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ENM의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티빙이 지난해 1천억원이 넘는 적자를 기록했다. 코로나19 특수가 끝나며 OTT 시장의 성장세가 줄어들고 있는 가운데, 티빙은 제휴를 통해 가입자 유입 통로를 확대하고 적자폭을 개선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오리지널 콘텐츠에 대한 경쟁이 심화되는 현 상황에서 수익성 개선이 쉽지 않을 거라는 전망도 나온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티빙은 지난해 연간 매출 2천500억원, 영업손실 1천190억원을 기록했다. 티빙의 2021년 영업손실은 762억원으로, 적자폭이 큰 폭으로 확대됐다.
아이지에이웍스에 따르면 티빙의 월간이용자수(MAU)는 지난해 12월 기준 489만7천851명으로, 국내 OTT 가운데 가장 높은 숫자를 기록했다. 다만 실제 가입자 수는 지난해 말 기준 300만명을 돌파했으나 기존 목표치 400만명에 못 미쳤다.
점차 증가하는 콘텐츠 비용, 티빙 적자폭도 확대
지난해 티빙은 제휴와 합병에 집중했다. 글로벌 OTT 파라마운트+와 제휴를 맺고 콘텐츠를 독점 공급했으며, KT의 OTT 시즌과는 합병을 마쳤다. 티빙은 올해도 제휴를 통해 수익성을 개선한다는 구상이다.
다만 OTT 업계 안팎에서 수익성 개선은 난제로 꼽힌다. 이를테면 OTT 업계의 오리지널 콘텐츠 경쟁은 계속해서 심화되는 추세다. 글로벌 OTT 넷플릭스와 디즈니플러스의 막대한 자본력을 내세운 오리지널 콘텐츠 라인업과 경쟁하기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실제 글로벌 OTT와 경쟁하기 위해서는 국내 OTT도 제작비를 큰 폭으로 늘릴 수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들은 불과 5년만에 평균 제작비가 천문학적인 비용으로 상승했다고 입을 모은다. 5년 전만 해도 제작비 100억원을 투입하면 대작을 만들 수 있었는데, 요새 드라마는 제작비 평균이 150억원 수준이란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배우 출연료가 큰 폭으로 증가했고, 컴퓨터 그래픽(CG)을 활용한 후보정이 필수가 되면서 제작비가 상향 평준화 됐다"고 말했다.
콘텐츠 제작비 경쟁은 티빙의 실적 부진에도 영향을 미쳤다. 티빙의 지난해 4분기 매출은 7천228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9%나 늘었지만 콘텐츠 제작비가 큰 폭으로 증가하며 4분기에만 영업손실 492억원을 기록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전반적으로 콘텐츠 제작비용이 올라가고 있다"며 "흐름에 발 맞추기 위해서는 계속해서 투자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정된 구독모델에서 벗어나야"
티빙은 올해 적자폭을 개선하기 위해, 콘텐츠 제작비를 전년과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한다는 계획이다. 양지을 티빙 대표는 CJ ENM 실적발표 후 진행된 컨퍼런스 콜에서 "파라마운트+ 등 글로벌 스튜디오와 공동 투자를 통해 규모는 키우지만 제작비는 지난해 수준으로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제휴를 확대해 새로운 가입자 유입 터널을 확대한다는 계획도 있다. 양 대표는 "네이버와 파트너십 제휴를 통해 가입자가 큰 폭으로 증가하는 추세"라며 "KT와의 전략적인 제휴, 시즌과 합병 등으로 새로운 가입자 유입 창구가 생겼으니 연말까지 500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일각에서는 OTT 업계가 이제는 기존 구독모델에서 벗어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필요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콘텐츠 제작비가 천문학적인 수준까지 올라가며 이제는 많아야 1만원대인 구독료에만 의존할 수 없게 됐다"며 "국내 OTT 입장에서는 해외진출을 통해 더 많은 구독자를 모으거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생각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글로벌 경제가 좋지 않은 현 상황에서는 현실적으로 투자를 축소하면서도 생존책을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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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창희 디지털산업정책연구소 연구위원은 "우리나라 콘텐츠에 대한 니즈가 큰 국가들 위주로 투자를 합리화하며 진출하는 게 필요할 것 같다"며 "올해는 OTT들이 해외 진출과 콘텐츠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기침체 등으로 사업자들의 상황이 좋지 않다"며 "지금 단계에서는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하는 등 현실적으로 투자를 축소하면서도 생존책을 마련하는 게 중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