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전문기업 솔트룩스를 설립한 이경일 대표는 유튜브 '셀럽'이다. 3년전 세바시에 나와 '인공지능 시대에 더 잘 살 수 있는 방법'을 주제로 한 강연이 유튜브에서 57만 조회를 기록했다. GPT가 한참 화제이던 지난 3월에는 '삼프로TV'에 나와 AI를 설명한 영상이 32만 조회를 보였다.
인하대 공대를 졸업한 그는 23년전 솔트룩스를 세웠다. 대학 4학년때 이미 한일번역기를 만들만큼 개발 실력이 뛰어났다. 그의 대중 강연엔 실업, 인구 등 경제 이야기가 많다. 공대생 '흔적'이 나지 않는다. 경제학을 전공했나? 싶을 정도다. 많은 책을 읽었고 읽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한참 많이 읽을때는 일주일에 한 권, 일년에 50여권을 읽었다"면서 "집 거실 한쪽에 책으로 빽빽한 서가가 있는데 800권쯤 되는 것 같다"고 들려줬다.
솔트룩스는 그가 두번째로 창업한 회사다. 첫 창업은 대학원 때 했다. 석사를 마치며 LG전자에 들어가면서 이 회사를 팔았고 이 돈으로 솔트룩스 전신인 시스메타를 2000년 설립했다. 이후 시스메타는 2003년 모비코인터내셔널과 합병했고, 2005년 7월부터 현재의 솔트룩스라는 사명을 쓰고 있다. 검색 엔진(2002년)과 텍스트마이닝 엔진(2003년)을 국내서 처음으로 상용화했다. 회사 이름 솔트룩스(Saltlux)는 소금(salt)과 빛(lux)의 합성어다. "전문업체에서 200~300개를 추천받았는데 이중 솔트룩스를 택했다"면서 "솔트는 문화적 및 재정적 가치를, 룩스는 첨단 기술과 속도를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2016년 3월 알파고 등장으로 우리나라에 AI 바람이 거세던 2017년 12월 기자는 이 대표를 인터뷰한 적이 있다. 당시 그는 "우리나라가 AI강국이 되려면 한 참 멀었다"고 진단했다. 5년여이 지난 지금은 어떨까? 이 대답이 궁금해 최근 강남구 언주로 소재한 솔트룩스를 찾았다. 5층에 위치한 그의 사무실 문에는 CEO룸 대신 작은 글씨로 '해우소'라는 글씨가 붙어있었다. 해우소는 근심을 더는 곳(解憂所)이란 뜻이다. 이 대표를 만나 솔트룩스의 현재와 내일을 들어봤다.
-2017년 12월 인터뷰때 우리나라가 AI강국이 되려면 한참 멀었다고 했다. 지금은 어떤가?
"강국의 정의가 뭐냐에 따라 달려있다고 생각한다. 현재 우리나라는 AI분야에서 세계 5등 안에는 든다. 기술이나 응용, 사업을 할 수 있는 배경, 정부 관심 등 모든 걸 고려했을때 그렇다."
-정부는 우리나라가 미국, 중국, 이스라엘과 함께 거대AI를 가진 세계 4개국가라고 말한다
"미국과 중국 외의 국가들은 도긴개긴으로 본다. AI강국에 영국을 안 넣을 수 없다. 영국에는 딥마인드와 스테이블AI라는 주목할만 회사가 두개나 있다. 이외에도 영국은 금융 등에서 강하다. 일본도 열심히 한다. 하지만 미국과 중국 빼면 다 거기서 거기라고 생각한다. 1, 2등과 나머지 국가간 격차가 너무 크다. 1~5등을 절대평가 해보면 1등이 100점, 2등이 95점이고 나머지 3~5등은 30~40점대 수준이다."
-AI경쟁력은 알고리즘, 컴퓨팅 파워, 데이터 등 세 가지가 좌우한다. 우리나라가 만든 알고리즘이 없는 것 같다. 우리나라는 왜 AI 알고리즘을 못 만들까?
"몇 가지 이유가 있다고 본다. 첫째는 인재다. 미국 전체의 AI 엔진니어와 수학자들이 엄청나게 많다. 우리나라보다 30배 정도 많은 것 같다. 미국 상위 3% 인력 숫자가 우리나라 전체 인구와 맞먹는 것이다. 상위 3%는 어느 분야든 탁월하다. 미국이 AI에 강할 수 밖에 없다. 둘째는 수학과 과학 같은 기반 기술에서 차이가 난다. 중국도 인력은 많지만 수학이나 통계가 미국에 비해 약하다. 셋째는 비용 문제다. 미국은 우리보다 30배 많은 질 좋은 인력이 있다. 이중 3분의 1만 원천 기술을 연구해도 된다. 나머지가 이 비용을 감당한다. 즉 미국은 100%중 70%만 서비스에 집중해 매출과 이익을 만들고, 나머지 30%는 근본 연구에 몰두해도 된다. 우리나라는 이런 구조가 안된다."
