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 프린터로 피부같은 전자 소자 인쇄···웨어러블 기기 한계 넘는다

KIST, 스킨 일렉트로닉스 위한 소프트 전도체 인쇄 기술 개발

과학입력 :2023/04/21 00:00

스킨 일렉트로닉스는 사람 피부나 장기처럼 부드럽고 굴곡진 곳에 밀착해 붙여 쓰는 전자 장치다. 이를 활용하면 건강 신호를 보다 정확하게 모니터링할 수 있고, 신경회로 인터페이스 등을 통해 인간-기계 간 상호작용을 촉진하는 등 완전히 새로운 개념의 기기를 만들 수도 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이 프린팅 공정 기술로 스킨 일렉트로닉스에 꼭 필요한 유연한 전도체를 사용자 맞춤형으로 인쇄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네이처 일렉트로닉스 표지 사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나노소재기술개발사업과 KIST 주요사업, 세종과학펠로우쉽 지원으로 수행된 이번 연구 성과는 21일 학술지 '네이처 일렉트로닉스(Nature Electronics)' 표지논문으로 실렸다.

기존 공정은 유연하면서 복잡한 구조 만드는데 한계 

스킨 일렉트로닉스는 피부처럼 부드럽고 유연하기 때문에 실리콘 기반 반도체 소자와 달리 인체에 밀착해 다양한 용도로 쓸 수 있다. 다만 사용자 신체와 사용 목적에 맞는 디자인을 자유롭게 구현할 맞춤형 공정이 필요하다. 또 집적도를 높이기 위해 복잡한 삼차원 회로를 구현해야 한다. 

기존 반도체 공정이나 3D 프린팅 기술로는 다양한 곡면을 가지는 신체에 맞춰 자유롭게 변형가능한 회로를 제작하기 어려웠다. 복잡하고 실용적인 스킨 일렉트로닉스를 만들려면 다양한 삼차원 구조의 소프트 전도체가 필요한데, 기존 반도체 공정으론 부드럽고 늘어나는 전자소재를 삼차원 구조로 형성할 수 없다. 

3D 프린팅 기술을 이용하면 주로 단단한 재료 위주로 삼차원 구조를 제작할 수 있다. 하지만 한층씩 적층하며 구조체를 만드는 방식이라 만들 수 있는 모양에 한계가 있다. 모양을 지지해주는 받침 구조 없이 미세한 전도체를 수직 방향이나 아치 모양으로 형성하는 것과 같은 복잡한 회로를 제작하기 어렵다. 

KIST, 소프트 전도체 삼차원 회로 인쇄 기술 개발

KIST 소프트융합소재연구센터 정승준 박사 연구팀은 스킨 일렉트로닉스의 핵심 소재인 소프트 전도체를 삼차원으로 직접 그리는 기술을 개발했다. 또 이를 이용해 기계적 변형에도 안정적으로 동작하는 자유형상 스킨 일렉트로닉스를 발표했다. 

기존 전도성 잉크로 3D 구조의 회로를 제작할 경우, 외부 충격이나 기계적 변형에 의해 쉽게 부서지거나 성능이 저하되는 문제가 있다. 연구팀은 잉크의 유화작용을 이용해 전방위로 자유로운 3D 프린팅이 가능하면서, 노즐이 막히는 문제도 줄일 수 있는 소프트 전도성 소재를 개발했다. 

소프트 전도체의 전방위 삼차원 프린팅을 응용한 복잡한 회로 구성 및 이를 활용한 온도 감지 및 디스플레이 스킨 일렉트로닉스 (자료=과기정통부)

보통 소프트 전도체 잉크는 탄성력을 높이기 위한 고분자와 전도도를 높이기 위한 전도성 입자가 높은 농도로 혼합돼 있어 점도가 높다. 여기에 프린팅이 가능하도록 고분자를 녹이는 용매를 추가해 점도를 낮춘다. 그러다보니 인쇄 후 잉크가 구조를 유지하지 못하고 무너진다. 또 고체 입자 간 거리가 가까와지며 뭉침이 일어나 프린터 노즐을 막는다. 

유화작용 이용···기존 구조 얽매이지 않는 새 폼팩터 기대

연구팀은 고분자를 녹이는 용매에 더해 고분자에 섞이지 않는 용매를 함께 사용한 유화액 형태의 잉크를 제작했다. 이를 통해 수직 방향 미세 기둥이나 아치, 스프링 등  다양한 형태의 전방향 3D 프린팅을 가능케 했다. 잉크를 여러 방향으로 인쇄해 기존 구조에 얽매이지 않는 구조를 만들 수 있다. 노즐을 막지 않아 안정성도 높다.   

이를 통해 150% 이상 늘어나도 전도도를 높게 유지하는 소프트 전극을 전방위로 자유롭게 직접 그릴 수 있어, 복잡한 삼차원 신축성 회로를 사용자에 맞게 제작할 수 있다. 정승준 박사는 "잘 흐르는 액체가 좋은 잉크라는 생각에서 벗어나 새로운 종류의 잉크를 개발했다"라며 "이를 통해 기존 반도체 공정이나 3D 프린팅으로 구현할 수 없던 소프트하면서 삼차원 구조를 가지는 회로를 제작할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소프트 전도체의 전방위 삼차원 프린팅을 위한 유화액 잉크 (자료=과기정통부)

이 소재는 현재 관련 소재전문 기업을 통해 양산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 웨어러블 및 생체 의학기기, 소프트 로봇, 프린팅 산업 분야에 활용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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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승준 박사는 "이 연구로 개발한 소프트 전극 소재 및 공정 기술은 기존 정형화된 전자기기의 디자인 한계를 넘어 새로운 폼팩터를 가지는 웨어러블 기기 제작에 기여할 것"이라며 "나아가 사물인터넷, 가상 증강 현실을 위한 인터페이스, 바이오 인터페이스 등 분야에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 논문명: Omnidirectional printing of elastic conductors for three-dimensional stretchable electronic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