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견 식품제조업체에 다니는 30대 직장인 A씨는 다음 주 결혼하는 동료가 회사로부터 결혼 축하금 100만원 받았다는 얘기를 듣고 기분이 씁쓸해진다. A씨는 결혼할 생각이 없다. 부모님을 비롯해 주변에도 선언한 상태다. 그런데 결혼하는 직원에게만 축하금 명목으로 적지 않은 지원금이 주어지니 어쩐지 불공평하다는 생각도 든다. A씨는 "단지 결혼을 안 한다는 이유로 이런 복지 혜택을 못 받는 것은 차별 아니냐"고 반문했다.
기업의 사내 복지 제도가 갈수록 좋아지면서 기혼자와 그 가족에 대한 혜택도 다양해지는 모습이다.
결혼을 앞둔 직원에 축하금과 신혼여행 유급휴가는 물론 기혼자에 대해서는 결혼기념일 축하금부터 출산 축하금, 배우자 건강검진, 자녀 학자금까지 그 범위도 점차 넓어지고 있다.
그러나 이를 두고 결혼을 하지 않았거나 비혼을 선언한 직원들 사이에서는 불만이 나오기도 한다.
똑같이 직장 생활을 하는 만큼 기혼자든 미혼자든 관계 없이 모든 직원이 동등하게 복지를 누려야 하는데, 기혼자에 대해서만 혜택을 주는 것은 일종의 '복지 역차별' 아니냐는 지적이다.
일단 이러한 복리후생은 직원들의 사기를 진작시켜 업무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회사가 자율적으로 지원하거나 노사 단체협약 등을 통해 제공하는 것인 만큼 기혼자에 대한 혜택이 법적으로 문제가 되진 않는다.
실제로 복리후생 설계 시에는 전체 직원에게 균등하게 제공할 것인지, 집단 및 개인별로 차별화할 것인지 선택할 수 있다. 연공, 부서, 근무장소, 임금수준, 직급, 정규·비정규직, 성별 연령, '결혼 여부' 등에 따라서다.
하지만 최근 MZ 세대를 중심으로 불공정 목소리가 제기되고 결혼관 변화로 비혼 직원 비중도 늘면서 사내 복지 제도에 이른바 '비혼 축하금'이라는 혜택을 도입하는 기업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LG유플러스는 올해 1월부터 비혼을 선언한 직원에게도 결혼한 직원과 동일한 수준의 복지 혜택을 주기로 했다.
근속기간 5년 이상, 만 38세 이상 임직원이 사내 게시판에 비혼을 선언하면 기본급 100%와 유급휴가 5일을 지급키로 한 것이다. 다만 비혼 선언 이후 마음을 바꿔 결혼하면 결혼 축하금 등은 중복 지급되지 않는다.
SK증권도 노사 교섭에서 근속기간이 5년 이상인 만 40세 이상 비혼 직원에게 축하금 100만원과 유급휴가 5일을 주기로 했다. KB증권 역시 지난해부터 비혼을 선언한 만 40세 이상 직원에게 100만원을 지급하고 있다.
이처럼 기혼자 위주였던 사내 복지 혜택이 비혼자들로 확대되면서 긍정적이라는 평가가 나오지만, 일각에선 저출산 문제가 심화되는 상황에서 '비혼 장려' 등 부작용이 커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한편 '비혼 축하금'을 '사내근로복지기금'으로 지급해도 되느냐는 질문이 있어 이에 대해서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사내근로복지기금은 기업의 이익을 일부 출연해 근로자 복지에 사용하도록 하는 제도다. 결혼 축하금을 비롯해 여러 복리후생비를 지급하고 있는데, 비혼 축하금도 여기에서 지급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이에 대해 고용노동부는 질의 회신에서 "결혼 축의금은 혼인이라는 법률 사실이 발생하고 생활 원조의 성격을 가짐에 비해 비혼 축하금은 생활 원조적 성격이 결여돼 있다"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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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결혼을 한 근로자와 그렇지 않은 근로자를 구분하지 않고 사실상 전 근로자에게 일률적으로 지급하는 결과를 초래, 임금이 될 우려가 있는 만큼 기금 사업으로 적절하지 않다"며 별도의 기준과 대상을 선정할 것을 권고했다.
제공=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