-결국 돈과 머리인가?
"돈하고는 좀 다른 얘기다. 한국은 네이버가 AI에 1년에 100억을 쓴다고 해도 이 100억을 다 순수 알고리즘 R&D에 쓸 수 없을 거다. 네이버는 3년, 5년 후 돈버는 R&D를 하라고 요구받을 거다. 이건 삼성전자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알고리즘을 못 만드는 건 시장의 규모와도 관계가 있다.
미국은 시장 규모가 크기 때문에 애플리케이션이나 응용에만 매달리지 않고 원천 기술을 개발할 여유가 있다. 그렇다고 비관적이지만은 않다. 챗GPT도 구글이 만든 AI알고리즘을 만들어 히트했다. '라마'(메타가 내놓은 거대AI 모델)같은 형태의 AI모델은 보다 적은 데이터를 요한다. 파라미터(AI성능을 좌우하는 매개변수) 개수로 보면 2천억 개 이상은 한국이 하기 어렵다고 본다."
-AI 3요소 중 우리가 선택과 집중할 곳은 데이터인가?
"그렇다고 본다. 하지만 알고리즘도 우리가 못 만들지만 열심히 활용하고 개선하면 될 듯 하다. 오픈AI를 봐라. 알고리즘을 자체 개발하지 않고 구글이 만든 '트랜스포머'를 활용했다. '트랜스포머' 디코더를 가져다 조금 수정했다. 진짜 조금만 수정했다. 전체의 10%도 수정을 안 했을 거다.
이런 사례가 있기 때문에 원천 기술을 못 만든다고 희망이 없는 건 아니다. 오픈AI처럼 누군가 만든 것일지라도 가능성을 보고 투자하거나 비즈니스로 연결시키면 된다. 알고리즘 개발도 포기해서는 안된다."
-AI 박사 전공자들에게 물어보면 AI는 수학이라고 하더라
"수학+엔지니어링이다. 알고리즘은 수학이지만 그 수학을 수천 대의 컴퓨터에서 돌게 하는건 엔지니어링이다."
-회사 얘기 좀 해보자. 계열사가 꽤 된다. 전체 몇개나 되나?
"솔트룩스를 포함해 총 5개 회사가 있다. 모회사인 솔트룩스 외에 자회사로 벤처캐피털 회사인 '솔트룩스벤처스'와 AI가상인간 비즈니스를 하는 '플루니', 미국에서 AI서비스를 하는 '구버'와
베트남 법인이 있다. 솔트룩스 직원만 220명 정도 된다. 전체 5개 회사를 합치면 370명 정도다."
-베트남 법인을 15년전인 2008년에 설립했다. 꽤 빨랐다.
"2008년 11월에 설립했다. 지금 베트남이 뜨고 있는데, 사람들이 나보고 선견지명이 있다고 한다(웃음). 그 당시에는 개발자 문제가 절박했다. 그래서 베트남에 법인을 세운거다. 우리나라는 인구가 감소하니 개발자 뽑는게 점점 어려울 거라고 당시 생각했다. 미국을 보니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등 미국 회사들은 인도에 회사를 설립하더라. 베트남 전에 인도를 먼저 가봤는데 인도는 너무 멀고 관리가 어렵다고 생각했다."
-베트남 법인 현황은?
"전체 인력이 40명이다. 대부분 개발자다. 영업은 대표 한 명이 한다. 현재 베트남 국방부 등과 일하고 있다. 연간 매출이 7억원 정도 나온다."
-미국 법인 '구버(goover)'는 어떤 회사인가?
"차세대AI 검색 서비스를 만들고 있다. 미국 인력으로 개발한다. 2017년 12월 설립했다. 오는 9월쯤 서비스가 나올 예정이다. 현재 알파 테스트를 하고 있다. 구버 직원은 12명쯤 된다. 구버는 처음부터 미국과 세계시장을 겨냥해 만든 '본 투 글로벌' 기업이다."
-구버가 9월 내놓는 AI서비스는 어떤 건가?
