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라쿠텐모바일 사례로 본 4이통 시나리오는

통신 기술 발전에 따른 시장 진입 비용 절감 기대

방송/통신입력 :2023/03/14 16:29    수정: 2023/03/15 15:43

정부가 통신 시장 경쟁 활성화와 가계 통신비 부담 절감을 강조하면서 '제4 이동통신사' 유치전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정부는 2010년부터 신규 이통사 논의를 시작했지만, 시장 진입 장벽이 높아 성공하지 못했다. 이번엔 과감한 세제지원, 인프라 구축 비용 절감책으로 연내 신규 사업자 선정을 성공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이를 두고 신규 이통사 출범으로 통신비 절감·통신 서비스 품질 제고 등 소비자가 얻는 이익이 높아질 것이라는 기대가 높아졌다. 앞서 신규 이통사로 안정적으로 시장에 진입한 일본 '라쿠텐모바일', 프랑스 '프리모바일' 등 해외 사례처럼 보다 더 전폭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일본 '라쿠텐모바일', 발전한 기술로 진입 비용 절감

일본에선 2019년 말부터 '라쿠텐모바일'이 신규 이통사로 등장했다. 라쿠텐모바일은 LTE용 인프라를 5G로 바로 전환하는 클라우드 장비를 이용해 설비 투자 규모를 최소화했다. 

라쿠텐모바일은 네트워크를 처음부터 새로 구축해야 했다. 2025년까지 기지국 설치 등 인프라 구축에 6천억엔(약 5조8천억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지만, 기존 이통사 대비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그러나 라쿠텐모바일은 오픈랜(개방형 무선 접속망)을 도입해 네트워크 구축 비용을 절감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를 활용하면 가상화 기술로 하나의 서버에서 여러 앱을 구동하고, LTE 장비와 5G 장비를 따로 이용할 필요가 없다. 통신 기술 발전에 따라 인프라 구축 비용이 줄어든 것이다.

라쿠텐모바일은 2019년 10월부터 도쿄, 오사카, 나고야 등 대도시 중심으로 LTE 서비스를 시작했다. 점차 서비스 지역을 늘려 2020년 전국망을 구축하고, 5G를 상용화했다.

(사진=라쿠텐 모바일)

라쿠텐모바일은 2021년 독일 이통사 1&1A가 전국 5G 네트워크를 구축할 때 오픈랜 기술을 제공했다. 라쿠텐모바일은 1&1AG와 장기 파트너십을 맺고, 유럽에서 처음으로 가상화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당시 미키타니 히로시 라쿠텐 그룹 최고경영자(CEO)는 "기술 혁신으로 합리적인 가격에 고품질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며 "독일에 이어 유럽 전역에서 모바일 통신의 새로운 표준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라쿠텐모바일은 유럽, 중앙아프리카, 싱가포르, 인도 등에서 4G, 5G 네트워크용 오픈랜 기술을 공급했다.

프랑스 프리모바일, 전폭적인 정부 지원 등에 엎고 시장 진출

프랑스에선 2012년 제4 이통사 '프리모바일'이 나왔다. 이 영향으로 1위 사업자 오렌지 점유율은 지속 하락했다. 2021년 기준 프리모바일 가입자 수 점유율은 13.7%를 기록했다.

프리모바일은 출범 초기부터 요금제 가격 경쟁력에 집중했다. 2012년 문자 메시지 무제한, 데이터 3GB를 월 19.99유로에 제공하는 요금제를 선보였다. 당시 굉장히 저렴한 요금제로 이목을 끌어 프랑스 알뜰폰 연합회가 망 도매대가보다 저렴하게 설정된 상품이라며 규제 기관에 중재를 요청할 정도였다.

이를 두고 박상호 공공미디어연구소 실장은 "프랑스 통신청뿐만 아니라 국세청 등 범정부 기관이 협력해 세밀한 정책을 세웠다"고 설명했다. 박 실장은 "정부 지원으로 프리모바일이 유럽 내 국가, 아프리카까지 서비스를 늘려나가 수익을 올렸고, 이를 다시 장비에 투자하는 선순환이 이뤄졌다"고 덧붙였다. 통신 시장은 진입장벽이 높아 정부가 세밀한 청사진을 세우고, 적극 지원해야 제4 이통사가 나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문형남 숙명여대 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그동안 여러 회사가 제4 이통사 사업에 도전했다가 실패했고, 기업 입장에선 수익이 안 나는 사업에 참여할 수 없는 점을 고려하면 적극적인 인센티브를 주는 지원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문 교수는 "안정적인 주주 구성을 갖춘 컨소시엄이 제4 이통사 사업에 진출해 적극 투자하고 사업이 잘 정착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통신비 절감 효과 기대…제4 이통사 회의론도 존재

정부는 현재 통신 시장을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가 과점한 것으로 진단하고 새로운 기간통신사 도입을 통한 경쟁 활성화를 도모하고 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자료를 보면, 2021년 기준 통신 3사의 주요 통신시장 합계 매출액 점유율은 97.1%였다. 10년 전 96%에서 1.1%p 상승했다. 매출액을 기준으로 한국 통신 시장 1위 사업자의 점유율은 46.2%로, OECD 평균 42.6%보다 높았다. 1~2위 사업자의 격차도 한국이 18.1%p로, OECD 평균 12.3%p 보다 큰 수준이다.

소비자 입장에선 경쟁 활성화로 통신비 부담이 줄어들 것이라는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문 교수는 "사업자가 많아져 시장 경쟁이 활성화하면 소비자 효용 증대, 가계 통신비 절감, 물가 안정으로 선순환하는 것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제4 이통사 유치 가능성이 적고, 이것만으로 통신 시장 경쟁 활성화를 도모할 수없다는 시각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통신 관련 학과 A 교수는 "알뜰폰이 도입된 지 10년이 넘어도 통신비는 저렴해지지 않은 것처럼 단순히 제4 이통사 출범으로 경쟁 활성화를 장담할 수 없다"며 "높은 통신비가 문제라면 기존 시장에서도 요금제 세분화 등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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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교수는 28㎓ 대역의 5G 서버용 주파수를 활용하는 제4 이통사 출범 계획이 현실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 3.5㎓ 대역을 활용한 5G 보다 28㎓를 사용하면 빠른 속도를 낼 수 있지만, 28㎓ 주파수는 도달 거리가 훨씬 짧아 기지국을 더 촘촘히 설치해야하기 때문에 사업성이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28㎓ 대역 5G를 상용화하려면 일반 이용자가 아니라, 스마트팩토리나 무인 로봇 지구 등 특정 용도로 높은 데이터 레이트를 요구하는 지역에서 한정적으로 쓰는 것을 고려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