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상과 빙산, 빙붕은 비슷하게 들리지만 다르다. 빙상은 땅을 넓게 덮고 있는 얼음 덩어리로 남극과 그린란드에 주로 펼쳐져 있다.
빙붕은 빙상이 길게 바다까지 이어져 있는 부분으로 일부가 물에 잠겨 있다. 빙산은 빙상과 빙붕에서 떨어져 나와 바다에 떠다디는 얼음 덩어리다.
기후변화의 영향에 대한 기존 모델들은 대부분 빙상의 용융만 고려했다. 바다 위에 떠 있는 빙붕과 빙산은 녹더라도 해수면 높이가 크게 변하지 않으나, 빙상은 전부 육지 위에 펼쳐져 있어 녹아 바다로 흘러 들어가면 해수면을 크게 높인다.
기초과학연구원(IBS, 원장 노도영) 악셀 팀머만 기후물리 연구단장 연구팀은 15일 빙산과 빙붕에 해양과 대기 등 기후 요소까지 결합한 새로운 기후 모델을 제시했다. 예측 결과는 그리 좋지 않다. 빙상 용융만 고려한 기존 예측보다 해수면 상승폭이 더 크다는 분석이 나왔다.
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6차 보고서에서 제시한 3가지 시나리오 중 이산화탄소 배출이 계속 늘어나는 고탄소 시나리오가 현실화되면 2150년 해수면은 지금보다 1.4m 올라갈 것으로 예측됐다. 반면, 2050년 탄소중립에 도달할 경우 2150년 해수면 상승폭은 20㎝로 예측됐다.
연구진은 지구 온도가 산업화 이전 대비 1.8℃ 이상 상승할 경우 돌이킬 수 없는 빙상 붕괴가 발생할 것으로 내다봤다. 2060년 이전에 탄소 순 배출량이 0인 탄소중립에 도달해야 해수면의 급격한 변화를 막을 수 있다는 의미다.
교신저자인 박준영 IBS 학생연구원은 "남북극 빙상의 변화를 시뮬레이션한 기존 모델들은 대부분 빙상의 변화가 해양에 영향을 미치고, 이 영향이 대기와 빙상의 또 다른 변화를 야기하는 상호작용을 반영하지 않고 있다"라고 말했다. 빙상의 변화는 물리학적으로 매우 복잡하고, 느리게 진행돼 예측이 까다롭다는 설명이다. 또 이전 연구들은 다른 기후 요소와의 상호작용을 고려하지 않아 빙상 변화 전망의 불확실성이 더 컸다.
새 모델로 예측하자 기존 연구와 다른 결과도 나왔다. 선행 연구들은 남극 빙상이 녹으면 해수면 상승을 가속시킨다고 봤다. 반면 주변 기후 요소와의 상호작용까지 고려한 이번 연구 결과는 빙상이 녹으면 해수면이 상승하지만, 남극 담수의 유입으로 인해 상승 속도는 오히려 감소한다고 내다봤다. 더 정확한 미래 기후 예측을 위해서는 결합 모델을 통해 여러 요소 간 상호작용을 고려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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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셀 팀머만 단장은 "더 현실적인 예측을 위해서는 각각의 기후 요소와 각 요소 간 상호작용을 더 확실하게 반영할 수 있는 복합적 지구 시스템 모델 개발이 필요하다"라며 "모든 기후 요소를 결합한 모델로, 더 높은 공간 해상도에서 빙상과 해수면 변화를 모의하는 후속 연구를 계획 중"이라고 말했다.
이 연구 결과는 15일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