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츠하이머 발병 막는 유전자가 발견됐다

미-콜롬비아 연구진, 치매 조기 발병 유전자 보유자 발병 늦추는 유전자 찾아

과학입력 :2023/05/16 13:38    수정: 2023/05/16 23:03

40대의 이른 나이에 알츠하이머를 일으키는 유전자를 가족력으로 가진 일가가 있다.

이 유전자를 지녔음에도 67세가 되어서도 가벼운 인지 저하만 겪는 남성의 사례가 나왔다. 그가 가진 또 다른 드문 유전자 변이가 알츠하이머의 진행을 막아준 것이다. 알츠하이머 치료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기대가 나온다.

이 연구는 학술지 '네이처 메디신(Nature Medicine)'에 15일(현지시간) 실렸다.  

파이사 변이와 릴린 변이를 가진 환자 뇌의 PET 사진 (자료=네이처)

콜롬비아 아티오퀴아대학 연구진은 '파이사(PSEN1-E280A) 변이'라는 유전자를 지닌 친족 집단 6천 명에 대한 추적 연구를 40년째 이어오고 있다. 이들 가족 구성원은 이 유전자 때문에 40세를 전후해 대부분 알츠하이머에 걸린다.

그런데 이 가족 구성원 중 한 남자는 67세에 이르기까지 경미한 인지 저하만 보일 뿐 심각한 알츠하이머 증상을 보이지 않았다. 뇌에 치매와 밀접한 연관이 있는 아밀로이드 플라크와 타우 단백질이 중증 치매 환자 수준으로 쌓여 있었음에도 인지 기능은 큰 타격을 입지 않은 것이다. 다만, 기억과 방향 찾기 등의 기능을 조정하는 내후각 피질 부위에는 타우가 적었다. 

이 남성의 유전체를 다른 파이사 변이 보유자와 비교한 결과, '릴린(reelin)'이란 단백질을 코딩하는 유전자에도 변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릴린은 조현증이나 자폐 증상과 연관있는 유전자로 알려져 있다. 같은 릴린 변이를 가진 이 남성의 여동생도 파이사 변이 보유자 평균보다 훨씬 늦게 알츠하이머가 나타났다.

릴린 변이를 일으킨 유전자 조작 쥐는 뇌에 타우 단백질이 적게 쌓임을 연구진은 확인했다.

연구진은 2019년 특이한 APOE 유전자 변이를 지닌 덕분에 알츠하이머 발병이 평균보다 30년 늦게 나타난 파이사 변이 보유 여성의 사례도 발견한 바 있다. APOE 유전자의 변이 역시 알츠하이머 발병과 관련이 크다.

알츠하이머와 연관 있는 릴린과 APOE는 공교롭게도 같은 수용체에 달라붙는다. 치매와 관련된 어떤 공통의 메커니즘이 있을 수 있다는 의미다. 두 사례를 보면 릴린이 수용체에 강하게 결합하고 APOE가 약하면 치매를 예방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연구 결과는 뇌에 쌓인 단백질 찌꺼기인 아밀로이드 플라크가 치매의 원인이라는 통념에 의문을 제기한다. 아밀로이드 플라크가 원인인 치매는 여러 유형의 치매 중 하나일뿐일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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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알츠하이머로 인한 뇌 기능 저하를 뇌의 다른 부분으로 보강할 수 있는 가능성도 제시됐다. 이 남성 뇌의 해마는 사망 당시 평균보다 작았다. 그럼에도 비교적 인지 기능을 잘 유지한 것은 뇌의 다른 부분의 뉴런이 손상된 기능을 대신했기 때문일 수 있다.

미국 글래드스톤연구소의 신경학자 후앙 야동은 네이처에 "알츠하이머를 일으키는 원인에 대해선 많은 연구가 있었지만, 알츠하이머를 막는 요소에 대한 연구는 적었다"라며 "릴린이나 APOE의 작동 방식을 보다 명확히 이해하기 위한 후속 연구가 필요하다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