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바타 로봇은 어떤 일을 해낼 수 있을까

우주·심해에서 사람 대신해 촉감 전달...가상인간 제작에도 제격

과학입력 :2023/04/30 17:41

<울산=박수형 기자> 적외선 카메라 앞에서 HMD와 햅틱 글러브를 쓰고 움직이자 한 발짝 떨어져 있는 로봇이 사람의 움직임을 따라한다. 로봇이 물건을 사람 움직임과 똑같이 손가락을 움직여 물건을 들어 올리고, 내장된 스피커로 목소리도 전달한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의 배준범 기계공학과 교수와 연구진이 지난 28일 본원을 방문한 기자단에 선보인 아바타 로봇 시연 모습이다.

사람의 다리를 대신해 바퀴로 움직이지만, 상체는 머리와 팔 등으로 이뤄졌다. 디스플레이 패널로 대신하는 얼굴 모습은 HMD를 착용한 이가 고개를 돌릴 때마다 같이 움직인다. 디스플레이 위 작은 검은 두 점은 실제 눈을 대신하는 렌즈로 HMD에 영상을 전달한다.

배준범 교수와 연구진

식당에서 쓰이는 서빙 로봇이나 바리스타 로봇과 같이 일상에서 로봇을 만나는 일이 흔하게 늘었지만, 배 교수 연구팀의 로봇은 눈에 보이는 것보다 훨씬 큰 가능성을 평가받고 있다.

지난해 미국에서 엑스프라이즈재단이 개최한 대회에서 ‘팀유니스트’ 이름으로 참여해 6위를 차지한 로봇으로 이름값을 높였다. 인류가 직면한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아이디어를 모으고 제시하기 위해 열린 대회에서 실력을 뽐낸 셈이다.

배 교수는 “아바타 로봇은 사람이 가지 못하는 재난 현장이나 심해, 또는 우주 공간에서 사람을 대신해 일할 수 있을 것”이라며 “사람이 직접 가지 않더라도 로봇팔로 무게 압력, 표면의 느낌 등 현장의 촉감을 느끼면서 작업을 수행하면서 많은 가능성이 열려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앞서 MBC의 VR 다큐멘터리 ‘너를 만났다’에서도 아바타 로봇의 기술이 쓰였다. 사별한 아내의 머리를 가상 공간에서 쓰다듬는 장면으로 화제가 됐던 방송에는 아바타 로봇을 조작하는 장갑이 활용됐다. 배 교수가 교내에서 창업한 기업인 필더세임에서 관련 기술을 제공했다.

사람의 움직임을 정확하게 측정하는 연구가 로봇의 제어뿐만 아니라 VR을 비롯한 메타버스 연구에 쓰이게 된 것이다.

배 교수는 “VR 다큐멘터리 방송에서 구현된 기술은 사람의 움직임을 측정하는 센서 기술이 활용됐다”며 “최근에는 이 기술로 버추얼 휴먼(가상인간)을 만드는 데 쓰이고 있는데, 댄서가 춤을 추면 그 움직임을 따오는 방식이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밖으로 공개하지 않는 아바타 로봇의 영상을 따로 가지고 있다. 가상인간을 만드는 것처럼, 적외선 카메라 앞에 장갑을 끼고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며 로봇을 움직여 봤다는 것이다.

일부 센서가 노후화됐고 지난 대회에서 로봇의 손가락 부상(?)도 안고 있지만 부분적인 인공지능 기술 도입을 통한 고도화도 준비 중이다. 이를테면 로봇을 제어하는 인간의 움직임을 보완하는 형태로 원을 그리더라도 인간의 움직임을 센싱값 그대로 따르지 않고 의도한 원을 그려내는 식이다.

한편, 이날 시연에 앞서 열린 과학&ICT 콘서트에서 이용훈 UNIST 총장은 20년 데스밸리를 뛰어넘겠다는 뜻을 밝혀 이목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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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의 성장 한계 구간을 뜻하는 데스밸리를 UNIST와 같은 연구중심대학도 피할 수 없다는 고민이다. 개교 당시 30대였던 교수진은 50대를 훌쩍 넘게 되고 당시 고가에 도입한 연구장비는 노후화를 겪게 되면서 개교 14년차를 맞이한 UNIST는 이를 이겨낼 준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세계 100대 대학 진입을 목표로 UNIST 2.0 캐치프레이즈를 내세운 학교는 연구성과와 대학 평가에서 꾸준히 괄목할 성장을 이루고 있다. 이를 유지하기 위해 재정 지원을 늘리고 울산을 비롯한 지역 발전에 더욱 힘을 보태겠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