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화폐' 효용 모색 한창…미국은 미온적, 왜?

결제 수단 활용 실험 활발...도입 시 여파 검토

컴퓨팅입력 :2023/03/30 08:42    수정: 2023/03/30 10:34

세계 각국에서 디지털화폐(CBDC)의 효용을 따져보는 작업이 한창 진행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비슷한 행보를 보였던 미국에선 최근 우려 섞인 시선을 내비치는 등 미온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어 관심이 쏠린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을 비롯해 영국, 아랍에미리트(UAE) 등 다수 국가에서 CBDC 도입을 검토 중이다. 최근에는 각국 당국들이 결제 시스템의 안정성 확인을 넘어 실제 CBDC가 결제 상황에서 실물 화폐 대비 이점을 갖는지 고려하고 있다.

지난 23일 아랍에미리트 중앙은행(CBUAE)은 CBDC '디지털디르함' 관련 1단계 실험 계획을 포함한 전략을 발표했다. 1단계 실험에선 다자간 CBDC 프로젝트 '엠브릿지', 인도와의 상호 결제, 국내 도·소매 결제 수단으로서 CBDC를 검토하며 12~15개월 가량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했다.

영국은 올초 자체 CBDC로 '디지털파운드'를 도입하기 위한 실험에 착수했다. 영국은 스마트폰과 스마트카드에 디지털 지갑을 탑재하고, 디지털파운드를 소매 결제 수단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2년여의 실험 및 검토 기간을 거쳐 디지털파운드 도입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인도는 도·소매 결제 수단으로 CBDC를 실험 중이다. 인도 중앙은행(RBI)은 지난해 11월에는 도매 결제 수단으로, 12월에는 소매 결제 수단으로 자체 CBDC '디지털루피'를 시범 도입해 지난달 기준 이용자 5만명과 가맹점 5천여곳을 확보했다고 발표했다. 거래 처리 건수는 77만여건을 기록했다.

우리나라는 지난 2019년 12월부터 CBDC에 대해 검토해왔다. 이후 지난해 상반기까지 진행된 모의 실험을 마쳤고, 금융기관들과 추가 실험을 진행 중이다.

한국은행은 CBDC 도입 여부를 확정짓진 않았다. 다만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21일 BIS와 도매용 CBDC 관련 인프라를 구축할 방침을 밝혔다. 이 자리에서 이 총재는 소매용 결제 수단으로서 CBDC는 국내 신속 자금이체 시스템이 발달해 도입 효과가 제한적이라고 덧붙였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반면 CBDC에 대해 긍정적 입장을 내비쳤던 미국 당국은 최근 우려 쪽에 무게가 실린 입장을 내놨다. 미국 재무부 산하 금융연구소(OFR)는 CBDC가 은행의 안정성을 위협한다는 취지의 보고서를 지난 22일 발표했다. 지난해 7월 보고서에서 CBDC가 금융 시스템 안정화에 기여하고, CBDC 도입 시 급속한 자금 이동으로 경제 공황이 나타날 것이란 우려는 과장됐다고 분석한 것과 상당한 온도차를 보였다.

보고서는 전체 경제에서 CBDC가 차지하는 비중이 늘어나면서 은행 예금이 줄어들면서 은행의 가치가 크게 축소될 뿐 아니라 안정성을 해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CBDC로 경제가 통합될 경우 평균 가계 후생이 최대 2%까지 증가할 수 있고 전체 금융 시스템의 변동성은 줄어들 수 있다고 봤다. 그럼에도 은행의 자본 부족 위험이 커질 수 있는 점을 우려점으로 꼽았다.

이미선 빗썸경제연구소장은 "가계의 포트폴리오 내에 유동성 자산으로 예금 외 CBDC가 새롭게 추가되면 예금은 CBDC와 경쟁 관계에 놓이게 된다"며 "은행은 예금으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더 높은 금리를 제공해야 하기에 은행의 마진은 줄어들 것이라 예상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CBDC에 대한 시선이 다소 달라진 점에 대해서는 이전에 비해 CBDC 검토가 상당히 진전되면서, 실제 도입을 앞두고 사전 점검할 부분에 주목한 것일 수 있다는 의견을 냈다.

이미선 연구소장은 "작년엔 중국이 CBDC 도입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면서, 미국으로선 너무 뒤처질 수는 없단 판단이 주효했을 것"이라며 "최근 OFR 보고서의 경우 은행들의 위기도 고려됐을 것이고, CBDC 발행이 가시화됨에 따라 현실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들을 살펴보고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는 메시지가 담겼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CBDC 도입에 따른 장점을 함께 짚었다는 점에서 이같이 추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