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손해보험과 메리츠증권 사이에 이른바 ‘텍사스 발전소 투자 펀드’ 공방이 확산하고 있다.
롯데손보가 메리츠증권으로부터 미국 텍사스주 소재 가스복합화력발전소(텍사스 발전소)에 대한 투자를 수차례 권유 받아 투자에 참여했는데, 투자의사 결정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핵심적인 위험요소를 공지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8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롯데손보는 최근 금융감독원에 메리츠증권의 텍사스 발전소 판매 위법 여부 조사를 요청했다.
2018년 투자기관 블랙스톤은 텍사스 발전소 운영자금 조달 및 기존 대출 차환을 위해 7억7천500만 달러(약 1조원) 규모의 선순위 대출을 실행했다. 블랙스톤은 선순위 대출 이자를 상환하는 등 운영자금 조달을 위해 후순위 메자닌대출 사업을 추진했다.
메자닌 대출이란 주식을 통한 자금조달이나 대출이 어려울 경우 대출기관이 배당우선주, 신주인수권부사채(BW) 인수권, 전환사채(CB) 등 주식 관련 권리를 받는 대신 무담보로 자금을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메리츠증권은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과 함께 이 메자닌대출 상품에 투자하기 위해 2천억원 규모의 펀드(하나대체투자미국발전소전문투자형사모투자신탁 2호)를 2018년 12월 조성했고, 롯데손보는 메리츠증권의 투자 권유로 2019년 2월 약650억원을 투자했다.
메리츠증권은 자기자본과 대출 등으로 텍사스 발전소 투자 대체자산을 총액인수한 뒤, 롯데손보 등 투자자에게 다시 판매했다.
그러나 2020년 10월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이 롯데손보 등 후순위 메자닌대출 투자자에게 “블랙스톤의 선순위 대출이 투자금액을 갚을 권한이 말소될 수 있다”는 내용의 EOD(기한이익상실) 발생 우려를 고지했다.
두달 후인 2020년 12월, 실제로 선순위 대출에 EOD가 발생했고, 2021년 8월 메리츠증권이 운용한 펀드는 기업회생절차를 종료했다. 롯데손보는 텍사스 발전소 펀드 투자 2년 6개월만에 투자금 650억원을 전액 손실 처리했다.
롯데손보 관계자는 “메리츠증권이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담보구조의 취약성과 발전소 현금흐름의 심각한 변동성 등 특수한 위험성에 대해 전혀 고지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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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텍사스 발전소를 실제 답사하고 투자를 검토했던 당시 메리츠증권 측이 제시한 2019-2025 기간 평균 가동률은 88%, 에너지를 생산하기 위해 필요한 연료는 35달러/MWh였다”며 “그러나 실제 수치는 예상치보다 현저하게 나빠 원리금 상환이 불가능했다”고 밝혔다.
메리츠증권 측은 “해당 펀드를 인수한 후 롯데손보 등에 재매각했으며 펀드 운용에는 관여한 바 없다”며 “롯데손보가 해외 화력발전소 관련 투자를 여러 차례 진행한 국내 기관투자자이자 실사 과정에 직접 참여했던 기관이기 때문에 계약의 변동성이나 구조를 모르고 투자했다고 주장하는 것은 상식에 맞지 않는다”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