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철근 누락으로 인천 한 아파트에서 지하주차장 붕괴 사고가 발생해 이슈가 됐다. 특히 대형 건설사가 시공한 건물에서 일어난 사고라 더 큰 충격을 안겼다. 설계와 다르게 시공된 것이 문제였다.
이같은 부실·부정 시공으로 인한 사건 사고 소식은 어제 오늘만의 일이 아니다. 실제로 필요한 철근보다 과다한 물량을 발주해 쓸데 없이 건설 비용을 부풀리거나, 위 지하주차장 붕괴 사례처럼 기본적으로 들어가야 할 필수 자재들이 누락돼 사고로 이어지는 경우가 왕왕 발생한다.
이런 문제들을 국내 순수 IT 기술로 풀어낸 기업이 있다. 바로 2008년 설립된 창소프트아이앤아이(이하 창소프트)가 그 주인공이다. 이 회사는 3D 디지털 상세모델을 분석해 정확한 물량과 공사비를 산출하는 솔루션을 만들어 다수의 건설기업들을 고객사로 확보한 상태다. 공종별 시공에 최적화된 BIM(Building Information Model) 설계 및 디지털 내역서를 작성하는 기술로 골조공사비를 약 7% 절감하는 효과를 봤다.
건설 시장에 '디지털 전환' 바람 일으킨 창소프트
삼성역 사거리에서 한두 블록 안으로 들어가면 자그마한 빌딩에 창소프트가 입주해 있다. 아직은 작지만 미래 건설 시장의 디지털 전환을 선도하는 강소기업을 목표로 조용히 내실을 다지며 성장해 왔다. 어려운 투자 환경에서도 지난해 국내 대기업과 벤처캐피탈로부터 94억원(시리즈A) 투자를 유치했다. 올해 50억~60억원 매출 실적을 내고, 내년에는 100억원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2025년 상장 계획도 세웠다. 김은석 대표를 만나 창소프트의 지난 성과와 경쟁력, 그리고 비전을 들어봤다.
김 대표에 따르면 전 산업에서 디지털 전환이 이뤄지며 선진화된 기술들이 도입되고 있지만, 여전히 건설 시장은 옛날 2D 도면 위주의 설계가 이뤄지고 있다. 3차원 건물 모델링을 통해 설계와 실제 시공이 이뤄지면 보다 완성도 높은 건축이 가능하지만, 돈과 시간이 많이 든다는 이유에서 건설사들이 도입을 주저하고 있어서다.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힌 하청 업체들의 입김도 건설 시장의 디지털 전환을 늦추는 요인 중 하나다.
건축설계는 ‘기본 설계’와 ‘상세 설계’로 구분되는데, 기본 설계 도면이 100장이라면 현장시공을 위한 상세 설계도는 수천장이다. 이런 방대한 양의 업무량과 수작업 과정에서 인적 오류가 발생하면 공사기간 지연과 비용상승 문제가 생기기 쉽다.
“건설은 다양한 사람들이 참여해요. 이들이 정보를 전달 받고 도면 내용을 이해해 이를 구현하는 작업들이 이뤄지죠. 그런데 도면을 잘못 이해하거나, 정보 취합 과정에서 누구 하나 실수하게 된다면 설계와 시공이 일치하지 않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 같은 문제 해결을 위해 창소프트는 3D 디지털 건축설계 원천기술 빌더허브(BuilderHub) 제품군을 개발했다. 인공지능 등 최신 IT 기술을 융합한 빌더허브는 BIM 관련 글로벌 기업들이 해결하지 못했던 건축상세설계 자동화 기술 개발로 정보의 완성도와 업무 생산성을 높였다. 빌더허브는 ▲골조 특화 시공용 BIM ▲건축 마감 특화 시공용 BIM ▲거푸집 특화 시공용 BIM ▲BIM 기반 토공 추정 자동화 시스템 기술 등 총 4가지 솔루션으로 구성된다. 여기에 프로젝트 리뷰 및 관리 도구가 별도로 있다.
