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기침체에도 국내 배터리 업계가 올해 산뜻한 시작을 알렸다. 분기 최대 매출을 경신한 것에 더해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수혜까지 청신호가 울렸다. 실적 경쟁은 물론 배터리 시장 쟁탈전의 핵심인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양산체제를 위한 총성 없는 전쟁도 시작됐다.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는 분기 최대 매출을 갈아치웠다. LG엔솔은 1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8조7천471억원, 6천332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대비 매출은 101.4%, 영업이익은 144.6%까지 뛰며 큰 폭으로 성장했다. 특히 5개 분기 연속 매출 성장세를 기록한 점에 더해 IRA 세액공제 분도 이번 실적에 포함되며 선두에 섰다.
삼성SDI는 같은 기간 매출액이 44.6% 신장한 5조3천548억원, 영업이익도 91.7%까지 상승한 3천754억원을 기록했다. 3분기 연속 매출 5조원을 넘어선 데 더해 1분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을 새로 썼다. SK온은 전년 동기 대비 적자 폭이 늘어났지만 매출액 3조3천53억원을 기록하며 분기 기준 최대 매출을 시현했다. 최근 현대차그룹과의 합작사 설립으로 신규 동력이 생긴 데다 신규 공장 가동, IRA 세액공제분 반영 등을 감안하면 2분기는 큰 폭의 실적 개선이 전망된다.
전기차 수요는 매해 큰 폭으로 성장하고 있고 IRA 수혜도 점진적으로 확대돼 당분간 국내 배터리 3사의 실적은 긍정적이라는 게 중론이다. 또한 배터리 3사의 합작 공장이 본격 가동하는 시점이 이르면 2024년에서 2025년이라는 점을 상기하면 아직 정점에 도달하기 전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만 글로벌 전기차 시장이 LFP 배터리 쪽으로 전환되고 있어 장기적 관점에서 현 배터리 3원계를 이루는 니켈·코발트·망간(NCM)에만 안주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우선 국내 배터리 3사 모두 LFP 배터리 개발을 공언한 상황이다. 통상적으로 정중동 행보를 보이는 삼성SDI도 LFP 시장 참전을 선언한 것을 비춰볼 때 LFP는 이미 하나의 대세가 됐다.
특히 중국의 CATL이 IRA라는 장벽에도 LFP를 앞세워 포드와 손을 잡으면서 배터리는 곧 NCM이라는 공식도 이제는 깨진 셈이다. 전기차 업계의 수위 기업인 테슬라와 CATL의 LFP 배터리 합작공장 건립설이 나돌면서 LFP 개발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됐다. 실제 배터리 시장조사업체 EV볼륨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배터리 시장 대비 LFP 배터리의 점유율은 27.2%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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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소 후발주자임에도 LFP 시장에 가장 속도를 내는 건 LG엔솔이다. 회사는 미 애리조나주 퀸크릭에 7조2천억원을 투자해 ESS 및 LFP 배터리 공장 건설을 추진한다. 연산 43기가와트시(GWh)규모로 북미 지역에 위치한 글로벌 배터리 독자 생산 공장 중 사상 최대 규모다. 다만 각형 일색의 LFP 시장에서 호환성이 낮은 파우치형 LFP 배터리를 생산하기로 한 것은 주목되는 점이다. 이는 SK온과도 무관치 않은데 이들 역시 파우치형 LFP 배터리 시제품을 개발한 상태다. SK온은 NCM에서도 파우치형에서 특장점을 보이는 만큼 향후에도 LFP 영역에서는 파우치형으로 갈 가능이 크다.
호환성은 차치하더라도 CATL을 중심으로 공고하게 형성돼 있는 LFP 밀월관계를 뚫어낼지 여부도 주요 관심사다. CATL은 기존 공급사에 더해 테슬라, 포드 등 신규 공급사를 창출하고 있다. 이미 다년간의 개발로 주행 거리 측면에서도 한층 진일보된 LFP 기술력을 갖춘 CATL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지 여부 역시 초미의 관심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