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도 칼 빼들었는데…가상자산 거래소 '배짱 영업' 해결 요원

FIU 접속 차단 요청 이후…방심위 "법적 판단 불확실 요소 존재"

컴퓨팅입력 :2023/04/04 17:12

당국 인가를 받지 않은 가상자산 거래소가 현지에서 불법 영업을 하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미국도 최근 이에 대한 법적 제재에 나서는 등 이 문제에 칼을 빼들었지만, 국내에선 미신고 가상자산 거래소의 불법 영업 문제 해결이 요원한 상태다.

4일 업계에 따르면 특정금융정보법(FIU) 상 가상자산사업자로 신고 및 사업 자격을 획득하지 않은 해외 거래소인 MEXC, 쿠코인, 비트루, 코인엑스, 줌이엑스, 폴로닉스 등이 한국어 사이트를 운영하는 등 한국인 대상 영업을 하고 있다.

한국뿐 아니라 무분별한 가상자산 거래소 영업을 막기 위해 각국이 인가 제도를 두고 있지만, 다른 나라도 비슷한 상황에 처해 있다.

미국에선 최근 세계 최대 사업자 바이낸스에 대한 불법 영업 의혹이 불거졌다. 지난 28일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는 바이낸스를 이런 취지로 고소했다. 미국에서 가상자산  CFTC 인가 없이 미국인 대상으로 영업을 해왔고, 이런 과정에서 가상사설망(VPN)을 악용해 당국 감시를 우회하도록 했다고 주장했다.

국내에선 특금법 상 이런 거래소들에 대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 부과 및 사업자 신고 일정 기간 제한을 하게 돼 있다. 그럼에도 불법 영업 문제가 이어지면서, 지난해 8월 금융정보분석원(FIU)은 미신고 외국 가상자산 거래소 16곳에 대한 위법 사실을 수사기관에 통보했다.

금융위원회(사진=뉴스1)

투자자들이 이런 조치를 체감하지 못하는 이유는 여전히 이런 거래소들에 접근할 수 있어서다. FIU가 수사기관에 통보할 당시 이 거래소들에 대한 접속 차단 요청을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요청했지만, 현재 방심위에선 이 요청에 대한 심의를 중단한 상태다. 이 거래소들이 한국인 대상으로 영업을 한 것으로 간주하고, 위법성이 인정된다는 사법기관 판단이 전제돼야 한다는 이유다.

방심위 관계자는 "법 체계 상 사법부의 판단이 우선되는데, 행정기관 등이 미리 위법성에 판단을 내리면 문제가 되기 때문"이라며 "수사가 진행 중인데 저희 제재에 따라 게시물 삭제 등 영향이 생기면 정상적인 법적 절차에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불법 저작물 같은 경우는 그간의 판결 사례를 통해 불법성이 명확히 입증이 된 상황이지만, 가상자산사업자라는 새로운 유형에 대해서는 현재 처벌 사례가 없다"며 "현재 해당 거래소들의 운영 상태에 대해 국내 영업으로 볼 수 없다는 법원 판단이 나올 가능성이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특히 '최소 규제의 원칙'을 준수해야 하는 정보통신 심의 특성상 이전에 없던 사례에 대한 심의는 신중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런 상황 상, 사법기관을 거쳐 미신고 해외 거래소에 대한 위법성이 인정되기까지는 장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가상자산 거래소 관계자는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주요 가상자산에 관심을 갖는 투자자들보다는 선물 거래, 마진 거래에 관심을 갖거나 국내 업체가 지원하지 않는 대형 알트코인의 급등락을 노리는 투자자들이 미신고 거래소에 접근할 것"이라며 "그 수가 많지는 않을 것이라 본다"고 예상했다.

다만 "제도권 내에서 운영되는 거래소들은 투명한 운영을 지향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우회적으로 불법 영업을 하는 사업자의 존재는 업계 경쟁에 미치는 영향을 떠나 거래소 업계 전반에 대한 이미지를 훼손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