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대유행이 막 시작된 2021년 아이가 초등학생이 된 서울 동작구의 한 학부모 A(37)씨는 스승의 날을 앞두고 문득 골치가 아파졌다. 또래 학부모들 사이에서 '그래도 코로나 이전엔 개인적으로 커피나 간식 같은 간단한 기프티콘이라도 보냈었다'는 얘기를 하는 이들이 있어서다.
A씨는 "요새는 전화·문자 기능이 가능한 온라인 메신저 외에는 교사의 개인정보를 이유로 전화번호도 알려주지 않아 인간적인 유대감이 없는 게 사실"이라며 "얼굴도 잘 모르는 담임 선생님에게 옛날처럼 선물을 꼭 해야 하는지 필요성 자체를 느끼지 못하겠다"고 했다.
코로나19 방역조치 완화 후 첫 스승의 날인 15일, 학교 현장에선 과거와는 분위기가 확연하게 달라졌다는 반응이 나온다. 뉴시스 취재를 종합하면 다수 초·중·고등학교들은 수학여행 등 그간 중단됐던 대면 행사를 재개하고는 있지만, 과거보다 규모를 축소하는 식으로 진행하고 있다고 한다.
부산의 한 중학교에서 1학년 담임을 맡고 있는 B씨는 "스승의 날을 앞두고 카네이션 행사가 있지만, 학교 예산으로 꽃을 일괄 구매해 학생들에게 나눠준 뒤 다시 교사에게 주도록 하는 것"이라고 했다.
충북의 한 고등학교에 재직 중인 30대 교사 C씨도 "간혹 반 회장 등이 케이크를 사 오는 경우가 있는데, 담임 교사는 촛불만 함께 불어 끄고 학생들만 먹게 한다"며 "스승의 날이 특별한 날이라고 생각하는 분위기 자체가 사라진 건 이미 아주 오래전 이야기"라고 했다.
학교에서 스승의 날 '선물 문화'가 사라진 건 2016년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 시행 이후 이미 익숙한 풍경이 됐다. 학교에선 스승의 날 선물은 받지 않는다고 공지하고, 간혹 아주 간단한 선물이 들어오더라도 돌려보내는 식이다.
하지만 코로나19 대유행을 계기로 아예 선생님과의 인간적 교류 자체가 희미해졌다고 학부모들은 입을 모은다. 학부모 단톡방에서도 '내 아이를 맡아주는 교사와 접점을 만들어 보자'는 분위기 자체가 사라진 지 오래라고 한다.
수도권의 한 학부모 D씨는 "차라리 김영란법을 적용받지 않는 학원 선생님에게는 간식 등을 마음 편하게 보낼 수 있다"며 "(학교 선생님과) 굳이 서로 부담을 주고받으면서까지 선물을 보낼 생각은 들지 않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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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를 대하는 교사들도 교사대로 고민이 많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가 최근 발표한 '2022년도 교권보호 및 교직 상담 활동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교총에 접수된 교권침해 상담·처리 건수는 520건으로 2016년(572건) 이후 6년 만에 가장 많았다. 그간 코로나로 인해 줄어들었던 상담 건수가 다시 늘어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교사들이 교권침해를 당했다고 밝힌 주체는 학부모(241건·46.3%)가 절반에 육박했다.
제공=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