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니 스타크의 힘을 강화해 주는 아이언맨 슈트처럼 수술하는 외과 의사를 돕는 기술을 만들려 합니다."
윤삼열 해머앤아머 대표의 말이다. 인제대 외과 교수이기도 한 윤 대표는 복강경 수술을 하는 의사가 건틀렛처럼 팔에 끼고 여러 수술 도구를 간편하게 조작할 수 있는 수술 로봇을 개발하고 있다. 덩치가 크고 많은 인력이 필요한 기존 수술 로봇에 비해 크기와 가격을 모두 낮춰 중견 병원에서도 활용할 수 있게 한다는 목표다.
바이오 클러스터인 서울 홍릉강소특구엔 이처럼 산업과 의료, 기업과 대학·연구기관이 힘을 합친 바이오기업들이 대거 입주해 있다. 면역항암치료제 CAR-T를 췌장암 같은 고형암에 적용하려는 셀렌진, AR 기기를 활용한 치매 예방 서비스를 개발하는 고큐바 등이 눈길을 끈다.
홍릉강소특구가 하버드대와 MIT가 있는 미국 보스턴 바이오 클러스터 같은 신약·바이오 분야 혁신 중심지가 될 수 있을까?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12일 홍릉강소특구를 방문, 현장 간담회를 가졌다. 입주기업 대표들을 비롯, 홍릉 인근 고려대와 경희대,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등 관련 기관에서 참석했다.
첨단바이오 산업은 최근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디지털 전환 등으로 혁신이 가속화되며 세계 시장 규모도 급증하고 있다. 정부는 첨단바이오를 우리나라 국가전략기술로 선정하고 ▲합성생물학 ▲감염병 백신·치료 ▲유전자·세포 치료 ▲디지털 헬스데이터 분석·활용 등을 중점 개발 지원 분야로 선정했다.
바이오는 연구개발이 중요한 기술집약적 산업이면서 필요한 인프라와 자본 규모가 방대해 관련 주체들이 주로 클러스터를 형성해 협력한다는 특징이 있다.
윤석열 대통령도 지난 미국 방문 기간 중 보스턴 MIT에서 바이오 및 디지털 분야 석학들과 만나 보스턴 바이오 클러스터의 성공 경험을 듣기도 했다. 보스턴에는 세계적 제약사 등 1천개 이상의 바이오 기업과 병원, 대학교 등이 모여 있다.
이날 간담회에선 첨단바이오 분야 전략기술을 확보하고 관련 생태계를 고도화하기 위한 현장 의견을 듣고 발전 방향을 논의했다.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MIT가 의대를 만들지 않고 하버드와 협력하는 것같은 기관 사이의 칸막이 없는 협력이 보스턴을 바이오 중심지로 자리잡게 만들었다"라며 "홍릉 클러스터도 이런 모습이 되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이날 KIST는 클러스터에 연구 역량과 인프라를 개방하고, 과기정통부와 함께 미국 보스턴 바이오 클러스터에 현지 거점을 구축하는 출연연 기술사업화의 새로 모델을 만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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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산 KIST 펠로우는 "보스턴 진출을 통해 황새에 올라타는 현명한 뱁새가 되겠다"라며 "해외 진출 규제를 개선하고 글로벌 협업 플랫폼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정부는 오늘 논의된 결과를 올해 하반기 수립에 들어갈 첨단바이오 전략로드맵에 반영할 계획이다. 이종호 장관은 "첨단바이오 분야는 연구개발 투자도 중요하지만 바이오 관련 산업계, 학계, 연구계 뿐만 아니라 IT 등 다른 분야와도 협력이 이루어지는 생태계를 만드는 것도 특히 중요하다"라며 "우리나라 바이오 클러스터가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