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자동차와 태양광 발전은 기후 변화에 대한 주요 대책들이다. 태양광 발전으로 전기를 생산해 전기차를 충전한다면 기후 변화를 막는데 유용할 것이다.
하지만 전기차와 태양광 발전 모두 에너지 관리 측면에서 한계가 있다. 사람들이 퇴근 후 집에서 전기차를 집중적으로 충전할 경우 특정 시간대에 전기 수요가 몰리게 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발전소를 추가로 지어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
반면 태양광 발전은 낮에만 가능하고, 낮 동안 필요 이상으로 생산된 전기를 저장하는 에너지저장시스템(ESS) 설치와 관리에도 많은 비용이 들어간다.
MIT 연구진이 발전 설비를 늘이지 않고도 전기차 충전을 위한 전력 수요 부담을 줄이고 태양광 발전 활용도를 높일 수 있는 전략적 충전 시스템 모델을 제시했다. 직장 근처에 충전 시설을 설치하고, 집에서는 최대한 밤 늦은 시간으로 충전을 미루는 것이다. 이러한 운영 효율화를 통해 특별한 신기술을 개발하거나 일상적인 삶의 방식을 바꾸지 않더라도 전력 부담을 상당 부분 줄일 수 있다고 연구진은 주장했다.
미국 뉴욕과 댈러스에서 익명화된 차량 운행 정보를 수집하고 설문 조사를 실시해 차량 이용 시간과 시기, 이동 경로와 주요 방문지 등에 대한 데이터를 모아 분석한 결과다. 이 연구 결과는 학술지 '셀 리포트 피지컬 사이언스(Cell Reports Physical Science)'에 15일(현지시간) 실렸다.
직장 근처에 전기차 충전 시설이 늘어나면 저녁 시간에 전기 수요가 몰리는 것을 막을 수 있고, 낮 동안 태양광 발전으로 만들어지는 전기도 낭비하지 않고 쓸 수 있다. 특히 냉방 수요가 치솟는 한여름에 발전 부담을 크게 덜 수 있다.
이같은 수요 분산 대책이 없으면 저녁 시간의 전기차 충전 수요에 대비하기 위해 지금보다 발전 시설을 20% 늘여야 할 것으로 연구진은 추정했다.
또 늦은 밤으로 가정용 충전 설비 사용 시간대를 분산시키기 위해, 사람들에게 다음날 차량 이용을 위해 충전을 시작해야 할 시점을 알려주는 간단한 앱을 개발해 보급할 것도 제안했다. 중앙화된 충전 시스템 없이도 각 사용자의 운전 행태와 수요에 맞춰 쉽게 조정해 쓸 수 있다. 거주지 인근 도로변 주차장 등에도 충전 설비 설치 확대가 필요할 것으로 보았다.
직장 충전 시설 확대와 가정 충전 시간대 분산을 통해 전력 피크 수요 절감과 태양광 발전 활용도 증대 등의 효과를 거두고, 운전자 역시 하루 중 언제라도 불편 없이 충전을 할 수 있게 될 것으로 연구진은 기대했다.
제시카 트랜칙 MIT 교수는 "충전 시스템 구축에 많은 공공 예산이 들어가는 상황에서 추가 설비 없이 기존 전력망에 효과적으로 통합될 수 있도록 충전 설비를 설치할 필요가 있다"라며 "충전 설비에 대한 전략적 접근을 통해 전력 시설이나 에너지 저장 시설 수요를 줄일 수 있다"라고 말했다.
다만 이같은 전략이 효과를 거두려면 사용자들이 자발적으로 참여를 늘이고, 전기차 보급도 지속적으로 확대되는 것이 전제가 되어야 한다고 연구진은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