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배달앱 업계는 누구를 위해 상생 외치나

尹 정부 자율규제 협의에 '라이더' 소외...라이더는 '나홀로 외침' 지양해야

인터넷입력 :2023/05/24 14:44    수정: 2023/05/25 08:57

정부와 플랫폼, 자영업자로 구성된 배달 플랫폼 자율분쟁조정협의회가 내달부터 시범 운영된다. 이 협의회는 올 초 윤석열 정부에서 배달 플랫폼 사업자와 입점업주 간 상생을 목적으로 내놓은 자율규제방안의 일환으로, 업계 여러 목소리를 반영해 상생안을 견고히 한다는 취지다. 헌데 협의회에 라이더 자리가 없다. 규제안을 다시 살펴봐도, 라이더에 대한 언급은 일언반구도 없었다. 25조원 규모의 배달 시장을 형성한 공동 주역이 빠진 셈이다.

라이더들은 때론 플랫폼과 자영업자, 때론 점주와 앱 이용자를 연결하는 교두보로서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배달 플랫폼 화두인 배달료를 결정짓는 핵심 주체면서, 상생해야 할 시장 참여자다. 배달 플랫폼과 점주 상생도 중요하지만, 못지않게 라이더와 배달 플랫폼, 라이더와 점주 사이에도 상생을 위한 소통창구가 수반돼야 한다.

(사진=우아한형제들)

배민 전담 라이더들은 이달 들어서만 세 차례 집회를 열고, 부분 파업에 돌입했다. 이들은 9년째 동결된 기본 배달료 3천원을 4천원으로 인상해야 한다고 사측에 요구해 왔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하자 거리로 나섰다. 어린이날 이어, 27일 석가탄신일에도 '배달 중단'을 예고했다. 배민 본사 앞에선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다.

현장을 취재하면서 라이더들이 외친 한 단어가 유독 귀에 맴돌았다. '상생'이다. 라이더들은 배민이 상생을 모른다고 일갈했다. 3조원 웃돈 매출을 내는 업계 선두 기업이 10년 가까이 정체된 수입을 단 1천원 올리는 일이 뭐 그리 어렵냐고 목청 높였다. 라이더 처우 개선엔 뒷짐만 지고 있다며, 불통 경영을 일삼는 ‘악덕 기업’으로 낙인을 찍었다.

그런데 "배민은 상생을 모른다"는 라이더들의 주장이 단순 수익 배분 차원이라면, 동의하기 어렵다. 배민은 라이더를 나 몰라라 하는 기업이 아니다. 일한 만큼 돈 벌 수 있도록 요금 체계를 실거리 기준으로 바꿨고, 보험 사각지대에 놓인 라이더들을 위해 50억원을 내놨다. 서비스를 다각화해 일정 수익도 보장하고 있다.

배달 플랫폼은 시장 참여자들이 얽히고설켜, 배달료 등 시장가격 형성 과정이 꽤나 복잡하다. 플랫폼 사업자의 경우 소속 라이더 외 자영업자와 지역 배달대행업체 소속 배달원들, 그리고 이용자 의견까지 모두 섭렵해야 한다. 업주도 마찬가지다. 치솟은 배달비를 깎으려면, 손해를 감수하거나 라이더 비용 구조를 손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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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관점에서 자영업자 가게 운영 부담을 덜거나 천정부지 배달료를 안정화하려면, 시장 참여자 모두 머리를 맞대며 대화할 수 있는 장(場)이 필요하다. 라이더들은 상생 의미를 되짚어 봐야 한다. 배민에만 따져 물을 게 아니다. 정말 배달 산업이 증진하길 원한다면, 같은 공간에서 수수료 논쟁을 벌일 발언권을 얻는 데 화력을 집중해야 한다.

부디 윤석열 정부는 현장 라이더들의 외침을 반영한 협의회를 꾸리고, 라이더들은 이 안에서 배달 시장 참여자 모두를 위한 상생에 머리를 맞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