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코인 상폐, 석연치 않아"…왜?

"명확한데도 불명확한 당국·거래소 대응에 '희망고문' 초래"

컴퓨팅입력 :2023/04/03 16:42    수정: 2023/04/03 17:37

결제 서비스 전문 기업 다날이 발행한 가상자산 '페이코인(PCI)' 국내 시장에서 사실상 상장 폐지된다. 거래소들이 상폐 사유를 밝혔음에도 가상자산 업계에선 석연치 않다는 반응이 나왔다.

국내 원화마켓 운영 가상자산 거래소들이 모인 디지털자산거래소공동협의체(DAXA) 심사에 따라 업비트, 빗썸, 코인원은 오는 14일 페이코인 거래 지원을 종료한다.

국내 가상자산 거래 시장에서 원화마켓이 차지하는 비중은 압도적이다. 금융위원회가 밝힌 지난해 하반기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원화마켓의 일 평균 거래액은 2조9천400억원, 코인마켓은 200억원에 그쳤다. 페이코인이 상폐 예정 거래소 외 국내 거래소인 지닥에도 상장돼 있지만, 국내 시장에서 사실상 퇴출되는 것으로 인식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DAXA 상장 폐지 발표 후 급락한 페이코인 시세(출처=코인마켓캡)

"1분기까지 은행 실명계좌 확보" 실패상폐 결정적 영향

DAXA 소속 거래소들은 지난 6일부터 페이코인을 투자 유의 종목으로 지정 후 거래 지원 지속 여부를 검토해왔다.

금융 당국은 페이코인을 다날 가맹점 결제 수단으로 지원하려는 사업 계획 추진을 위해선 특정금융정보법상 가상자산사업자, 그 중에서도 은행 실명계좌를 확보해야 하는 가상자산 거래업자로서 신고 수리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당국이 제시한 기한인 지난해 말까지 다날이 은행과 계약하지 못하면서 사업자 신고도 수리되지 못했다. 이 시점에 급격한 사업 변동에 따른 투자자 피해를 방지하고자 유의 종목 지정이 이뤄졌다.

이후 페이코인의 투자 유의 종목 지정 기간이 지난달 31일까지로 연장됐는데, 페이코인 측이 당초 은행 실명계좌 공급 계약을 1분기까지 체결하겠다고 한 점이 고려된 것으로 분석된다.

페이코인

결과적으로 공언했던 이 시점을 지키지 못한 것이 상장 폐지의 결정적인 사유가 된 것으로 보인다. 업비트 공지문을 보면 페이코인 거래 지원 종료 사유를 "실명계좌를 발급받지 못하고 가상자산사업자 신고를 완료하지 못하는 등 유의 종목 지정 사유를 해소하지 못했다"고 안내하고 있다.

다만 이에 대해 페이코인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국내 서비스를 보류하는 등 사업 계획을 변경하면서 은행과 추가 협의가 필요해진 것이고, 이에 따라 1분기로 예상했던 계약 예상 시점을 3분기로 지연하게 됐다는 것이다.

사업자 신고 불수리로 막힌 국내 서비스 외 해외 및 지갑 서비스 사업 계획은 추진되고 있었음에도 코인이 상장 폐지되는 것은 일반적이지 않은 결정이라고 주장했다. 백서 상 사업 계획을 수행하지 않고 있는데도 거래 지원이 되는 코인들과 형평성이 맞지 않다는 설명이다.

"자율규제" 외치지만…당국과 엇박자 불가능한 DAXA

가상자산 업계에서도 페이코인 상폐 결정이 석연치 않다는 의견이 나왔다. 지금까지의 상황을 따져볼 때, 거래소들이 주체적으로 거래 지원 지속 여부를 판단했다기보다 사실상 금융 당국의 기조를 따른 것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가상자산이 실물 경제와 연계되는 화폐로 쓰일 시 파급력을 예측하기 어려워 당국이 페이코인 서비스를 섣불리 허용하게 두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

김형중 호서대 석좌교수는 "사실상 은행 실명계좌를 확보하지 못해 거래 지원을 종료하는 것인 만큼 정책 당국의 입장이 반영된 건데, 거래소들이 밝힌 사유는 애매하다"며 "누가 보더라도 가상자산 기반 결제 서비스 사업을 못하게 하려는 조치인데, 에둘러 표현을 하니 페이코인 측에선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고 느낄 수 있다"고 봤다.

다만 현재로서 금융 당국이 이와 다른 입장을 취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일례로 가상자산거래업자인 거래소들은 자체 코인을 발행할 수 없게 돼 있는데, 페이코인만 자체 코인 발행을 허용할 순 없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금융위원회(출처=뉴스1)

김형중 교수는 "새로운 산업이 싹을 틔우지 못하게 된 건 안타깝지만 당국으로선 '머지포인트' 등 사업자의 실패 상황도 염두해야 하는 입장"이라며 "가상자산 기반 결제 서비스를 준비 중인 다른 기업도 많은데, 페이코인을 허용하게 되면 다른 유사 서비스도 금지할 명분이 없어지고, 통제하기가 어려워진다"고 덧붙였다.

법조계 관계자는 "DAXA가 페이코인에 대한 유의 종목 지정 기간을 두 달로 정한 것은 이례적으로 긴 시간을 부여한 것이고, 결과적으로 페이코인이 소명한 내용을 못 지킨 것"이라면서도 "상장된 코인 중 백서에 기재된 사업 계획을 수행하지 않고, 아이디어만으로 몇 년을 소비하는 재단도 있지만 이런 코인들은 거래 지원이 지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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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한편으로 페이코인이 은행 계좌 확보 시점을 연기했다고 DAXA가 휘둘릴 수도 없었을 것"이라며 "(특금법 상 사업자로 구성돼 있는)단체 특성상 당국 눈치를 봐야 하는 DAXA 입장에서 공신력이 없다는 비판을 피하려는 고민이 있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다날은 가상자산사업자 신고 불수리 이후 지난 2월 페이코인 국내 서비스를 종료해야 하는 상황에서 법원에 집행정지를 신청했으나 기각됐다. 페이코인 관계자는 DAXA 거래소들의 상장 폐지에 대해 "법적 대응을 할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