"전문가를 위한 AI검색 서비스다. 알파1 테스트를 했고 최근 알파2 테스트를 하고 있다. 기자, 애널리스트, 마케터같은 전문가들을 위한 AI서비스다. 기자를 예로들면, AI가 전 세계를 24시간 모니터링하며 해당 기자와 관련한 기사를 검색해 준다. 누가 유튜브에 뭐를 올렸는지, 트위터에서는 뭐라고 했는지, 관련한 이슈 기업은 뭘 발표했는 지, 관련 특허는 뭐가 있는 지 등을 알려준다. 대화로도 이용할 수 있다. 챗GPT와 직접 경쟁하는 건 아니다. 솔트룩스 제품 중 챗GPT와 경쟁하는 제품은 '로시아'다. 미국 버전 외에 한국 버전도 동시에 론칭할 계획이다."
-구버와 챗GPT가 다른 점은 뭔가?
"큰 차이점은 두 가지다. 하나는 챗GPT는 일반적인 걸 질문하고 답변한다. 우리처럼 실시간 정보를 찾아주거나 이슈를 확인해 주지 않는다. 즉, 챗GPT는 뭘 물어야 답을 하지만 우리는 사용자에 맞는 답을 알아서 찾아 제공한다. 또 챗GPT는 선학습(프리트레인) 데이터가 1년 전이나 2년 전이지만 우리는 실시간이다. 지금 뭔가 사건이 터지면 바로 알림으로 알려준다."
-미국 AI서비스 이름이 '구버(goover)'다. 미국 지사 이름도 구버인데, 어떤 의미가 있나?
"서양사람들은 '구버(goover)'라는 말을 들으면 매우 좋은 이름이라고 말한다. 잘 지었다는 뜻이다. goover는 go over이기도 하다. go over는 미국 유치원생이 많이 듣는 단어 중 하나다. 엄마들이 매일 go ove를 외친다. go over는 집중해서 뭔가 파고들다는 뜻이 있다. 또 go over는 경계선을 넘는, 확대해 탐험한다는 뜻도 있다. 학생들에게 go over라고 하면 공부에 집중해 깊이 파고들라는 말이다. 회사원에게 리포트를 쓸때 go over라하면 집중해 세부적으로 파고들라는 뜻이다."
-지난 3월말 한국판 챗GPT라 불리는 AI챗봇 '루시아(Luxia)'를 선보였다. 고객사는 많이 확보했나?
"60곳 정도가 도입을 협의하고 있다. 이중 완료 막바지가 8곳이다. 두 곳은 도입 계약에 서명을 했다. 예상한 것보다 수요가 더 많다."
-자회사 중 벤처캐피털 회사도 있다. 운영자금이 얼마나 되나?
"300억원쯤 된다. 투자한 곳 중 두 곳이 상장했다. 최근 상장한 곳은 토마토시스템이고 나머지 한 곳은 바이오 회사다."
-올해 매출 목표와 수출이 궁금하다
"2026년까지 매출 1천억원, 기업가치 1조원이 되는 게 단기 목표다. 올해는 우선 400억원 목표 달성을 계획하고 있다. 수출은 당분간 미국과 베트남에만 주력한다."
-2026년 이후 매출은 생각 하지 않고 있나?
"생각을 왜 안하겠자(웃음). 공표하기는 그렇다. 우선 2026년까지 열심히 뛰겠다. 2026년 목표도 쉬운 건 아니다."
-제품 로드맵이 궁금하다. 올해 나오는 신제품은?
"우선 9월에 미국에서 AI검색 서비스를 론칭한다. 챗GPT와 경쟁하는 '루시아'는 별도 제품으로 판매한다. 또 플루닛 워크센터'라는 일종의 AI비서 서비스를 다음달 상용화한다. '플루닛 워크센터'는 전화를 걸어주고 문자도 주고받게 해준다. 현재 알파와 베타 테스트를 하고 있다."
-AI 가상인간 사업은 어떤가?
"기업 고객만 40곳쯤 된다. 개인 고객도 있다. 전체 사용자 수는 7천여명이다. AI로 만든 영상이 7천 개 이상이다. 고무적인 것은 판매 그래프가 가파르게 올라가고 있다는 거다. 지난 4월부터 상용화로 돈을 받기 시작했는데, 이 사용자 수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다른 회사 가상인간은
멋있는 거 하나를 만들어 여기저기 쓰지만 우리는 본인 자신을 가상 인간으로 만들어 준다. 빨리 만들면 10분안에 만들 수 있다. 올 1월 미국 CES에서 우리 부스에 많은 사람들이 몰린 것도 AI가상인간 덕분이다. CES가 열리는 3일간 가상인간 400명을 만들었다. 당시 방문자 수가 2천명쯤 됐다. 목소리는 아직 실시간으로 구현이 안된다."
