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업체 일본 키옥시아와 미국 웨스턴디지털(WD)이 합병 협상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는 소식이 나온다. 양사가 합병할 경우 시장 점유율이 낸드플래시 업계 1위인 삼성전자와 비슷한 수준으로 올라오게 되면서 향후 메모리 업계의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15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키옥시아와 웨스턴디지털이 합병 협상에 속도를 내고, 거래 구조를 확정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키옥시아는 점유율 2위, 웨스턴디지털은 4위를 차지하고 있다. 합병 지분 중 키옥시아가 43%를, 웨스턴디지털이 37%를 갖고 잔여 지분은 기존 주주들에게 배정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이에 대해 키옥시아와 웨스턴디지털은 논평 요청을 거부했다.
로이터는 "양사가 최근 메모리 수요 급감과 공급 과잉으로 매출에 큰 타격을 입게됨에 따라 합병을 서두르고 있다"고 분석했다. 낸드 공급가격은 지난해 6월부터 지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고, 올 2분기에는 추가 15% 하락이 예상된다. 이달 초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올해 전세계 낸드 매출이 32.9% 감소한 389억 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키옥시아와 웨스턴디지털이 합병에 성공하면 낸드 시장의 약 3분의 1 가량을 차지하게 되면서 메모리 시장에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특히 1위인 삼성전자의 점유율을 위협할 것으로 보인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2022년 낸드플래시 시장 점유율은 1위 삼성전자(33.3%), 2위 키옥시아(18.9%), 3위 SK하이닉스·솔리다임(18.3%), 4위 웨스턴디지털(12.7%) 순으로 차지한다.
키옥시아와 웨스턴디지털의 합산 점유율은 31.6%으로, 이는 삼성전자의 점유율(33.3%)과 엇비슷한 수준이 된다. 현재 삼성전자는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향후 1위 자리를 내어줄 가능성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또 현재 3위 SK하이닉스의 순위는 유지되겠지만, 입지가 좁아질 것으로 우려된다.
다만 주요국들의 인수 승인이라는 과제를 넘기 힘들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로이터의 소식통은 "양사의 합병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고, 세부 사항이 변경될 수 있다"라며 "양사가 합병한다고 하더라도 미국과 중국을 포함한 여러 국가에서 반독점 조사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또 다른 소식통은 "양사가 합병에 성공할 경우에는, 상장(IPO)를 추진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웨스턴디지털은 2022년 8월에 키옥시아 인수를 추진했지만 일본 정부의 반대로 무산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