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가 SM엔터테인먼트 인수 절차 중단을 선언, SM엔터 경쟁전은 카카오의 승리로 돌아갔다. 카카오는 하이브의 이 같은 결정으로 경영권을 확보하며, SM엔터와의 결합 시너지 그림을 좀 더 빠르게 그릴 수 있게 됐다.
12일 하이브는 SM엔터 인수 절차 중단을 발표했다. 회사 측은 입장문을 내고 카카오·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의 경쟁 구도로 인해 시장이 과열 양상을 나타내고 있다고 판단했고, 이는 하이브 주주가치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의사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하이브는 "중장기적 관점에서의 SM엔터의 가치와 인수 후 통합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유무형의 비용까지 고려한 적정 인수가격 범위를 설정해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의 지분을 인수하고 공개매수를 진행했다"며 "하지만 카카오·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추가 공개매수로 경쟁 구도가 심화되고, 주식시장마저 과열 양상을 보이는 현 상황에서는 SM엔터 인수를 위해 제시해야 할 가격이 적정 범위를 넘어섰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항 공개매수를 진행하면서까지 SM엔터 인수를 추진하는 것은 오히려 하이브의 주주가치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고, 시장 과열을 더욱 부추길 수 있다는 점까지 고려해 인수 절차 중단이라는 결단을 내렸다"고 덧붙였다.
결국 하이브는 SM엔터 경영권 인수 절차를 중단하기로 합의함과 동시에 양사의 플랫폼 관련 협업 방안에 대해서도 합의를 이뤘다. 그러나 지분과 관련된 구체적인 처리 방안은 공개되지 않았다. 회사 측에서는 인수 포기나 경영권 양보는 아니라고 선을 긋고 있다.
하이브 관계자는 "경영권을 넘긴다는 건 확정된 것이 아니다"라며 "아직 주식이나 지분 관련해서는 결정된 바가 없다. 또한 카카오와는 협력관계를 유지할 계획이다"라고 설명했다.
약 한 달간 엎치락뒤치락…SM엔터 인수전 종식
이로써 카카오와 하이브가 근 한 달간 벌여온 SM엔터 인수전이 종식됐다.
그간 과정을 살펴보면, 지난달 7일 카카오는 SM엔터 지분 9.05%를 확보한다고 공시했다. SM엔터가 제3자배정 유상증자 형태로 발행한 신주 123만주(1천119억원 상당)와 전환사채 114만주(보통주 전환 기준, 1천52억원 상당)를 인수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카카오는 SM엔터 2대 주주에 오를 예정이었다.
그러자 다음날 SM엔터 창업자인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는 법원에 신주·전환사채 발행 금지 가처분 신청을 내며 맞불을 놨다. 이어 하이브는 이 전 총괄이 보유한 SM 지분 18.46% 중 14.8%를 사들이고, 주식 25%를 주당 12만원에 공개매수하기로 했다.
이달 초까진 하이브가 유리해보였다. 지난 3일 법원이 이 전 프로듀서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며, 카카오가 지분 9.05%를 취득할 수 없게 되면서다. 그러나 하이브는 공개매수를 통해 SM 지분 1%에도 못 미치는 0.98%를 확보하는 데 그치면서, 인수전에 적신호가 커졌다.
이어 7일 카카오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 SM엔터 지분 35% 공개매수를 선언했다. 카카오·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SM엔터 주식 416만6천821주, 416만8천820주씩 총 833만3천641주(지분율 35%)를 매입하는 방식이다. 취득가는 주당 15만원으로, 1조2천500억원 규모다.
카카오의 이같은 공개매수 선언에 SM엔터 주가는 들썩였다. 하이브가 2차 공개매수를 검토할 수 있다는 기대감에 주가가 15만원 위로 치솟은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움직임은 나흘을 넘지 못했다. 10일 오전부터 SM엔터 주식은 하락하기 시작하더니 장중 14만6천원까지 떨어졌다.
카카오, SM엔터 주식 공개매수에 집중할 듯
카카오 SM엔터 주식 공개매수 일정은 하이브의 SM엔터 인수 중단 결정과 관련 없이 26일까지 이어진다. 카카오의 공개매수는 하이브 때와 입장이 달라 실패할 가능성이 작은 것으로 보인다. 경쟁권 분쟁 대상이었던 하이브가 인수 중단을 선언하면서 더 비싼 값에 SM엔터 주식을 사겠다는 대상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장에 어떤 변수가 생길지 모르니 26일까지는 카카오 또한 안심할 수 없다.
카카오 역시 이날 입장문을 내고 “카카오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하이브, SM엔터와 상호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받는 파트너로서 K팝을 비롯한 ‘K컬처’ 글로벌 위상 제고를 위해 다양한 협력 관계를 이어가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했다. 이어 “하이브 결정으로 불확실성이 해소된 만큼, 26일까지 예정된 공개매수 일정을 계획대로 진행해 추가 지분을 확보하고 하이브, SM엔터와 사업 협력을 구체화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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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회사는 “SM엔터의 가장 강력한 자산이자 원동력인 임직원, 아티스트, 팬덤을 존중하기 위해 자율·독립적 운영을 보장하고, 현 경영진이 제시한 ‘SM 3.0’을 비롯한 미래 비전과 전략 방향을 중심으로 글로벌 성장에 속도를 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SM엔터 글로벌 지식재산권(IP)과 제작 시스템, 카카오와 카카오엔터 정보기술(IT) 역량과 IP 인프라를 토대로, 음악 IP 확장을 넘어 IT와 IP 결합을 통한 새로운 시너지를 창출한다는 시나리오다. 카카오는 “각 사 해외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K컬처’ 산업이 또 하나의 국가 경쟁력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