철근 물량 오차율 10%대→1%대 낮춰...소규모 건축주용 플랫폼 올 가을 출시
이중 골조 특화 시공용 BIM은 2D 도면 인식을 통한 3D 모델 생성 기술로, 글로벌 기업 경쟁 제품대비 300% 이상의 골조 모델링 생산성을 지녔다. 정밀물량산출 자동화로 10%대 철근 물량 오차율을 1%대로 낮췄다. 합리적인 공사계획 수립과 관리가 가능해져 공사기간 단축과 공사비 절감 효과를 볼 수 있다.
“빌더허브에 2D 도면을 넣으면 3D 정보를 빠르게 얻을 수 있어요. 철근 등 초기 물량을 파악할 수 있어 건설 공사비 문제를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거죠. 과거에는 건설사들이 빨리 많이 짓는 거에 집중했다면, 지금은 원가 절감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어요. 건설에 대한 기본 지식을 갖고 있다면 파워포인트 학습 정도의 난이도로 빌더허브를 익힐 수 있는데, 이를 통해 설계와 시공에서 원가를 절감하고, 효율적으로 작업 관리를 할 수 있습니다.”
창소프트는 올 가을 경 소규모 건축주와 건설사, 자재상 등을 위한 ‘빌더허브 온라인 플랫폼’을 출시할 예정이다. 전체 건설 시장에서 95% 이상이 100억 미만 공사이기 때문에 작은 규모의 건축주들이 정확하고 객관적인 견적을 받아볼 수 있는 서비스를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빌더허브 플랫폼을 이용하면 기존 300만~400만원 하던 견적비용을 약 50만원까지 낮출 수 있다. 예를 들어 건물주가 설계도면을 가지고 빌더허브 온라인에 견적을 요청하면 견적비가 산출된다. 3D 모델을 살펴보면서 적정 예산 내에서 마음에 드는 자재 등을 바꿔가며 최종 견적비용을 맞춰 나가는 것도 가능하다. 김 대표는 빌드허브 플랫폼을 들고 해외 시장에 진출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기술이 사람에게 혜택을 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대기업뿐만 아니라 실제 일하는 사람모두에게 기술의 혜택이 가도록 하는 게 목표예요. 또 나쁜 시공사도 있지만 좋은 시공사도 있거든요. 이런 좋은 시공사들이 늘어날 수 있도록 시공사 리뷰 기능이나 데이터 기반의 평가 자료들을 일반 고객들이 볼 수 있도록 하는 것도 구상중이에요.”
ESG 차원의 BIM 안전성 검토 자동화 솔루션도 계획
나아가 창소프트는 ESG 사업 일환으로 BIM 안전성 검토 자동화 솔루션도 계획 중이다. 건설사·파트너사와 함께 무료 제공을 목표로, 하반기 관련 서비스를 내놓을 예정이다. 앞서 언급된 사례처럼 설계도면과 일치하지 않는 시공에서 발생되는 문제들을 기술과 데이터로 잡아내 건물의 안전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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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으로 김 대표는 건설도 첨단 산업이 될 수 있다는 것을 해외 시장에서 입증하고, 직원들에게는 연봉 1억 이상 받는 자부심을 줄 수 있는 회사로 키우고 싶다는 포부도 밝혔다.
“직원들에게 연봉 1억 이상 받는 회사, 내 식구들과 동료들로부터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회사로 만들고 싶어요. 말레이시아 등 해외 시장에 나가 건설도 첨단 산업이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 올해 50억~60억원 매출을 달성하고, 내년 100억원 정도의 매출을 달성해 2025년 상장을 목표로 기업과 소비자들에게 좋은 영향력을 주는 회사로 키우겠습니다. 복잡한 건설 정보를 상세 디지털화 해서 신뢰성 있고 공정한 건설 시장을 구현하는 데 일조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