-주가는 만족하나
"다들 그렇겠지만, 우리도 주주친화 기업이다. 주주 권익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새 제품이 나오고 실적 더 좋아지면 더 올라가지 않을까 한다. 작년 대비 주주가 많이 늘었다."
-유튜브로 송출된 AI 강연 영상이 조회수가 꽤 된다. 외부 강연은 얼마나 하나?
"대중 강연은 안한다. TV방송과 유명한 유튜브 몇 개 나간 정도다. 삼프로와 815, 머니톡 등에 나갔다. 우리 고객이나 잠재 고객 위주로 한다. 현대자동차와 삼성전자, 두산, 금융기업 등에서 강연을 했다. 5대 그룹 총수 중 한 분도 만난 적이 있다."
-강연 장표를 보면 기술 외에 경제, 실업 등 경제 이야기가 많다. 책을 많이 읽나?
"책을 제일 많이 읽은 때가 10년전인 것 같다. 당시 골고로 많이 읽었다. 경제학, 인문학, 경영학, 자기개발서, 역사학, 뇌과학 등 분야를 가리지 않았다. 일주일에 한 권은 꼭 읽었던 것 같다. 경영하다 지치고 힘들면 책을 읽었다. "이 길이, 내가 하는 일이, 맞나? 이런 생각이 들때 책을 들었다. 지금은 한 달에 한 두 권 정도 읽는다."
-책에서 답을 얻었나?
"답을 얻었다기보다 책으로 도피한 거다. 머리가 복잡할때 책을 읽으며 머리를 비웠다. 가톨릭에서 피정가는 거라고나 할까. 일종의 자발적 고립을 택한 거다. 지금도 1년에 한 두 번은 피정 가듯이 책을 싸들고 휴대폰이 안터지는 외딴 곳으로 간다. 오래전 빌 게이츠가 '씽크 위크'를 간다고 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이와 비슷하다. 빌게이츠처럼 일주일은 아니고 2~3일 정도 간다. 책을 10권 이상 가져간다. 그런데 반도 못 읽고 온다(웃음). 봄에 한번, 가을에 한번 가려고 하는데 꼭 그렇게 되지는 않는다."
-읽은 책 중 '아이 오프닝(eye opening)'이나 나를 바꾼 책은?
"2003년에 나온 '리더십은 예술이다'는 책이다. 아주 오래된 기독교 책이다. 당시 정말 가슴을 때렸다. 지금도 이 책 이야기를 하니 가슴이 다시 뭉클하다. 20년전 책이지만 나에게 엄청난 임팩트를 줬다. 리더십을 진짜로 고민하게 만든, 뭐라고 말해야 하나, 내 하찮음을 깨달았다고나 할까. 집에 이 책이 있다. 우리 집 거실 한 쪽 전체가 도서관이다. 세보지는 않았지만 한 800건 정도 될 듯하다.
피터 드러커 교수가 쓴 책 중 '실천하는 경영자'라는 책도 기억에 남는다. 나에게 많은 영향을 미쳤다. 이 책도 열 번은 읽었다. 경영자의 자질과 경영자가 생각해야 하는 것들을 말한 책이다. 우리 임원들에게 몇 달전 하나씩 사서 주려 했는데 구입을 못해 못줬다. 2005년 나온 책인데 지금 읽어도 감동이다. 구구절절 맞는 얘기들을 적었다.
세번째 책은, 남들은 별거 아닐지 모르겠지만, 나한테는 의미가 컸는데, 고노스케 마쓰시타가 '인생을 묻다'라는 책이다. 10여년전 여성에 대한 생각을 바꾸게 된 계기가 있었는데, 이 책을 읽고 여성, 행복 등 매년 주제별로 책을 읽기 시작했다. 프랑스 정신과 의사가 쓴 '행복 여행'이라는 책도 기억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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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공헌 차원에서 해담이 도서관을 보급하고 있는데...
"오래전부터 1% 나눔 운동을 하고 있다. 2005년 시작했으니 18년쯤 됐다. 직원들이 자기 월급의 0.5%를 내면 회사에서 0.5%를 추가로 매칭한다. 이 돈으로 어려운 이웃을 돕고 있다. 자치위원회를 만들어 운영한다. '해담이' 도서관도 이 돈으로 지원한다. 소외 가정에 있는 아이들을 위한 것이다. '해담이'는 해를 담을 만큼 넓은 마음이라는 뜻이다. 2020년에 ESG 보고서를 만들어 실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