주는 상징물이다. 다이슨재팬과 계약이 이뤄지면 역사적인 일이 될 것이다."

해병대 장교 출신인 김남현 대표가 설립한 엘젠 사무실에는 태극기(오른쪽)와 UN기가 함께 배치돼 있다. UN기는 엘젠의 수출 의지를 상징한다.

-국내 최초 챗봇기업이라는데...

"대구시에 구축한 민원통합관리시스템의 1단계 사업을 수주해 구축했다. 대구시에 앞서 서울시가 다산 콜센터와 민원응답시스템(응답소)를 각각 운영하고 있었는데, 대구시는 이를 통합한 시스템을 만들려 했다. 이 시스템을 내가 제안서를 쓰고 PT를 해서 수주했다. 콜센터와 민원 두 시스템을 통합한 지자체는 대구시가 처음이다. 시스템 이름이 '두드리소'였는데 여기에 우리가 만든 챗봇이 들어갔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공공정보화시스템에 챗봇이 도입된 거다.  당시만해도 클라우드나 인공지능(AI)은 없었다. 챗봇 이름이 '두드리소 상담 로봇'이였는데 이름이 너무 길어 '뚜봇'으로 줄여 불렀다. 서울시 시스템보다 더 우수했다. 러시아가 주최한 공공시스템 경진대회에 나가 상을 받기도 했다. 아쉽게도 우리가 2단계 3단계 사업자가 되지 못하면서 '뚜봇' 고도화가 이뤄지지 않았다. 이 사업이 기반이 돼 2014년 11월 7일 엘젠을 설립했다."

-당시 '뚜봇'이 중앙정부 사업보다 더 유명했다고?

"2016년 3월 알파고 쇼크 이후 중앙부처 차원에서 '뚜봇'과 비슷한 15억원 짜리 AI 과제 3개가 나왔다. 그런데 이 3개 과제보다 '뚜봇'이 더 유명했다. 우리 '뚜봇'이 히트를 한 거다. 행안부가 총 30억 예산으로 두번에 걸쳐 민원 전용 챗봇 사업을 냈고 이게 오늘날 국민 비서 '구피'의 모태가 됐다."

-경찰청에도 음성챗봇을 공급했다

"2021년 11월부터 음성기반 범죄신고 챗봇을 경찰청에 적용했다."

-AICC 사업은 어떤가? 발전소와 대형그룹사에 공급했는데

"AICC의 핵심 엔진은 음성 인식과 자연어 처리다. 이 두 분야는 우리가 오래전부터 해오던거고 잘하는 분야다. 2018년 국내발전소에 최초로 우리 엔진이 들어간 AICC관련 서비스를 공급했다. 이어 2020년 3월에 롯데시네마와 롯데콜센터에도 공급했다. 2019년 1월에는 음성인식과 자연어 처리 기술을 이용해 음성으로 구매할 수 있는 스마트 키오스크를 롯데시네마에 설치하기도 했고 지속적으로 확산 중이다."

-스마트 키오스크 사업은?

"AI기반 스마트 키오스크를 광주광역시를 중심으로 보급하고 있다. 광주시 현지 기업과 손잡고 경로당을 중심으로 스마트 키오스크를 공급하고 있다. 플랫폼과 애플리케이션을 우리가 만들고 하드웨어(기기)는 OEM으로 받는다. 광주광역시에 약 300대 정도가 설치됐고. 대구시에도 공급하려고 준비하고 있다. 수도권으로 상경 한후 세계시장으로도 나갈것이다."

-지난 4월 선보인 AI Note(AI 노트) 사용자는 얼마나 되나

"원래 'AI 노트'는 2021년 12월에 처음 나왔다. B2B로 기획한 서비스인데 챗GPT가 나오면서 B2C도 함께 하고 있다. 챗GPT에 국내 처음으로 음성을 붙여 지난 4월 새로 출시했다. AI통역사, 음성 메모, 나의 일기, 동행톡, 나의 할일 등  6가지 기능이 있다. 사용자는 현재 3만명이 넘는데, 이번달까지 10만명 돌파를 목표로 하고 있다. 최근 덴마크 등에서 회원이 많이 늘었다. 이유는 모르겠다. 우리도 궁금하다(웃음). AI노트는 196개국 언어를 지원한다. B2B로 기업 시장도 정조준하고 있다. 군하고 자동차 쪽에 AI비서와 참모로 적용될 예정이다."

김남현 대표(왼쪽)가 CTO인 김일환 박사와 함께 2023년 슬로건을 배경으로 포즈를 취했다.

-엘젠의 기술경쟁력을 말해준다면

"우리는 음성 인식하고 자연어 처리를 국내에서 제일 오래 한 회사다. 또 우리 엔진은 서버는 물론 엣찌(Edge)단에서 처리가 된다. 다른 경쟁사들은 국책연구소가 만든 엔진을 갖다 쓰기에 오너십이 없다. 우리는 다르다. 자체개발한 덕분에 오너십이 있다. 우리가 국방부에 납품을 한 이유이기도 하다. 엣지를 지원하는 것도 한국에서 우리가 유일한 제품으로 알고 있다. 실제 모 대기업이 인터넷을 끊고 성능테스트(BMT)를 했는데 우리 제품만 잘됐다. 기본적으로 우리는 엣찌에서 작동하고 서버에서도 작동한다. 서버만 작동하는 것보다 인식률이 높다. 특허도 12개나 등록을 완료했다. 올해는 추가로 20개를 더 출원할 계획이다."

-직원 수와 상장 계획은?

"전체 35명이고 대부분 엔지니어다. 상장은 오는 2025년 9월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번 달부터 우리 CFO가 본격적으로 상장 준비에 들어간다. 내년에는 외감(외부감사)도 받을 계획이다."

-수출 현황 및 계획은?

"AI노트가 글로벌 서비스다보니 지난 4월 우리 통장에 처음으로 달러가 꽂혔다(웃음). 아직 수출을 본격적으로 하고 있지 않은데 AI콜센터와 AI노트 이 두 개는 무조건 해외로 갈거다."

-기업 문화는 어떤가

"자율출근제를 비롯해 기본적으로 웬만한 벤처회사들이 하는 건 우리도 다 하고 있다. 특별히 우리는 위탁 교육을 보내준다. 로봇고등학교랑 제휴해 이 학교 학생을 매년 2~3명씩 받고 있는데 이들을 대학교에 보내준다. 대학원도 지원해준다. 대신 일정기간 우리 회사에서 일을 해야 한다. 지금 5명이 이 혜택을 받고 있다. 6명중 5명은 대학교를, 1명은 대학원에 다니고 있다."

-병특 회사인가?

"아직 아니다. 신청하면 될거다. 작년에 자격이 다 됐는데 사정이 생겨 보류했다. 올해 다시 신청할 계획이다."

-직원에게 스톡옵션을 주나?

"스톡옵션을 매년 주고 있다. 내 목표는 직원들이 스톡옵션으로 강남에서 집을 사는 거다."

-올해 매출 목표와 비전은?

"올해 매출은 120억원 정도를 생각하고 있다. 군 출신이다보니 아무래도 방산 분야에 관심이 많다. 우리가 자연어처리에 강점이 있는데 로봇 방산 분야도 이 기술이 꼭 필요하다. 네이버나 구글이 검색서비스를 기반으로 시너지를 내듯 우리도 AI노트를 활용한 여러 서비스를 선보여 국내를 넘어 세계적 AI통합플랫폼 서비스 전문기업으로 도약하고 싶다."

최근 참여한 전시회장서 김남현 대표(맨 왼쪽)가 직원들과 익살스러운 모습으로 사진을 직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