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 속 혈관과 림프관의 3차원 정밀지도가 처음 그려졌다. 코로나 19 증상의 원인을 파악하거나 비염 치료를 개선하는 등 비강면역 연구의 이정표가 되리란 기대다.
기초과학연구원(IBS, 원장 노도영)은 혈관 연구단 고규영 단장(KAIST 의과학대학원 특훈교수)과 홍선표 연구위원 연구팀이 코 속 혈관과 림프관의 3차원 정밀지도를 최초로 완성했다고 22일 밝혔다.
이 연구는 학술지 '네이처 심혈관 연구(Nature Cardiovascular Research)' 표지 논문으로 선정됐다.
코는 외부 공기가 폐로 들어가는 첫 관문이다. 외부 공기를 데우고 습도를 높여주며, 특히 비강(鼻腔) 점막은 외부 병원균과 이물질을 막아주는 최초의 면역 장벽이다.
혈관 연구단은 앞선 연구에서 점막상피세포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섬모상피세포가 코로나19 초기 감염 및 증식의 주요 표적임을 규명하고, 비강 내 백신 투여로 점막면역을 형성하는 것이 효과적인 코로나19 예방 및 치료 전략이 될 수 있을 것이라 밝힌 바 있다.
비강면역 형성에는 면역세포 활성뿐 아니라 미세혈관과 림프관의 역할이 크다. 면역세포가 림프절로 이동하고 다시 비강점막으로 돌아오는 통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비강 내 미세혈관과 림프관의 공간 분포나 상호 연결 등 3차원적 구조와 세포 수준의 특성은 아직까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연구진은 특정 단백질에 선택적으로 결합하는 항체를 형광물질로 표시하고 단백질과 반응시켜 위치를 관찰하는 면역형광염색법을 활용, 생쥐와 인간 비강 내 미세혈관과 림프관의 3차원 미세지도를 완성했다. 비강의 형태학적 구조뿐 아니라, 단일세포 유전자 분석법을 병행해 면역 반응에 대한 분자세포 수준의 특성도 규명했다.
분석 결과, 일반적인 모세혈관 외에 정맥혈이 순환하는 정맥동 혈관이 비강 내 넓은 범위에 걸쳐 분포하고 있었다. 또 끝 부분이 뾰족한 비전형적인 림프관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특수한 분포를 보였다. 보통 림프관의 말단은 둥근 형태다.
이러한 혈관과 림프관 분포는 외부에서 침입하는 병원균에 대한 면역반응을 잘 수행하기 위해 특화된 것이란 설명이다. 정맥동 혈관에서 면역세포 이동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VCAM1 단백질이 특이적으로 발현했으며, 비전형적 림프관 내에는 다른 장기의 림프관보다 많은 수의 다양한 면역세포들이 이동함을 발견했다.
또 연구진은 알레르기 비염, 코로나19 등의 실험동물 모델을 이용해 비강 내 혈관 변화를 관찰했다. 비염에 걸린 동물에게선 정맥동 혈관 위축이, 코로나19에 걸린 동물에게선 염증화가 관측됐다. 고규영 단장은 "비염에 걸리면 염증으로 인해 주변 혈관이 위축되고 이 때문에 침입한 병원균에 대한 방어가 잘 안 되는 악순환이 일어난다"라며 "비염을 치료할 때 염증뿐 아니라 혈관 치료를 병행햘 필요가 있음을 시사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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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 속 혈관과 림프관에 대한 3차원 정밀지도는 비강을 통한 백신 주입 등 새로운 감염병 치료법 개발에도 기여할 전망이다. 코 점막상피세포를 오가는 경로 등에 대한 정보를 바탕으로 백신 주입 효과를 높이는 법을 찾는 등의 활용이 기대된다.
홍선표 연구위원은 "이번 연구결과는 비강 내 특화된 혈관과 림프관을 활성화하면 바이러스 감염 등에 대한 효과적인 비강면역을 확립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라며 "향후 호흡기 감염에 대한 면역반응 연구를 비강에서 인후까지 확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