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망 사각지대를 통해 가상자산을 악용하는 문제를 최소화하려면 시장을 적절하게 이용할 방법을 두고, 기업을 안내할 필요가 있다. 상황에 맞춰 급한 규제책만 늘어놓는 방식으론 건전한 시장이 형성되지 않는다.
그간 가상자산 시장을 둘러싼 법제화는 그렇지 못했다. 자금세탁 방지 체계는 선진적으로 갖췄지만, 그 외 가상자산 산업에 대한 제도적 인프라 조성은 상대적으로 미진했다는 평가다.
결국 우회책 없이 시장에 진입 가능한 사업자는 없는데, 주식(코인) 거래 시장만 존재하는 기형적인 구조가 만들어졌다. 여기에 거래소들의 '캄캄이' 운영 정책이 더해지면서 한치 앞을 알 수 없고 악용 소지는 다분한 시장이 형성됐다.
가상자산 거래 시장의 문제점에 관심이 쏠린 현재 필요한 규제책과 함께 진흥 방안을 고민해야 하는 것은 이런 이유다. 업계 끊임없는 법적 갈등과 사건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제도화가 필요하다.
업계는 가상자산공개(ICO) 허용, 법인에 대한 가상자산 거래 계좌 발급 등을 필요한 제도로 꼽았다. 장기적 관점에서 이런 제도 하에 시장에 진출한 기업들은 법제 준수 의지가 강한 만큼 업계 자정 효과를 유도할 수 있다고 봤다.
시장 자정·인재 유치·세수 확보…'ICO' 제도화, 이점 상당
ICO는 정부 국정과제로도 발표된 사안이지만, 아직 본격적인 정책 추진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향후 ICO 제도화가 어느 정도 진전을 이루고 나면 대기업들도 시장 진입을 고려하게 되고, 이를 통해 '메기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됐다.
가상자산 거래소 관계자는 "제도적 리스크가 사라지고 그룹사 규모의 기업이 가상자산 시장에 투자할 수 있게 되면 생태계에 변화가 상당할 것"이라며 "이런 기업들은 '김치코인'을 발행하더라도 심각한 문제 없이 운영하려 할 것이고 그런 과정에서 업계 우수 인재를 유치 또는 육성하려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중고차 거래 시장를 바람직한 예시로 들었다. 대기업이 진출한 뒤로 시장 투명성이 강화되고, 시장에 대한 거래자들의 신뢰도도 높아진 것과 같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논리다.
다른 가상자산 거래소 관계자는 "코인 프로젝트에서 ICO로 자본을 모은 뒤 백서 이행은 신경쓰지 않는 등의 상황이 빈번하게 일어났고, 현재로선 입법이 추진되는 법제조차도 미진한 부분이 많아 ICO를 당장 도입하는 건 시기상조"라면서도 "관련 규정이 명확하게 도입되고, 요건을 충족한 프로젝트만 시장에 진입하는 것이라면 가상자산 기업으로부터 세수도 확보하고, 걷어진 세금을 업계에 재투자하면서 건전한 시장이 확대될 수 있는 구조를 만들 수 있다"고 평가했다.
국회 "가상자산 활용 서비스 저해돼선 안돼"
최근 국회는 가상자산 거래소 이용자를 위한 보호책이 시급하다는 데 의견을 모으고 가상자산 불공정 거래 규제 및 이용자 보호 법안을 소위에서 통과시켰다. 속도감 있는 입법을 위해 논쟁이 생길 수 있는 사안은 후순위로 미루면서 투자자 보호에 초점이 맞춰졌다. 다만 부대의견을 채택해 금융 당국이 곧바로 추진될 2차 입법을 지원하도록 했다.
채택된 부대의견을 보면 국회는 가상자산 산업에 대한 제도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금융위로 하여금 가상자산의 활용성 확대와 실물 경제와 융합된 서비스의 출현이 저해되지 않도록 균형 잡힌 규정을 국회에 보고한 뒤 입법예고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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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후 진흥 정책을 도입하는 과정에선 김치코인 차별 논란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방안도 동반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시장이 초기인 만큼 국내 산업 진흥을 위한 최소한의 장치는 둬야 한다"며 "엄격하게 요건을 만들고 이를 충족하는 국내 기업 코인에 대해선 거래소들이 일정 비중 이상 상장하게 하는 방안 등 역차별 방지책도 고려됐으면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