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중고거래 플랫폼 번개장터에 최재화 최고마케팅책임자(CMO)가 합류했다. 당시 번개장터 직원은 50명가량. 최재화 CMO는 이전에 없던 마케팅팀을 새롭게 꾸려, 번개장터 로고를 바꿨다. 최 CMO는 행복했다. 회사 성장 여력이 무궁무진할 것이란 기대감 때문이었다.
2년이 흘렀다. 국내 중고거래 시장은 25조원 규모로 커졌고, 번개장터 임직원도 어느새 200명을 웃돌게 됐다. 월 700만명 가까운 이용자가 번개장터 앱을 찾으면서, 자체 결제 서비스 번개페이 누적 거래액도 1조원을 넘어선 지 오래다. 최 CMO 직함에도 변화가 생겼다. 최재화 대표는 지난해 6월 번개장터 새 수장에 올랐다.
최 대표는 얼마 전 지난해 첫 성적표를 받았다. 결과는 합격점. 작년 번개장터 연간 거래액은 2조5천억원, 총거래건수 2천만을 돌파했다. 연말 서울 성수동에 정품 검수 센터를 열고, 중고 물품 관리 서비스인 ‘번개케어’도 내놨다. 최 대표는 작년 마지막 날까지 ‘반값택배’ 서비스를 준비하며, 한 해를 마무리했다고 밝혔다.
Q. 수장직에 오른 지 10개월. 그간 어떻게 지냈나.
"준비하던 서비스를 출시하고, 향후 추진 사업에 우선순위를 정했다. 경영진들과 함께 번개장터가 성장하기 위한 방향을 구체화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이제 달리면 되는 상황이다. (웃음)"
Q. CMO 때와 차이가 있다면.
"최종적으로 의사결정을 하다 보니, (대표) 가치관이 회사 문화로 투영될 때가 있다. C레벨이 장르가 정해졌다면, 대표는 종합 선물세트라고 본다. 작은 선택 하나가 회사 정체성으로 직결될 수 있다. 이런 부분에서 책임감이 막중하다."
"번개장터 MZ세대 이용률 80%…직원 개인 성장, 곧 회사 발전으로 연결"
번개장터 전체 이용자 중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 비중이 80% 가까이 차지한다. 그래서인지 번개장터는 젊고 생기발랄한 이미지가 강하다. 최재화 대표도 1985년생으로 여타 수장들 대비 비교적 어린 나이다. 학창 시절 번개장터 앱을 사용하며 자란 직원들도 부지기수.
Q. 번개장터가 지닌 강점을 꼽아달라.
"최근 몇 년간 우리 성장세를 보며 입사한 직원들이 의외로 많다. 번개장터 미션에 공감해 성장 행렬에 동참해야겠다고 판단한 거다. 개인 커리어 성장과 회사 발전이 유기적으로 연결된 조직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누구나 알고 있는 인지도 있는 회사, 또는 완성형 기업은 아니지만, '번개장터'하면 즐겁게 도전하는 자아실현이 가능한 회사, 청춘을 바쳐 최종 도달점까지 고군분투할 만한 공동체라는 인식이 내부적으로 존재한다."
Q. 연간 거래액 2조원을 웃도는 등 지난해 가파른 성장세를 시현했다.
"이전과 달리 중고거래가 이용자에게 주는 가치가 달라졌다. 사기 위험을 줄이고 안전한 거래 환경을 구축하는 등 해결 과제가 많다. 아직 번개장터가 개인간거래(C2C) 시장에서 전 세대를 선도할 만한 레벨은 아니라고 본다. 선두 플랫폼으로 발돋움하기보다, 특정 세대로부터 사랑받는 앱이 되길 희망한다."
'패션 중고거래 성지'…"정품 검수·번개케어 등 통해 차별화한 물품 제시"
번개장터는 온오프라인을 넘나드는 패션 중고거래 시장 인프라를 조성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재작년 2월 여의도 더현대 서울에 한정판 스니커즈를 모아둔 매장 ‘브그즈트 랩’ 1호점을, 이어 같은해 10월 조던 스니커즈 리셀(한정판 제품 등 인기 품목을 재판매하는 행위) 창구로 스타필드 코엑스몰점에 2호점을 열었다.
번개장터는 이용자들 사이에서 근래 '패션 중고거래 성지'로 불리며 플랫폼 입지를 견고히 하고 있다. 지난해 문을 연 정품 검수 센터는 총 4개 층으로 구성돼 두 개 층은 물류 입출고와 촬영 장소로, 나머지는 전문 인력과 보안 시스템을 통한 감정 공간으로 각각 쓰이며 제품 품질 향상을 위한 기관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Q. 패션 영역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는데.
"대학생을 대상으로 원하는 옷을 구매하는 방식을 물어보면, 10번 중 3~4번은 중고거래라고 답할 것이다. 소비 스타일이 변했고, 중고거래가 신상품 시장을 대체하는 기류도 흐르고 있다.
우리 앱 이용자들의 평균 거래단가는 10만원 내외로 높은 수준이다. 버릴 물건을 사는 게 아니라 평소 갖고 싶었던 명품 시계와 의류, 가방 등을 번개장터에서 거래하고 있다는 얘기다. 감가 보전이나 품질 유지가 중요하며, 정품 검수와 번개케어 등을 통해 차별화한 물품을 제시해 소비자 만족도를 제고하려 한다."
Q. 앞으로 중고거래 시장을 전망한다면.
"신제품을 모두 대체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하지만 중고거래가 별도 소비 행태로 분류돼, 굵직한 카테고리로 시장 한 부분을 차지할 것으로 본다.
Q. 번개장터 지향점은.
“우리는 앱 내 (물품) 검색과 개인화 추천 영역에서 뛰어난 사용자경험·인터페이스(UX·UI)를 자랑한다. 많이 팔수록 수익화에 용이한 기업소비자간거래(B2C) 커머스와 달리 C2C 기반으로 이용자가 하나의 재고에 빠르게 접근해 또 다른 이용자와 빠르게 연결되도록 중개하는 게 번개장터 역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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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크 기업으로서, 개발 영역에도 무게를 두고 있는 이유다. 빠른 검색과 접근성을 통해, 신상품 구매를 대체하는 중고 시장이 열릴 때 우리가 또 다른 백화점으로 역할 하길 바란다. 패션을 중심으로 중고거래 시장을 이끌어 간다면, 다른 카테고리는 자연스레 따라올 것으로 본다.
무엇보다 이용자들이 스트레스 없이 중고거래하는 환경을 만들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