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부터 6억년에서 7억년 전, 지구에 최초로 등장한 동물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동물의 진화 나무에서 가장 먼저 갈라져 나온 가지는 무엇이었을까?
학계에선 해면동물과 유즐동물을 그 후보로 보고 논쟁을 벌이고 있다.
해면동물은 젤라틴 껍질로 쌓인 체벽 겉면에 있는 많은 작은 구멍으로 들어온 물에 섞인 먹이를 먹고 몸 위쪽의 다른 구멍으로 배출하는 단순한 구조를 갖는다. 신경계나 근육이 없는 '원시적(?)' 외형 때문에 복잡한 구조가 발생하기 전 최초의 동물로 여겨져 왔다.
유즐동물은 실처럼 긴 세포들이 모여 만든 '즐판'이라는 빗 모양의 구조물이 있어 헤엄을 치거나 먹이를 잡을 수 있다. 신경계가 있어 산호와 같은 자포동물로 간주돼 왔으나, 자포동물이나 보다 발달한 좌우 대칭 구조의 동물들이 공유하는 유전자를 갖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 최근 최초의 동물 후보로 부상했다. 빗해파리라고도 불리지만, 해파리와는 다른 종이다.
이런 가운데, 이들에 대한 유전자 서열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유즐동물이 최초의 동물임을 밝힌 연구가 나왔다. 동물의 기원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신경계와 근육, 소화계 등 동물의 특징적 구조가 어떻게 발달되어 왔는지 연구하는데 기여할 수 있으리란 기대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립 버클리대학과 몬터리베이해양연구소(MBARI) 등 공동 연구팀의 이 연구 결과는 학술지 '네이처'에 17일(현지시간) 실렸다.
연구진은 해면동물과 유즐동물 염색체의 유전자 분포를 조사하는 방법을 썼다. 상동유전자의 종류와 위치 순서가 같은 부분을 말하는 '신테니(synteni)'를 비교했다. 진화적으로 가까운 동물은 신테니가 많이 발견된다.
해면동물과 캘리포니아 인근 바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빗해파리의 염색체 구조를 분석하고, 이를 깃편모충과 캅사스포라, 이치티오스포리안(ichthyosporean)이라는 물고기 기생충의 일종 등 동물과는 거리가 있는 단세포생물들과 비교했다.
그 결과, 빗해파리와 단세포생물은 공통의 신테니를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해면동물은 곤충에서 사람까지 포함하는 좌우대칭동물이나 자포동물, 판형동물 등과 묶였다. 해면동물과 다른 동물의 염색체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재구성돼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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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빗해파리가 최초의 동물이었음을 보여주는 결정적 증거라고 연구진은 밝혔다. 논문 제1저자로 현재 비엔나대학에서 박사후과정을 밟고 있는 다린 슐츠는 "우리는 동물의 생명의 기원을 가장 깊숙히 엿볼 수 있는 방법을 개발했다"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최초의 동물이 이미 신경계와 근육을 갖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반면, 해면동물은 진화 과정에서 신경계와 근육을 잃었을 가능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